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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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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담쟁이덩굴이 사는 것처럼- 박봉련(마산시 완월동 청구아파트)

  • 기사입력 : 2010-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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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이든 동물이든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포도과의 담쟁이덩굴은 어떻게 살아갈까. 담쟁이는 보조 뿌리에 해당하는 부정근(不定根)을 이용해서 벽을 타고 올라간다. 이른 봄 담쟁이가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주 가느다란 부정근을 벽에 붙이고 잎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지만 절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성(聖)스럽다.

    요즘은 담쟁이를 이용한 녹화를 좋아한다. 담쟁이의 치열한 삶 덕분에 녹화가 가능한데 이런 방식을 택하면 에너지를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담쟁이를 통한 벽면 녹화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역할도 하지만 추한 모습을 감싸주는 역할도 한다. 고속도로 주변 소음 방지벽에 담쟁이를 심는 것도 보기 흉한 모습을 가리기 위한 것이다.

    담쟁이는 이런 역할 때문에 지금(地錦)이라 불린다. 지금은 땅의 비단이라는 뜻이니 아름다운 이름이다. 담쟁이덩굴의 또 다른 이름은 파산호(爬山虎)이다. 산에 오르는 호랑이라는 뜻이니 그만큼 호랑이처럼 강한 녀석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담쟁이는 우리에게 세상살이가 ‘더불어 삶’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러나 이 세상은 온통 무한경쟁만이 살길이라 외친다. 생태계는 결코 무한경쟁으로 유지될 수 없다. 이 땅의 생명체는 다양한 종이 각자 건강하게 살아갈 때만 존재할 수 있다. 생명체의 건강한 삶은 결코 혼자서는 유지할 수 없다. 담쟁이가 소나무에 기대어 살고 소나무가 땅에 기대어 살아가듯이 모든 생명체는 언제나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우리 지역은 3개 시 통합이라는 큰 과업을 놓고 통합시의 명칭이며 청사 소재지며 민감한 사안을 통합준비위에서 곧 결론을 내야 하는 단계에 있다. 같은 시 안에서도 잘사는 지역도 있고 살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 통합이라는 명제 하에서는 모두를 보듬고 가야 한다. 잘사는 사람도 시민이고 어려운 사람도 시민이다. 조금 더 가졌다고 으스댈 필요는 더더욱 없다.

    통합시민들은 지역 간의 이기, 감정을 내세우기보다 크게 보고 길게 보며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되 서로서로 양보하여 담쟁이덩굴이 사는 것처럼 서로 기대어 더불어 사는 삶으로 추한 것은 덮어주고 중복되어 무거운 부분은 잘라내어 훌륭한 통합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봉련(마산시 완월동 청구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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