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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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① 통영 두미도(頭尾島)

푸름을 더한 겨울바다는 아름다웠다
욕지도서 뱃길로 30여 분 달리면 도착

  • 기사입력 : 2009-12-31 10:2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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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미 북구항


    남구마을



    바다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두미도.


    두미도 남구마을 부둣가 선착장에서 하얀 뱃살을 드러낸 물메기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꾸덕꾸덕 말라간다.


    청국장을 찧고 있는 동네 아주머니.

    신라의 투구를 쓰고

    향 피운 청동항아리 품안으며

    연화대(蓮花臺)를 받들고 오르는 물안개

    칭얼대는 체념을 습습한 비애를

    내리치는 고뇌를 그대로 걸음하며

    물살의 미소는 천왕봉(天旺峰)을 오르고 있네

    (중략)

    따리 내리고 닻 올린 통배 한발로 밀어

    쉰자리 꽃밭등 보며 감발로 펄럭이며

    절개(寺浦)에 사는 아제 아제를 부르며

    닿는 바다 안개여

    장군수(將軍水) 마셔서 술을 깨워라

    오늘은 바다가 먼저 웃어 넘겨도

    바다에서 그물을 잡고 만나야 하네

    해장국 끓여 찌든 소금끼를 벗겨야 하네

    꼬슬꼬슬 뱃밥 나누며

    노을에 단풍잎 뜨는 바다에 살아야 하네

    - 차영한 ‘두미섬’ 중에서

    본지는 ‘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이라는 제목으로 올 한 해 남해안의 아름다운 섬을 찾아가 그곳의 경치와 풍습은 물론 터전을 일구며 살고 있는 섬사람들의 생활상, 섬의 유래 등을 소개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경남의 아름다운 섬들이 제대로 독자들에게 알려져 전국의 많은 국민들이 다도해의 절경들을 제대로 감상하기를 기대해 본다.

    (제자(題字)는 경남도청 공보관실에 근무하는 허중자(虛中子) 윤판기 선생이 자신이 창작한 물결체로 썼습니다.)

    통영시 욕지면 섬 무리들 중 가장 북쪽에 떠 있는 섬 ‘두미도(頭尾島)’.

    통영항에서 뱃길로 34km 지점의 작은 섬(4.430㎢)이지만 욕지면 내에서는 두 번째로 큰 섬에 속하는 아름다운 섬이다.

    섬 중앙의 천왕산(467m)은 남해안의 섬들 가운데 가장 높아 산 정상에 오르면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섬 산이면서도 육지 못지않게 산세가 옹골지며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 내내 바다에 흩뿌려진 때깔 좋은 섬들이 눈에서 벗어나지 않는 조망권이 일품이다.

    두미도는 원래 둔미(屯彌)섬·디미섬이라 불렸는데 섬의 모양이 큰 머리의 아래편에 작은 꼬리가 달려 있는 형상을 닮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연화(蓮花)세계의 두미도를 욕지(浴知)코자 하거든 세존(世尊)에게 여쭈어 보라’는 불경에서 딴 지명이라는 민간어원설이 전한다.

    이처럼 두미도는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자기 안에 숨겨진 다양한 얼굴의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푸름을 더한 겨울바다는 차갑지만 아름답다.

    이른 아침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어민들의 활기찬 모습은 추위에 웅크린 우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준다.

    오전 10시, ‘구르릉’ 굉음을 내며 통영 삼덕항을 빠져나온 정기선 ‘욕지영동고속’은 섬과 섬 사이를 가로질러 욕지도로 향한다.

    원래 두미도로 향하는 뱃길은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6시50분과 오후 1시40분 1일 2회 왕복 운항하는 ‘바다랑호’에 승선하는 것이지만 이날은 사정상 통영 삼덕항에서 출발하는 배편을 이용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항해를 시작한 배는 이내 남해안의 비경이 숨겨진 곳으로 달린다. 추도, 부지도, 연대도, 만지도, 우도, 연화도, 노대도 등 이름조차 알 수 없는 다도해의 많은 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선미에 나와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고 있으려니 차가운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1시간여 만에 도착한 욕지도에서 임시로 마련한 배를 다시 갈아탄 후 30여 분 거리의 두미도로 향했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두미도 북구 선착장에 이르니 마을 주민 4~5명이 모여 제철을 맞은 물메기 통발 작업이 한창이다.

    주민들은 오랜만에 섬을 찾은 외지인의 방문이 반가운지 “어디서 오셨소”라며 반갑게 말을 건넨다.

    어업이 주업인 주민들은 겨울엔 물메기, 여름과 가을에는 서대, 갈치, 갑오징어, 봄이면 도다리, 가오리 등을 잡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파도가 거세 양식업은 꿈도 못꾼다. 어민들은 양식업은 고사하고 배들이 거센 파도를 피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방파제를 갖는 것이 소원이란다.

