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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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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부자 됩시다- 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10-02-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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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시인 쉴러가 일상 속 시간의 흐름을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며, 과거는 내 마음에 정지해 있다’고 절묘하게 표현한 적이 있다.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강물이 흐르듯 쉼 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굳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으랴마는 그것은 무정한 세월이 무심하게 우리 곁을 지나가더라도 그 속에 배어 있는 슬픔과 기쁨, 그리고 절실한 사연들은 결코 무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우리네 가슴을 설레게 한다. 설날은 역시 민족의 대명절로,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임을 각인시켜 주었다. 설날, 몇몇 지인들에게 올해는 부자가 되자는 덕담을 했다. 50 중반을 넘은 나이에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고 할지 몰라도 더 늦기 전에 인생 2막에 도전하라는 뜻이었다. 종래 인생 70을 드물다고 고희(古稀)라고 했지만, 준비 없이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재앙’인 사람들이 흔하게 눈에 띄기 때문이었다.

    일찍이 미국 소설가 피츠제럴드가 ‘부유한 소년’에서 썼듯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은 당신이나 나와는 완전히 다른 부류의 사람이다. 노후전선에 이상 없고 자손 대대로 ‘놀부’(놀아도 부자)라는 얘기다. ‘제로섬 사회’로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경제학자 서로우도 연전에 쓴 ‘지식의 지배’에서 돈의 위대함(?)을 적고 있다. 그는 부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예컨대 부자는 남을 고용, 해고, 승진, 좌천시킬 수 있고 사업을 시작했다가도 그만둘 수 있다. 주위의 물적, 인적 환경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다.

    부자가 되는 것은 이론상으론 어렵지 않다. 돈의 성질을 알면 된다. 우선 돌고 도는 돈의 길목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길목만 지켰다간 돈이 비켜 간다. 부자가 된 이들은 흔히 주변에서 누군가가 도와주었고, 운(運)이 좋아 부자가 됐다고들 한다. ‘관계망’과 ‘운’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관계란 다른 것을 향해 열려 있는 상태고 다른 것과 소통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계를 맺되 고객을 대하듯 성심성의를 다하는 자세다. ‘고객’은 ‘손님’이고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해당된다. 농민에게는 도시인이,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가 고객일 수 있다. 누구라도 고객으로 섬길 수 있다면 목표한 부의 절반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자기 혼자 잘났다고 부를 쌓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부를 얻기 위해선 때론 주위의 희생이 따른다. 이를 외면하고 간과한다면 부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 그저 운이 좋은 것만으론 부를 획득할 수 없다. ‘운칠기삼’이든 그 반대이든 운을 적시에 활용할 수 있는 재능을 갖춰야 하고, 눈치 또한 있어야 하고 추진력과 인내도 필요하다.

    절약은 부를 키우는 ‘보약’(補藥)이다. 옛말에 큰 부자는 하늘이 만들고 작은 부자는 사람이 만든다고 했다. 달리 표현하면 머니게임을 통한 대박을 꿈꾸기보다 100% 수익률이 보장된 자신의 소득에 의존하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아껴 쓰고 쪼개 쓰고 쉼 없이 한 푼 두 푼 모으는 것이 부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돈은 또 사람을 돌게 하는 성질도 있다. 돈에 무슨 특별한 색깔과 냄새가 있을까마는 ‘검은 돈’과 ‘구린 돈’을 가릴 줄 아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자칫 이를 덥썩 집었다가는 애써 쌓아놓은 부에 망조가 들 수 있다.

    연초에 작심삼일(作心三日)을 경험하곤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고 했지만 간 만큼 갔다고 할 수 있다. 작심삼일이면 어떤가. 그만큼 가치가 있다. 이를 반복하다 보면 일 년의 절반을 챙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오늘 글은 새천년에 계획했다 이루지 못한 필자의 ‘반성문’이기도 하다. 독자님들, 국운이 상승한다는데 마음 다잡아 먹고 부자 됩시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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