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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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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마창진 통합의 걸림돌- 전수식(전 마산부시장)

  • 기사입력 : 2010-01-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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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행과정에서의 논란도 있었고, 아직 법 제정의 마무리 수순이 남아 있지만 마창진 통합은 기정사실화되었다. 곧 구성될 통합준비위는 6개월여의 활동기간 동안 갈등과 대립을 원만히 조정해 순조롭게 출항했으면 한다.

    그동안 짧게는 30년, 길게는 60년 가까이 별도의 자치단체로서 기능을 해왔기 때문에 실질적 통합에는 많은 어려움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우선 통합시의 명칭, 소재지, 통합예산 편성 등이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고, 공무원 기구·정원 개편, 읍면동 통폐합, 산하기관 재편도 뒤따라야 한다.

    그 밖에 3개 시가 지원하는 공적인 성격의 민간기구도 통합이 되어야 하고, 심지어 순수한 민간조직들도 이합집산을 거쳐 거대한 조직의 개편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분명한 한 가지 원칙은 조직의 슬림화를 통한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엄격한 조직진단을 통해 방만하고 불요불급한 조직은 과감히 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첫 출발 때 적당히 하고 넘어가면 뒷감당이 어렵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그런데 최근 한창 통합이 무르익어가는 시점에 이와는 정반대의 일들이 추진되고 있어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12월 15일 창원에서는 창원문화원 기공식이 열렸다. 얼마 후면 역사민속박물관도 설계를 끝내고 착공한다고 한다. 모두 합쳐 16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현재 진해는 문화원 청사가 있고, 마산은 운동장 내에 곁방살이를 하고 있다. 앞으로 통합이 되면 인구 110만명의 통합 문화원 청사가 필요할 텐데, 3개 시와 의논도 없이 지금 이 시점에서 꼭 착공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리고 역사민속박물관도 3개 시를 아우르는 규모가 되어야 하므로 시간을 두고 추진하는 게 맞다고 본다.

    마산시도 다를 바 없다. 3개 시 통합을 주도해 왔다고 하면서 지난 3년 동안 문화, 동서, 합포, 구암2동의 주민자치센터를 신축했고, 건축비만 60억원을 쏟아부었다. 창원은 대동제를 실시해 15개 읍면동이고, 마산은 인구가 10만여 명이 적은데도 32개 읍면동이다.

    통합이 되면 당연히 마산의 읍면동 통합을 요구할 것이고,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그럴 경우 최근 신축한 자치센터가 포함되면 그 낭비를 어찌할 것인지, 그때는 뭐라고 변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게다가 이번 시의회 정기회에 마산시는 서기관급인 문화체육시설사업소 설치를 위한 조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다행히 보류되었다. 당장 통합시의 기구·정원 문제를 통합준비위에서 논의할 텐데, 왜 이제 와서 굳이 국장급 기구를 신설하려는지 이해 가질 않는다.

    앞에서 열거한 이런 사례들이 작게 보이지만 통합의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현 단체장들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거나 통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이 아니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모름지기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예산은 내 돈을 쓰듯 아껴 써야 한다. 자기 돈을 1000만원이라도 써야 할 일이 생긴다면, 아마 수십 번을 고민하면서 결정할 것이다.

    시민의 혈세를 그렇게 쉽게 써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것이 통합 후를 생각하지 않고 하는 일이라면 더욱 문제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일은 고치는 게 옳다고 본다.

    전수식(전 마산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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