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심강보의 논술탐험] (67) ‘보이지 않는 손’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논술로 풀어보는 대중문화
올해 김제동·손석희 프로그램 도중 하차, 2PM 재범 여론재판 등 논란

  • 기사입력 : 2009-11-18 00:00:00
  •   


  • 글짱: 대입 논술 기출문제 중에 ‘대중문화에 대한 지문을 분석하여 욘사마 현상을 분석하라’는 논제를 봤어요. 올해 방송계가 시끄러웠잖아요. 얼마 전엔 ‘김제동 스타골든벨 퇴출’이 논란이 됐고요. 이런 사안이 논술시험에 논제로 나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궁금해요.

    글샘: 어떤 특정 사안과 연계해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문제점을 분석하라는 논제가 대입 논술에서 자주 출제되는 편이지.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이런 사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글짱: MC는 자기 프로그램에서 제 역할을 다하면 되지, 방송이 아닌 사회활동에서 개인의 신념을 밝힌 것을 문제 삼아 퇴출하는 건 방송사 측의 부당한 결정이 아닌가요?

    글샘: 김제동 문제는 국정감사장에서도 의원들이 지적할 정도로 파문이 컸어. 논술에서는 이러한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지가 핵심이야. 특히 주어진 제시문에 따라 논지를 전개해야 하기 때문에 출제 측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단다. 만약 ‘대중문화를 뒤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게 주요 논제라고 하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글짱: 뭐,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돼 건전한 대중문화를 위협하거나 위축시켜선 안 된다는 식으로 쓰면 될 것 같은데요.

    글샘: 당연히 결론은 그런 식이 되겠지. 다만 어떤 비교 사례를 연계해 자기 주장을 전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야. 글을 풀어가는 실마리는 대체로 제시문에서 찾을 수 있어. 여기서는 경제용어인 ‘보이지 않는 손’에 조심해야 해. 특히 1000자 내외 분량의 논술을 쓸 땐, 많은 학생들은 아담 스미스의 이론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실수를 범하지. 하지만 출제 측이 요구하는 건 경제상식이 아니라 ‘왜 보이지 않는 손이 대중문화를 뒤흔들까’라고 봐야 한단다. 그러므로 학교수업에서 배운 지식, 신문 등을 통해 축적한 시사 정보,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 어우러지게 해서 ‘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와 배경을 언급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단다.

    글짱: 김제동은 지난번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 노제 때 사회를 맡았고, 쌍용차 사태 땐 ‘우리 모두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고 자신의 트위터에 밝힌 것을 방송사 측에서 못마땅하게 여긴 거라는 얘기가 많아요.

    글샘: 대부분 언론에서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방송인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메시지를 던지며 프로그램 퇴출 처사를 비난했지. 일부 언론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100분 토론의 손석희 하차와 시사프로그램의 축소나 폐지문제를 덧붙여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로까지 해석하기도 했단다. 글샘도 김제동이 진행한 스타골든벨을 자주 본 편인데도, 그가 그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는 건 본 적이 없거든. 개인적 소신이나 신념이 없다면 ‘무뇌 인간’일 뿐이지. 그러면 앞으로 모든 방송 진행자는 ‘무뇌 인간’이어야 할까? 다른 나라에서는 연예인의 정치 참여와 사회적 발언이 사실상 보장돼 있어. 지난 1992년 할리우드 배우들은 ‘어 퓨 굿 맨(A Few Good Men)’이라는 영화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는데도 연예활동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없다는 사례도 글감으로 언급할 수 있을 거야. 김제동은 파문 이후 다른 방송사의 새 프로그램을 맡아 시청률이 급등했다지. 모든 방송사가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대중들의 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야. 그런 맥락까지 생각해 보며 글을 써 보렴. 물론 논술에서는 이런 생각을 연계해 방송의 독립성을 통한 바람직한 대중문화에 대해 논하는 게 필요하겠지.

    글짱: 아, 그리고 대중문화를 논할 때, 그전에 있었던 그룹 2PM 재범의 한국비하 발언 사안을 다뤄도 괜찮을까요?

    글샘: 대중문화가 주요 논제일 경우엔 가능하겠지. 어린 시절에 쓴 한국비하 욕 한마디로 한국을 떠나야 했던 재범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의 한 축에 있는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여론 재판의 도마에 오르는 문제점도 ‘보이지 않는 손’의 글감으로 다룰 만하단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대안을 찾으려 한다면 우리 사회의 비이성적 시스템과 편협된 사고방식의 개선을 주장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글짱: 사실 저희 학교 논술수업에서도 2PM 재범 파문을 다뤄봤어요. 재범을 옹호하는 팬과 비판하는 네티즌을 ‘새로운 인터넷 권력’이라고 선생님이 정의하기도 했거든요. 언론마저도 국수적 애국주의에 몰입해 ‘용서’라는 사회적 배려는 아예 없었다는 선생님 말씀이 지금도 기억나요.

    글샘: 그렇겠지. 같은 사안을 두고도 다양한 생각을 밝힐 수 있는 게 논술이란다. 그런 점에서 대중문화가 올바르게 자리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논리 있게 자기 주장을 전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단다. 논술의 분량을 감안한다면, 대중문화 측면에서 역사적 배경도 곁들일 필요도 있어.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논제에 걸맞은 글감으로, 1970~80년대 정권 유지 차원에서 퇴폐문화를 조장한다며 금지곡 처분을 받은 양희은의 아침이슬, 신중현의 미인, 김추자의 거짓말이야 등을 예로 들 수도 있겠지. 얼마 전에 발표한 록밴드 YB 윤도현의 노래 ‘날아라 펭귄’의 가사가 생각나는구나.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다를 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데도, 자신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거든. 노랫말을 일부 소개하며 오늘 논술탐험을 마무리하자꾸나. “Yeah Ah Ah Yeah 난 다를 뿐이야 너와 조금 다를 뿐이야 다른 것이 틀린 건 아냐 그런 건 아냐 난 낯설 뿐이야 네게 조금 낯설 뿐이야 낯선 것이 나쁜 건 아냐….”

    /편집부장/

    ‘스타골든벨’ 하차로 논란의 중심이 됐던 방송인 김제동이 지난달 29일 모교인 대구 계명문화대학에서 호텔관광외식학부 특임교수 자격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심강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