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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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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남의 여성친화 환경 조성을 위하여-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 기사입력 : 2009-12-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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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화 1: 어두컴컴한 저녁,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는 여성. 갑자기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머리끝이 쭈뼛 선다.

    일화 2: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길거리를 걷고 있는데, 울퉁불퉁한 도로 때문에 유모차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아이는 덜덜 떨려 볼이 출렁거린다.

    일화 3: 오랜만에 아내와 아이에게 점수를 따고 싶은 아빠. 아내에게 집에서 쉬라고 하고, 두살짜리 꼬마를 데리고 공원에 나왔는데, 갑자기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여자화장실에는 있는 기저귀 가는 선반이 남자화장실엔 없다. 남성화장실에 가야 하나, 여성화장실에 가야 하나 난감하다.

    일화 4: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뾰족한 하이힐을 멋지게 신고 길을 나선 여성. 당당하게 걷다가 삐끗, 보도블록의 틈새에 구두 굽이 끼어 신발이 훌렁 벗겨진다.

    일화 5: 전북 익산은 시장의 특명으로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관해 여성부와 협약을 맺어 제1호 여성친화도시가 되었다. 모든 시정에 여성친화성의 의미를 담기 위해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들이 1박2일의 연수를 받았다. 교육에 참가한 도로과, 교통과, 소방과 공무원들은 그간 담당했던 업무를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중앙정부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성친화환경 조성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여성친화도시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여성의 안전이 요구된다는 관점에서 출발하였다. 여성친화도시는 1970년대 북미 여성운동가들에 의해 처음 생겨난 개념으로 안정성, 접근성, 편리성, 쾌적성을 갖춘 도시를 말한다. 1981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밤길 안전에 대한 캠페인은 1990년대 도시 공간에서 여성이 보다 안전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후 국제사회의 의제로 상정되면서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리우 환경 선언에서 지속가능개발 의제가 대두되면서 장애인과 아동을 포함한 여성의 주거권 확보를 언급하였고, 1994년 ‘도시여성을 위한 유럽선언’을 통해 여성이 도시의 사용자 및 계획자로서 배제되어 왔다고 지적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을 고려한 도시에 대한 모색이 시도되었다. 이어 1996년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제2차 유엔정주회의(Habitat 2)에서 인간 정주(定住)의 성 평등을 천명하고, 관련 정책의 성 분석 및 지표 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

    21세기의 도시정책의 관점이 물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던 하드시티에서 문화, 예술,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프트 시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럴 때 여성의 창의적이고 섬세한 에너지는 도시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또한 점차 성공적인 도시 개발의 가치를 여성과 가족친화 환경 조성에서 찾고 있으므로 도시 브랜드 전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성공적인 도시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주민의 지지와 호응뿐 아니라 외부에 도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시대의 화두인 녹색성장의 과제를 실현하는 도시개발 전략으로 자연친화적 통합도시 개발이 부각되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공간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여성친화 도시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그간 도시기반시설이 경제활동의 주체로 인식되던 남성 위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여성에게는 불편하고 불안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 경남도 이제 여성의 신체적 조건이 반영되지 않은 환경, 남성 생활 위주로 계획된 도시공간, 남성보다 여성에게 절실한 안전문제, 여성들의 활동방식에 따른 불편함, 돌봄 역할을 분담하고 지원하는 시설의 부족 등 그간 간과되어 왔지만, 여성이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는 환경 조성을 위한 배려가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심인선(경남발전연구원 여성가족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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