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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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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삿포로와 창원의 도시공원- 강정운(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09-11-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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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만에 삿포로를 방문했다. 여러 번 방문하고 제법 길게 머물렀던 곳이라 친근감이 든다. 간혹 여러 번 방문하게 되는 외국도시들이 전혀 방문해 보지 못한 국내 도시보다 오히려 공간적 친밀감이 더 드는 경우가 있다. 여행자에게는 방문 도시에서의 하루도 인생의 하루이므로 이것이 당연한 느낌일 것 같다. 호주 영사관 앞의 자그만 벨 타워에서 들려오는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는 쌀쌀한 저녁 날씨와 쓸쓸한 조화를 이루면서 방문객에게 감정 이입을 자극한다.

    삿포로의 도심에는 오도리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리우의 삼바카니벌, 뮌헨의 축제와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불리는 삿포로 눈축제의 현장이다. 또한 여름이면 일본 전역과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이 서늘한 한여름의 저녁 날씨를 즐기는 공간이다. 오도리공원은 삿포로 도시마케팅의 중심 공간이다. 도심의 블록 12개를 공원으로 설계한 이곳 계획가들의 지혜의 산물이다. 오도리공원의 접근성과 대중교통 연계성은 공간적 효율성의 극대화를 보여준다. 이와 같이 오도리공원은 일본 국내에서도 차별화되는 이미지와 공간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인구 규모, 세계적 인지도, 공간구조와 산업구조, 관리체제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삿포로와 창원을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삿포로의 도시공원에서 창원이 벤치마킹해야 할 점은 분명이 있다. 그것은 접근성과 이용의 효율성이다. 창원시는 한국을 대표하는 계획도시이다. 그러나 공원과 자전거를 중심으로 볼 때 이 도시를 탄생시킨 계획가들이 미래지향적 도시설계를 했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산업단지의 배후도시 공간설계를 하면서 자전거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창원시의 세계적 브랜드인 공영자전거 프로그램이 불리한 공간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자전거를 위한 공간인프라의 내생적 한계와는 달리 도시공원은 노력에 따라 이용률과 접근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창원의 공원 중 도심의 공원은 접근성이 그다지 양호한 편이 아니며 이에 따라 이용률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러므로 도시공원의 접근성과 이용률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도시공원, 대중교통, 자전거의 연계성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용지공원 중 용지호수 부근을 제외하고는 인근 주민들의 근린공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금 구상 중인 용지 아트존은 랜드마크 파크로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공원과 문화시설의 복합공간 조성이 공원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약화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도시공원은 탄생과 관리에 있어서 조직화된 정치적 힘을 가진 이익집단의 뒷받침이 없지 않은가.

    창원시의 조사에 따르면 창원시의 1인당 도시공원 평균면적은 서울, 부산 등 국내 대도시는 물론 OECD 주요 국가의 대도시들을 훨씬 능가한다고 한다. 국가별로 도시공원의 제도적 정의가 다르기는 하나 창원시의 녹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도시공원의 접근성과 이용률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도시공원, 대중교통, 자전거의 연계성 강화를 실현해야 한다. 비록 도시 규모가 다르기는 하나 뉴욕 센트럴파크, 밴쿠버 스탠리 파크, 홍콩의 홍콩공원, 타이페이 얼얼파공원 등의 접근성과 이용률은 훌륭한 교과서가 된다.

    그리고 도시공원은 국내외 방문객에게도 뚜렷한 공간 이미지를 제공해야 한다. 외국의 공원에서 흔히 보이는 세계 주요 도시와의 거리를 나타내는 이정표인 마일 포스트를 세워보는 것도 저비용으로 시민들에게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물리적 인프라인 도시공원은 이성과 감성의 복합체이며 경제적 효율성과 함께 지혜의 산물이어야 한다. 이젠 도시공원도 글로벌 마케팅 차원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강정운(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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