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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10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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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도시에서 농사를 짓다- 정한진(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

  • 기사입력 : 2010-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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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에 살면서 텃밭 농사를 짓는 이들이 많아졌다. 집 근처에 있는 노는 땅에 상추며 고추, 김장채소 등을 기른다. 또 주말농장도 있다. 도심에서 벗어나 있는 공한지를 활용한 주말농장은 인기가 많아 텃밭을 분양받으려는 이들이 넘쳐난다. 직접 농사지어 싱싱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연친화적인 활동은 정서적으로 좋고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도 높여준다.

    최근 ‘도시농업’이란 말을 접할 수 있다. 말 그대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해석은 부족해 보인다. 도시 내의 주택가에 뿔뿔이 흩어진 조각 토지들, 학교나 공장의 인접지, 건물의 옥상과 발코니 등을 이용하여 생태적 농법에 따라 농산물을 생산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물론 농사를 짓는 주체, 농법, 농사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도시농업은 개별적인 텃밭 가꾸기나 주말농장 농사보다 여러 가지로 더 적극적인 의미를 갖는다. 먼저 도시농업은 도시의 생태계를 유지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공한지로 놔두기보다는 농사를 지음으로써 표토 유실을 줄이고 도시 내에서 물 순환에 도움을 준다. 또한 공한지가 쓰레기 무단 투기장화되는 것을 방지해 토양오염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농업은 모든 공간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회색 도시에 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운동이며, 도시에 자연생태계의 요소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공한지를 방치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며, 무조건 아스팔트로 덮어 주차장 등으로 이용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도시농업은 지상뿐만 아니라 건물의 공간도 활용할 수 있다.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적 효과도 낳을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옥상 100㎡를 녹화했을 때 매년 2㎏의 오염물질을 줄이는 효과가 있고 성인 2명이 호흡할 수 있는 산소가 생산된다고 한다. 아울러 도시기온을 낮추어 도심 열섬화 현상을 완화시킨다. 옥상의 녹화는 경제적 효과도 낳는다. 학교와 같은 건물의 옥상을 농원으로 조성하면 단열효과를 통한 냉난방비 절약은 상당하다. 기온이 30도를 넘는 여름에 옥상 콘크리트 표면은 50도에 이른다. 여기에 채소와 같은 식물을 심고 가꾸어 활용한다면 옥상표면의 온도는 26~27도를 유지할 수 있다.

    뉴욕에서는 30년 전부터 ‘그린 게릴라’라 불리는 민간 조직이 600개의 도시텃밭을 조성했다. 영국 런던도 기후조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도시농업이 활성화되어 있다. 현재 런던에는 737개의 도시텃밭이 있고 3만명의 시민이 임대텃밭에 농사를 짓고 있으며, 자신의 집 정원에서 농사를 짓는 가구도 상당수에 이른다. 일본 도쿄에서는 땅이 좁기 때문에 건물 지하나 옥상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텃밭에서 가꾼 농작물을 팔 수 있는 ‘시민농원’에 노년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도시농업은 노년층을 수급대상이 아닌 생산 활동의 주체로 세우는 데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농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지자체들이 있다. 광명시의 경우 도시에서 농사짓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도시농업’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창원시는 녹색농촌체험마을을 조성하여 시민들에게 자연친화적인 여가활동, 다양한 농촌·문화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도시 외곽의 농지를 이용하여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여성들과 함께 자활영농사업단을 꾸려 농사를 짓고 있는 민간 주도 공동체도 있다. 도시의 삶에서 밀려난 이들이 농사를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삶의 가치를 찾아 가고 있다. 실업자나 노숙자를 위한 자활프로그램으로서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도시농업은 건강증진과 여가생활의 증진을 넘어서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 가치와 효과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고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정한진(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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