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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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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창원시’에 구청이 5개라고?- 이선호(논설고문)

  • 기사입력 : 2010-03-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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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에게 적합한 질문이지만 농산물 직거래의 좋은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상품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것이고, 농촌 생산자는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많이 팔다보면 돈이 된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처남 자신도 한몫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모 방송국에서 종종 현장 인터뷰로 꾸미는 할인매장 소개 코너는 알뜰 주부들의 눈길을 끈다. 정상가격보다 엄청 싸다. 우리나라 아줌마들이 어떤 분들인가. 예리한 눈썰미에 매운 손끝을 지닌 이들이 방송사 마이크에다 대고 ‘오늘 횡재했다’고 외치는 것을 보면 싸지만 비지떡은 아닌 게 분명하다. 어찌 이렇게 싸게 팔 수 있느냐는 질문에 상인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유통단계를 확 줄였다는 것이다.

    오는 7월 출범하는 통합 ‘창원시’에 구청이 생긴다고 한다. 그것도 5개가 기정사실화되는 듯하다. 앞서 유통단계와 견줘 보면 읍면동-구청-통합시청-도청으로, 거쳐야 할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

    알다시피 통합 ‘창원시’는 외형적인 규모면에서 괄목할 만하다. 인구 108만명, 연간 예산 2조2000억원, 면적은 서울특별시(605㎢)보다 넓은 737㎢나 된다. 광역시와 비교하면 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창원시’순이다. 울산을 제치고 전국 7대 도시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공무원들이 간과할 리가 없다. 창원은 39사단을 중심으로 한 서부권과 상남동을 중심으로 한 동부권에 각각 구청을 둔다는 계획이다. 마산은 예전 합포구와 회원구로 분리하고, 17만명 규모의 진해는 도시 전체를 하나로 묶는다고 한다. 통합준비단은 이런 안을 3개 시 의회의 의견 수렴과 도지사의 결재를 거쳐 이미 행정안전부에 건의해 두고 있다. 3개 시 공무원노동조합도 이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노조 지도부는 이달 초 행안부와 국회를 방문, ‘적정 수준의 행정 서비스와 주민 자치를 위해 5개의 구청이 필요하다’는 뜻을 문서로 전달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읍소를 했는지, 시위를 했는지 알 수는 없다.

    5개 구청 설립안은 명색이 광역시 수준은 돼야 한다는 뜻일 게다. 인구 20만명에 구청 1개씩이라면 산술적으로도 맞는 계산이다. 외지인들이 보더라도 폼이 난다. 덩달아 산하 국(局)의 수도 늘려잡아 간부들의 직급이 한 계단씩 올라가면 구조조정 걱정은 안해도 된다. 설사 본청 근무에서 밀려나더라도 구청 명함을 챙길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즈음 통합 때의 찬반 과정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찬성 쪽 주장의 하나가 중복비용을 줄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청이 생긴다는 것은 이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구청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민원에 따라 동사무소에 갔다 구청을 거쳐 본청에 들러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주민들의 편의성이나 접근성을 거론한다면 몸통(구청)을 불리기보다 손발(면·동)을 늘리는 것이 옳은 순서다. 또 하나 찬성 이유는 3개 시가 한뿌리고 동일생활권이라는 데 있었다. 통합이 결정된 마당에 굳이 창원 마산 진해를 따로 떼내 구청을 지역별로 각각 설립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젠 큰 틀에서 새판을 짜는 것이 맞다고 봐야 한다.

    통합준비단의 권한이라고는 하나 구청 설립안 추진 과정도 유감이다. 그 흔한 공청회도 없었다. 통합 당시 요란을 떨었던 주민 설문조사를 했다는 얘기도 들은 바 없다. 알게 모르게, 그리고 재빨리 해치웠다는 인상이 짙다.

    구청 개수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앞으로 최종 확정 때까지 적지 않은 논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안의 본질은 공무원들의 자리를 늘려 주는 외형을 택할지, 실속을 택할지의 문제다. 덧붙여 요즘 많은 공무원들이 친절이 몸에 배어 있긴 해도 간섭하는 기관이 늘어나면 지역민들로선 피곤한 일이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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