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생활 속 마니아를 찾아서 (18) 경남골드축구단

“나이는 70대지만 축구열정은 20대야”
2007년 창단 도내 첫 70대 노인 축구단

  • 기사입력 : 2009-12-03 00:00:00
  •   
  • 지난 9월 전국축구대회 골드부 우승

    건강 다지며 삶에 대한 자신감도 얻어

    “병원서 죽느니 차라리 운동장서 죽겠어”


    “하루 3~4게임도 거뜬히 소화한다우.”

    이보다 더한 축구 마니아들이 있을까. 최연소 선수 70세. 최고령 선수 80세로 구성된 ‘경남골드축구단’의 축구 열정이 남다르다.

    경남골드 축구단은 지난 2007년 4월 경남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대회를 계기로 도내 최초 창단한 70대 노인들의 축구단이다.

    팀은 24명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창원, 남해, 진주, 사천, 김해 등 경남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거주하면서도 한 달에 두 번씩 빠지지 않고 모여서 축구를 하고 있다.

    선수들의 연령만 놓고 보면 ‘경기장에서 뛸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일반인에게 70대 노인들의 축구가 생소한 것은 사실. 하지만 축구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축구사랑과 실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들이 축구장에서 만나는 날이면 축구장을 떠나기 아쉬워 헤어질 생각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많게는 하루 3~4게임을 소화할 정도. 이들은 “팀원들이 워낙 축구를 좋아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 온 터라 체력 부담이 많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20~30대 젊은이들도 힘든 경기량인데도 ‘전혀 부담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비록 현존하는(?) 축구팀 중 가장 고령자들이 속한 팀이지만 여느 젊은 팀과 맞붙어도 자신있다고 어깨를 으쓱한다.

    팀내 최고령자인 박희양(80) 단장은 “우리는 주로 50~60대 팀들과 연습게임을 한다. 우리보다 한참 젊은 선수들인 데도 우리와 붙으면 기를 못 펼 정도로 우리팀 기량이 좋다”면서 “도내에서 우리와 맞붙어서 이길 만한 60대 이상 팀은 별로 없을 것이다”고 웃었다.

    이같은 어르신들의 호언장담은 전국대회 결과로 증명하고 있다.

    경남골드축구단은 지난 9월 열린 국민생활체육 전국축구대회 70대 골드부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생활체육 축구경기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안은 것이다. 더욱이 이 대회에서 지도자상(김용섭), 최우수선수상(김창호) 등 개인상도 거머쥐었다.

    팀내 총무를 맡은 박중경씨는 “창단 3년만에 가장 큰 대회에서 우승한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왕년의 국가대표를 5명이나 보유한 서울 영등포팀을 이겼다는 것이 큰 성과다”면서 “매년 우승을 맡아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등포팀을 꺾은 것은 우리팀의 실력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이다. 선수들도 모두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경남골드축구단이 최강의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팀의 단합 덕분이다.

    박씨는 “축구 경기를 하다 보면 특정 실력이 뛰어난 선수 위주로 경기가 진행돼 팀내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그런 것이 없어 구성원 간 단합이 잘되는 것 같다”면서 “실력이 좋든 나쁘든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하고, 특정 선수 위주의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 특히 팀의 단합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선수가 있으면 팀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팀의 단합을 최우선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선수들 간 호흡과 조직력이 좋아져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설명. “최근에는 33마지기 농사를 짓는 선수 집에 모두 팀원들이 찾아가 함께 일손을 거들어줬을 정도”라며 팀워크를 과시했다.

    비록 회원들의 사비를 털어 1년에 네 번씩 전국대회에 나갈 정도이지만 이들 어르신에게 ‘경남골드축구단’에 몸담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사실이다.

    박중경씨는 “우리 또래들이 병원 신세를 지거나 집에서 시간만 때우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축구로 건강을 다졌고 남은 인생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면서 “병원서 생을 마감하느니 차라리 운동장에서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으로 축구를 즐기다 보니 건강과 취미를 동시에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헌장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