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20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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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④ 통영 연대도

붉은해 삼키는 다도해의 솔섬
섬이 품은 역사 ‘봉화대’ 섬이 만든 맛 ‘볼락김치’

  • 기사입력 : 2010-0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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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연대도 몽돌해변의 큰 솔섬과 작은 솔섬 사이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섬마을 주민들이 일몰을 보지 않으면 후회한다고 해서 마지막 여객선을 포기하고 담은 장면이다.


    ‘곳곳에 숨은 비경을 간직한 섬 연대도.’

    통영항에서 남서쪽으로 18㎞. 뱃길로 1시간 거리에 우뚝 솟아 있는 섬이 연대도다. 본섬만 면적 773㎡, 해안선 길이 45㎞, 최고점 220m이며 외부지도, 내부지도 등 2개의 위성섬으로 이뤄진 아주 작은 섬이다.

    100명 남짓 인구가 거주하는 작은 마을이 자리 잡은 아주 조그만 섬이지만 섬을 둘러보는 동안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 ‘볼거리가 많은 섬’이다.

    배를 타고 연대도에 도착하니 북쪽으로 자리 잡은 마을 연곡리가 가장 먼저 손님들을 맞이했다. 연대도는 만지도, 내부지도, 학림도 등 주변 섬들에 둘러싸여 있다.

    마을에 내려 바다를 바라보면 주변 섬들의 빼어난 풍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연곡리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 모습을 갖추고 있다. 작은 부두에 줄지어 정박한 낚시 어선들이 작은 파도에 몸을 맞긴 채 평화롭게 몸을 흔드는 풍경은 ‘섬에 도착했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만든다.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섬이다 보니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하다. ‘경계’가 아닌 따뜻한 ‘관심’이다.

    “어떻게 오셨어요. 이 추운 날씨에….” “겨울에는 별로 볼 게 없을 건데. 추운데 고생이네.”

    낯선 이를 대하는 마을 주민들의 인사가 정겹다.

    “산에 올라 봉화대를 보고, 몽돌해수욕장 등을 둘러보면 좋습니다.”

    마을 이장 최두기(65)씨의 설명대로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연대도 봉화대

    볼락 무김치

    봉화대가 있는 섬 정상에 오르는 동안 연대도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을 지나 가파른 산길에 닿으면 주민들이 일궈 놓은 밭이 펼쳐져 있다. 몽돌벽을 쌓아 만들어 놓은 밭에는 쪽파, 마늘, 시금치, 상추 등이 심어져 있는데, 주민들은 자신들이 먹을 만큼만 기르고 있단다. 주민들이 줄어들고, 고령화된 탓일까. 마을 뒤편으로 계단식으로 이뤄진 밭이 넓게 퍼져 있지만 이 중 3분의 2는 휴경지로 남아 있다.

    경작지를 지나면 대나무 숲이 터널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산을 오르면서 흘렸던 땀방울이 식을 만큼 시원함이 느껴졌다. 대나무 숲 초입은 섬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한눈에 섬을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몽돌해수욕장과 연대도에서 파생된 작은 솔섬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소나무를 덮어쓴 두 솔섬은 “저것 보라”며 옆 사람이 팔을 이끌 만큼 예쁘다.

    바위섬의 아름다움에 뺏긴 시선을 돌려 대나무 숲길을 20여 분간 오르자 산 정상의 봉화대에 이르렀다.

    연대도는 비록 작은 섬이지만 그 역사적 가치는 매우 크다. 이곳 봉화대는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영의 수군들이 왜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한 설치한 연대(煙臺; 봉화대)이다. 연대도라는 지명의 유래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봉화대에서 매년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올린다. 제단은 금줄을 설치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산 정상에서는 섬 주위로 펼쳐진 바다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서쪽으로 멀리 욕지도, 반대편인 동쪽으로는 한산도가 바다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원근감이 잘 드러난 한 폭의 그림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풍경이다.

    작은 섬이지만 연대도에는 조그만 해수욕장도 2개나 있다. 마을 골목을 따라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어느샌가 마을 뒤편 몽돌해수욕장과 만나게 된다. 이곳은 외지에서 아는 사람들만 즐겨 찾는 명소다.

    조용한 어촌마을이 여름 한 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것은 이곳 몽돌해변 때문이다. 여름이면 잔잔한 파도와 맑은 물로 해수욕을 하기에 적격이다.

    섬의 오른쪽 끝자락으로 걷다 보면 폐교와 모래해변이 나타난다. 이곳은 아직 해수욕장으로 정비되지는 않았다.

    연대도 주민들은 볼락 양식과 낚시로 생계를 이어간다. 돔, 농어 등 고급 어종을 주로 취급하지만 겨울에는 볼락을 낚아 생활할 만큼 어획량이 많은 편이다. 연대도 주민들은 겨울 음식으로 무김치에 볼락을 삭혀 먹는데 뼈까지 삭힌 볼락의 맛이 일품이다.

    이들은 그물이나 통발로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배를 타고 연대도 주변 해상으로 나가 100% 손낚시를 한다.

    한 어민이 바다에서 일을 마치고 항구에 들어오자 마중나왔던 개가 마을로 앞장서고 있다.

    서태욱(67)씨는 “우리 연대도는 굳이 그물로 잡지 않아도 될 만큼 어획량이 풍부하고, 예부터 내려오는 어획 방법이다 보니 지금도 낚시로 잡는다”면서 “섬 주변에 물메기도 많이 나지만 욕심내지 않고 볼락, 돔, 농어만 잡는다”고 전했다.

    지금은 어획량이 많이 줄어든 편이지만, 30~40년 전만 해도 연대도는 부자섬이었다. 어획량이 많고, 전복 등 해산물도 풍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여유 때문인지 마을 주민들은 굳이 어획에 욕심내지 않고 전통적인 낚시를 고집하고 있다.

    연대도 주민들의 자랑은 ‘연대도 낙조’다. 주민 이상도(55)씨는 “연대도에 왔으면 낙조를 봐야지. 달아공원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멋지다니까”라며 손님의 팔을 이끌었다. ‘얼마나 낙조가 멋지기에 마지막 여객선까지 못 타게 만드냐’는 생각에 주민을 따라 낙조 감상에 나섰다. 시시각각 변하는 낙조 시간을 주민들은 기상청보다 더 정확히 꿰고 있었다.

    마을 뒤편 산 중턱과 마을 통신탑 앞에서 몽돌해수욕장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이 연대도 낙조의 포인트다.

    주민들이 일러준 낙조 시간인 오후 5시20분이 가까워오자 붉은 태양이 서서히 바다를 적셔오기 시작했다. 몽돌해수욕장의 두 솔섬 사이로 해가 들어오더니 넓게 펼쳐진 바다가 붉은 카펫으로 변했다. 주민들이 공언한 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해는 바다 밑으로 숨어 버렸다.

    마을 부녀회장 손선희(53)씨는 “우리 섬과 가까운 달아공원에서 보는 낙조도 멋지지만 다양한 모습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연대도 낙조가 더 장관이다”면서 “우리 섬에 들어왔으면 낙조를 꼭 보고 가야 한다”고 자랑했다.

    연대도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자랑과 사랑은 대단하다. 최두기 이장은 “추위 때문에 겨울철 섬 생활이 어렵지만 겨울철 3~4개월을 제외하고는 연대도가 지상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연대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냈다.

    글=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가는 길= 통영여객선터미널 한려페리호 오전 7시, 오후 2시 두 차례 운행. 1시간 소요.

    통영 연대도 정상에서 본 마을 전경. 마을 뒤로 보이는 섬이 만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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