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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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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욕망에 대한 반성- 이덕진(창원전문대학 장례복지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0-03-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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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삶은 필연적으로 욕망을 수반한다. 전통사회와 비교할 때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욕망하는 인간’의 긍정이다.

    이제 욕망은 더 이상 금기시되거나 죄악시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성의 자연스러운 표출로 이해된다. 그 결과 현대처럼, 마치 광풍(狂風)과도 같은, 욕망이 널리 긍정되고 조장되어지던 시대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에도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현대사회의 욕망방정식은 욕망의 재창출이 바로 ‘행복지수’를 높여서 우리의 행복한 삶을 보장할 것이라는 공식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욕망이 인류사회의 무한한 진보와 가능성을 담보해준다고 주장한다. 주지하듯이 그러한 사유체계와 맞물려 있는 것이 자본주의이고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서, 그 반대되는 결과인 상대적인 의미에서의 ‘빈곤지수’를 양산하고 있어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개인들에게 ‘불행한 삶’을 제공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욕망을 무한 조장하는 이 사회와 우리의 태도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 전통종교 중의 하나인 불교가 욕망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그 종교적 성향과는 별도로, 우리에게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불교는 모든 욕망을 부정한 종교, 또는 경제적인 활동에 매우 소극적이거나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는 종교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불교에서는 물질적 충족 등의 욕망을 결코 악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경은 “어떤 괴로움이 가장 무거운가 하면, 빈궁의 괴로움이다. 차라리 죽는 괴로움을 받을지언정 빈궁하게 살지는 않으리라”라고 설파한다. 불교가 오히려 가난을 인류의 적으로 보고 있으며, 욕망에 대해서 긍정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불교의 선지식들은 욕망을 가진 주인공인 인간이 영위하는, 우리의 삶 그 자체가 바로 부처의 삶이며,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우리가 사는 세상 그곳이 바로 불국토라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욕망 없는 인생을 궁극적인 이상으로 추구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양(止揚)해야 마땅한 대상으로 여긴다. 불교의 이상향은 창조적 충동인 욕망이 활발하게 발휘된 인간들의 땅에 있지, 욕망이 절멸된 회색빛 인간들이 사는 땅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불교가 이윤의 무한추구까지를 인정한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 ‘내 것’이라는 생각은 숱한 이기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바, 이것을 제어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불경 속에 수없이 언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는 욕망의 ‘양적 추구’를 경계하고 ‘질적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불교는 현대의 자본주의처럼 물화(物化)되고 양화(量化)된 욕망을 조장하지 않는다. 불교는 물화되거나 양화된 욕망은 미망(迷妄)에 불과해서 우리를 불행하게 할 뿐이기 때문에, 이러한 욕망에 휘둘리지 말고, 욕망 속에 있으면서 욕망에 물들지 아니할 것을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행복은 ‘가짜 욕망’을 줄이고 비우며 ‘진짜 욕망’을 늘리고 채우면서 가능해진다. 현대사회에서의 행복이 주로 욕망의 조장과 충족을 통한 것이라면 불교가 가르치는 행복은 욕망을 덜어내고 다스림으로써 얻어지는 행복이다. 더 나아가 불교의 욕망 추구 방식은 자신의 욕망 추구가 아니라 타인을 돕는 보살행을 통해서 나의 행복이 더 커진다는 공식을 가진다. 불교가 이해하고 실천하려 하는 이러한 욕망 방정식은 현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덕진(창원전문대학 장례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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