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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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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통합시 새 문패 달기- 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10-01-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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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 108만명, 서울 면적의 1.2배, 지역내총생산(GRDP) 21조7639억원. 공업도시 창원과 항구도시 마산, 그리고 자연 풍광이 뛰어난 벚꽃단지 진해가 한데 뭉쳐진 외견상의 모습이다. 오는 7월 1일이면 통합시는 단숨에 전국 8대 도시로 급부상하고 울산이나 광주, 대전 같은 광역시 수준을 넘보게 된다. 수도권에 맞대응할 수 있는 남해안 시대 동남권 핵심도시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오랜 역사와 경제적 자족 기능을 가진 도시끼리의 자율통합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지역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가슴 뿌듯하다.

    이제부터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덩치에 걸맞은 실속을 챙길 수 있다. 당장은 3개 시가 어우러질 둥지를 찾아야 하고 이에 앞서 새 문패에 새길 이름을 정해야 한다. 연초 발족된 통합시준비위원회가 이 작업을 맡았다. 통합준비위의 역할과 책무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즈음 그간 각종 언론에 보도된 ‘이름짓기’ 양상을 상기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될 듯하다. ‘마창진’에서 시작돼 ‘창마진’에다 ‘진창마’까지 나왔다. 끝자를 떼어내 ‘산해원’, ‘창해산’, ‘원해산’이란 지명도 제기됐다. 새 이름에 어떻게든 자신이 살던 지명을 끼워 넣으려는 지역민들의 열망이 묻어난다. 이참에 제3의 이름을 짓자는 의견도 심심찮다. 보기에 따라선 혼란스럽기도 하겠지만 시끄러우면서도 질서를 찾아가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의식이 성숙해졌다는 방증일 것이고, 더욱이 해당 시와 지역민들의 지역사랑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우선 창원은 ‘뿌리론’으로 집약할 수 있겠다. 창원시는 조선조 태종 8년(서기 1408년 7월) 의창현(지금의 창원)의 昌(창)과 회원현(지금의 마산)의 原(원)을 따 ‘창원부’로 명명됐고 선조 34년(1601년)에 昌原大都護府(창원대도호부)로 승격돼 이미 600년 전 ‘창원’이란 명칭이 역사에 올라 있다는 주장이다.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1914년 마산포 개항과 함께 ‘마산부’가 뒤를 이은 데다 진해 역시 창원부에 속해 있다 1955년 창원군 진해읍이 진해시로 승격됐던 점을 들어 3개 시 지명(地名)의 뿌리는 창원이라는 것이다.

    마산은 ‘맏형론’을 들고 있다. 1949년 시로 승격된 마산시는 시 관할 창원지구출장소와 의창동이 합쳐 1980년 4월 1일 창원시가 탄생돼 창원이 마산에서 ‘분가’했다는 입장이다. 또 자율통합을 가장 먼저 주장했고 각 시의 머리글자를 딴다면 오래전부터 불러 오고 3개 시 주민 등이 이미 익숙한 ‘마창진’이 통합시를 상징하는 데 적합한 이름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성지로서의 자부심도 높아 ‘마산’에 대한 애착 또한 강하다.

    진해는 ‘미래비전론’으로 볼 수 있다. 진해시는 마산은 과거, 창원은 현재의 도시지만 진해는 지역 내 신항과 더불어 물류·항만 기능을 비롯해 관광·해양·레저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미래의 도시임을 강조하고 있다. 전국 제일의 벚꽃단지와 온화한 기후, 청정해역,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등 발전 잠재력과 인자가 풍부해 각종 자료마다 ‘진창마’로 표기하며 자존심을 내세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행정안전부는 통합시의 이름을 잠정적으로 ‘창원마산진해시’로 정했다. 촌스럽다. 지역사랑이 지나쳐 고집이 되고 억지를 부린다면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통합준비위는 일단 1월 말까지 통합시의 명칭을 확정해야 한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자율통합을 이끌어낸 저력에 비춰 ‘합의’를 못 이룰 리 없을 것이다. 통합준비위의 지혜와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다면 새 문패로 ‘義昌市’(의창시)가 어떨까 싶다. 선조 때 창원대도호부로 된 것은 임란 동안 관민이 합심해 왜군에 항쟁한 포상의 승격이었고, 일제 때 지역민들은 신마산 일본 상권에 맞서 구마산 상권을 지켰다. 특히 3·15와 10·18 마산항쟁으로 이어진 의기는 ‘義’를 붙이기에 손색이 없다. ‘昌’은 세계로, 미래로 뻗어 가는 도시를 뜻한다. 행정적으로도 ‘義昌’은 생소하지 않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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