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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후보와 까마귀/이병문기자

  • 기사입력 : 2010-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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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지방선거를 50여 일 앞두고 모든 예비후보들이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갖은 품을 팔면서 온갖 말을 쏟아낸다.

    발품이야 피선거권을 가진 후보가 스스로의 몸으로 때우는 것이니 유권자로서 말릴 재간이 없지만 입으로 진 빚은 이미 넘치고도 남는 형국이다.

    언제 어떻게 빚을 탕감할 것인지 걱정부터 앞서고 말처럼 된다면 7월 1일부터 새 세상이 열릴 것처럼 보인다.

    똑똑한 유권자는 이미 눈치를 챘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까마귀와 헤르메스’라는 이솝우화가 떠올라 소개한다.

    “까마귀가 덫에 걸리자 아폴로 신에게 구해주면 재물을 바치겠다고 맹세하고 위기를 벗어났다. 까마귀는 덫에만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 그런데 며칠 뒤 또 덫에 걸린다. 아폴로 신에게 한 거짓이 탄로날까봐 이번에는 헤르메스 신에게 달려가 똑같은 약속을 되풀이한다. 헤르메스 신은 ‘아폴로신에게도 지키지 않은 약속을 어떻게 지키겠느냐’고 호통을 친다.”

    1991년 30년 풀뿌리 민주주의가 부활하면서 기초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를 수차례 하면서 지역 신문을 읽는 ‘깨어있는’ 유권자는 후보자의 말이 사탕발림인지, 부도수표인지, 아니면 실천 가능한 것인지를 간파하는 능력이 생겼다. 더욱이 말빚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도 똑똑히 지켜봤다.

    예비후보가 표나 지지를 얻기 위해 고샅고샅 외치면서 인사하고 명함을 돌리는 발품, 행사장·출근길 유권자에게 인사하는 몸품이야 언제든 선거의 주인인 유권자를 행복하게 하겠지만 자칫 말빚을 지다 보면 감언이설로 가득찬 말풍선이 지역 하늘을 수놓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것도 이 때문이다.

    ‘나 한 사람쯤 말빚진다고 뭐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옛말처럼 그런 후보가 하나 둘씩 늘어 모두가 입으로 정치를 한다면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우화에 나오는 까마귀로 보지나 않을까 정말 두렵다.

    이병문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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