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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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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먹을거리를 통한 사랑 나눔- 정한진(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

  • 기사입력 : 2009-12-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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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에 흉년이 들면 유랑민들이 남대문으로 수없이 모여들었다. 그럴 때 부잣집이나 세도가에서는 빈자(貧者)떡을 만들어 소달구지에 싣고 가 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구수한 빈대떡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이다. 이처럼 예부터 기근 등으로 인해 먹을 것이 없을 때 여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곳간을 열어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여유가 없더라도 배고픈 이웃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누는 미덕이 우리에겐 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프랑스의 피에르 신부는 빈민구호의 상징이었다. 온화한 미소와 하얀 수염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 신부는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몇 해 전에 돌아가셨다. 그의 죽음에 온 국민이 가슴으로 애도를 표시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집 없는 이들에게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공동체를 만들어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 다음에는 어려운 이들이 먹을거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을 운영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시기였던 1998년 1월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푸드뱅크를 열었으며 이제는 소규모 도시까지 확장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302개소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푸드뱅크는 식품제조기업 또는 개인 등 기탁자들로부터 식품을 기부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노숙자쉼터·사회복지시설·결식아동·무료급식소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식품을 지원한다. 한 해 동안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을 지원받는 이용자는 약 13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 경제위기로 인해 오늘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채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하는 사람들이 더 늘었다. 특히 부모의 실직으로 인해 결식아동이 늘어나 30만명 이상의 아동이 끼니를 거르고 있다. 게다가 무의탁 노년층의 끼니 거름 또한 지나칠 수 없는 일이다. 푸드뱅크는 바로 먹을거리를 통한 사랑 나눔을 실천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푸드마켓이 여기저기 생기고 있다. 푸드마켓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이곳에 방문해 필요한 물품을 직접 선택하고 무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푸드뱅크는 기탁받은 식품을 일괄적으로 배분하기 때문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필요할 때 바로 제공받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푸드마켓이다.

    푸드마켓 이용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은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이다. 이들은 지역의 푸드마켓 회원으로 가입해 월 1회 일정 한도 내에서 필요한 물건을 가져갈 수 있다. 푸드마켓은 일반적인 마켓처럼 식품류와 생필품류를 진열해놓고 있다. 주로 공산품이 많은데 세제·참기름·고추장·라면 등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때로는 인기 품목이 너무 빨리 떨어지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먹을거리를 통한 나눔은 성금전달 방식의 기부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게다가 어떻게 기부를 해야 하는지 몰라 막연하게 힘들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간단하다. 손을 대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음식이 있다면 푸드뱅크에 바로 연락하면 된다. 그러면 푸드뱅크 관계자들이 찾아와 기부자 등록도 해주고 기부물품을 유통기한 내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바로 전달한다. 양이 많지 않더라도 좋다. 사은품으로 받은 식품이나 생필품, 쌀·채소·과일·생선·간식 등 어떠한 먹을거리라도 좋다.

    많은 양을 기부할 수 있는 기부처들, 예를 들어 식품회사나 제과점은 기탁물품 전액에 대한 손비처리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법령이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성금 기탁에 뒤지지 않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먹을거리를 통한 사랑 나눔이 올 연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연말 기부가 예년 같지 않다고 한다. 당장 굶주림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의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에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정한진(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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