    두미 남구와 북구로 나눠지는 두미도는 북구에 25가구 40여명이, 남구에 35가구 70여 명이 살고 있지만 마을은 북구가 더 크다. 1889년 통영에 사는 문덕삼의 부친과 김하인 등이 처음 남구 마을을 개척하였다고 전하지만 이후 남해 사람들이 섬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때문에 두미도는 행정구역으로는 통영에 속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생활권은 삼천포다. 장날(4·9일) 물건을 사러 갈 때도 삼천포로 가고, 고기를 팔러 갈 때도 삼천포로 간다. 배편은 평상시에는 두미도에서 회항하는 바다랑호가 장날에는 삼천포까지 항로를 이어준다.

    바닷가를 따라 마을회관 앞에 이르니 ‘두미개척 100주년 기념비’가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북구마을 이장 강도평(69)씨는 “해방 직후 130가구 720여 명의 주민이 살던 두미도는 현재 남구·북구를 모두 합해 70여 가구 110여 명만이 살고 있다”며 “이마저도 대부분 노령화되면서 소일거리로 고구마와 마늘을 심어 자식들에게 나눠주는 정도다”고 말한다. 1996년에 기념비가 세워졌으니 벌써 100년하고도 14년이 지났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해풍을 막아주듯 들어선 동백숲이 길을 따라 펼쳐져 있다. 이곳의 동백은 상당수가 수령 수십 수백년은 족히 되는 듯하다.

    마을 이장은 “두미도의 동백은 빛깔이 유난히 곱고 진하며 약간은 검붉은 색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고 설명한다.

    마을 언덕 위의 새하얀 건물 ‘두미교회’가 유독 눈에 띈다. 예전엔 교인들이 많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거의 없단다.

    하천변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최막심·80) 한 분이 앉아 열심히 자망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살며시 다가서자 할머니는 “어디서 왔소, 날씨가 추운데 옷은 따뜻하게 입었능교, 점심은 먹고…, 우리집에 가서 따뜻한 커피 한 잔 하고 가세나.” 이것저것 물으며 들려주시는 할머니의 구수한 입담이 정겹다. 이곳은 아직도 시골 인심 그대로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형성된 마을을 돌아본 후 돌아서는데 담너머로 마을 아주머니 두 분이 햇볕이 따사로운 처마 밑 한편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찧고 있다.

    “뭐예요”라며 말을 건네자 아주머니들은 “청국장”이라 답한다.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청국장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마을 아주머니들은 북구마을의 자랑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라며 바가지에 물을 한가득 담아 건넨다. 천왕산 자락에서 흘러내리는 샘물은 다른 섬에 비해 물맛이 아주 깔끔하단다.

    마을 학리길을 지나 큰골길로 접어든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지나 산 너머 두미 남구로 가는 산길이다. 요즘은 마을 주민들이 어선 등을 이용하기에 두미도에서 굳이 몇 개의 고개를 넘어 산길을 지나다니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두미 북구와 남구를 이어주는 옛길은 뭍에서 온 여행자들이나 다니는 길이 되어버렸다.

    임도를 따라 이어진 1.4km 구간은 평탄한 코스다. 하지만 나머지 1km 구간은 옛길 그대로다. 산길 중간에 있는 마을 전체가 폐가로 변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산길을 걷는 동안 마을 주민들이 전해준 산돼지 출몰 소식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세 개의 고개를 지나 마침내 도착한 두미 남구마을.

    산길을 벗어나 두미 남구에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은 섬 아이들이다. 전교생이 4명뿐인 원량초등학교 두남분교의 김규민(1년)·김유리(5년), 장현준(3년)·장진성(2년) 형제들. 아이들은 외지인의 방문이 어색한지 이름을 묻자 “왜 물어요, 아저씨 어디서 오셨는데요”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바닷물이 맑고 해양생태계가 잘 보존돼 2007년 경상남도 지원 사업 해양생태공원에 선정된 두미도는 2011년까지 20억원을 투입해 해저생태체험지구로 조성 중이다. 이미 1~2단계는 마무리돼 스쿠버 교육과 장비 탈의, 식사와 숙식을 할 수 있는 2층 규모의 마린센터와 다이버숍, 소공원 전망대 등이 설치됐다.

    두미남구 마을이장 정성진(54)씨는 “올 4월쯤 마린센터 개장식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스쿠버 다이버들과 관광객, 낚시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며 “더욱이 올해는 등산로와 해안산책로 조성을 마무리해 두미도를 통영의 스쿠버 명소로 가꾸어 나갈 계획이다”고 말한다.

    남구마을 역시 수백년은 된 듯한 동백숲이 마을 초입부터 지천에 널렸다. 보기 드문 백(白)동백도 꽃망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부둣가 선착장에는 하얀 뱃살을 드러낸 물메기들이 해풍을 맞으며 말라간다.

    돌아오는 뱃길은 파도가 거세다. 바람 부는 날의 바다는 예측불허다. 섬은 오전에 날씨가 좋다가도 바람이 불어 파도가 거세지면 배를 움직일 수 없어 발이 묶인다.

    여객선은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2회(오전 6시50분, 오후 1시40분) 운항한다. 그러나 두미도를 오가는 바다랑호는 삼천포 장날인 4·9일은 운항 시간이 바뀐다. 미리 배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통영여객선터미널 ☏642-0116~7.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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