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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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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고향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박수를!- 정일근(시인)

  • 기사입력 : 2009-1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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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활한 여우도 죽을 때에는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고 했다. 깍깍 음산하게 우는 까마귀도 고향 까마귀가 좋다고 했다. 사람에게도 짐승에게도 고향은 그런 곳이다. 젊은 날 직장 따라 서울과 부산 등 여러 도시를 떠돌 때 나는 ‘경남’이란 이름이 들어간 간판이나 상표를 보면 가슴부터 짠해졌다.

    ‘지역감정’이 큰 문제였던 시절에 나는 지역감정이 많은 사람인 것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도 그 지역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산다. 나에게 지역감정이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다름 아니다. 그건 고향이 ‘자기가 태어나 자란 곳’이란 뜻도 있지만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란 뜻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고향을 떠나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지만 나에게는 나름대로의 ‘고향 사랑법’이 있다. 저금은 반드시 ‘경남은행’에 한다. 적은 돈이지만 고향의 은행에 맡겨 두는 일은 ‘고향사랑이라는 이름의 사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뿌듯해진다.

    은행 일로 경남은행 어느 지점을 찾아가도 고향의 이야기가 있어 좋다. 경남은행이 펴낸 ‘경남문화재’ ‘산 따라 강 따라’ ‘우리 고장 자연을 찾아서’ ‘우리고장 섬, 바다 100경’ 등의 고향의 풍광을 담은 책자를 읽으면 고향의 내음을 듬뿍 맡을 수 있어 좋다.

    또한 나에게 경남은행은 경남메세나협의회를 대표하는 기업이어서 더욱 좋다. 고향의 문화예술에까지 기업의 이윤을 나누는 향기로운 지원에 시를 쓰는 사람으로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좋은 자리에는 꼭 ‘무학소주’를 찾아 마신다. 그 자리의 화제는 자연히 고향 이야기다. 맑게 취하면 반드시 터져 나오는 노래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노래 ‘가고파’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잔잔하게 시작해서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에서 목청을 높이다가 코끝이 찡해지는 것은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의 당연지사며 인지상정이다.

    내 어머니의 고향 사랑법은 나보다 몇 수 위다. 명절이나 제사 때 쓰는 생선은 반드시 고향바다의 생선이어야 한다. 그런 일들이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그냥 내가 사는 곳에서 준비하자고 해도 어머니는 맛이 다르다며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거기다 그 생선들을 장만할 때 ‘몽고간장’이 빠지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어머니 사전에 다른 간장은 없다. 어머니의 고집 때문에 한밤중에 ‘물 좋은 마산’의 몽고간장을 찾아다닌 적도 있을 정도다.

    어디 고향 사랑이 어머니와 나만의 일이겠는가. 경남에 살든, 경남을 떠나 살든 누구에게나 고향사랑에 대한 색깔이나 무게는 똑같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 살다 보면 이처럼 고향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인 상표’들에 유난히 정이 간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그러나 이윤추구보다 기업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기업의 이미지다. 그 이미지가 이윤을 넘어서 ‘경남’의 상징이 될 때에는 고향과 같은 따뜻한 품을 가져야 한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고향을 위해 무조건 투자하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고향의 기업들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뜨거운 사랑도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할 것이다.

    고향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오랫동안 변치 않고 고향을 지키는 랜드마크 같은, 고향을 찾아가는 항해의 등대 같은 그런 기업들에게도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정일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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