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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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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선거일은 다가오는데- 이선호(논설고문)

유권자들이 점 하나를 잘 찍으면
돈선거 ‘고질병’은 ‘고칠 병’ 될 것

  • 기사입력 : 2010-04-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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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운 나라에서 자기가 선택할 후보의 이름 석 자를 한글로 써 넣지 못하고 ‘붓두껍’으로 인주를 묻혀 찍어야 하는 선거가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든다. 하기야 이번 6·2지방선거는 처음으로 교육감, 교육의원까지 8명을 한꺼번에 뽑는 터라 면면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고 그냥 붓두껍으로 꾹꾹 누르는 것이 시간적으로 효율적이지 싶다.

    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 진영만 북적거릴 뿐 분위기가 영 아니다. 누가 누구인지 이름 석 자 제대로 기억하는 유권자들도 그리 많지 않다. 가라앉은 열기에 힘빠진 선거라고나 할까. 천안함 사건 탓도 있겠지만 도지사와 중심 기초단체장 경선 불발이 원인인 듯하다. 더 큰 이유는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 간판이 너무 크고 다른 후보들의 깃발은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각종 언론매체들은 60년대 레코드판 틀 듯 엇비슷한 내용을 쏟아낸다. 정책선거니 흑색선전이니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데도 ‘언론값’을 하느라 후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신경을 쓴다. 이러니 필자도 괴발개발 ‘글값’은 해야겠다. 선거 때마다 ‘현명한 선택’은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던 것이지만 말이다.

    우선 돈판 선거를 경계해야 한다. 조직을 관리하려면 돈이 ‘행세’를 하는 것은 상식이지만 법정비용만도 만만찮다. 드러나지 않는 ‘+α’ 비용은 더 클 것이다. 경기도 어느 지역에선 현직 군수가 지역 국회의원에게 ‘공천 헌금’인지 ‘공천 현금’인지 돈다발을 안기려다 감옥으로 직행했다는 소식이다. 빙산의 일각일 것이고, 남의 지역 일 같지가 않다. 이런 돈을 다시 만들어 내려면 재직 동안에 그렇고 그런 뒷거래를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경북 청도 주민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겠지만 돈 선거의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민선 군수 3명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도중하차한 데다 2007년 12월 군수 재선거 때는 금품 수수로 주민 2명이 목숨을 끊고 1400여 명이 사법관서를 들락거려야 했다. 그런데도 못된 버릇은 고질적이다. 행정안전부가 경찰청과 합동으로 지난 1월부터 이달 초까지 전국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적발한 1387명 중 금품·향응 수수(507명)가 단연 1순위다.

    강조컨대, ‘먹고 안 찍어 주면 되지 않느냐’고 안이하게 생각했다간 큰코다친다. 마지못해 자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 제 돈으로 계산하고 전화통을 들기를 권한다. 금품·향응제공 등 기부, 매수행위에 대한 포상금이 최고 5000만원이다. 유권자들이 점 하나를 잘 찍으면 ‘고질병’이 ‘고칠 병’이 될 수 있고 팍팍한 가정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선관위 신고전화는 ‘1588-3939번’이다.

    허튼 공약도 가려내야겠다. 후보자들이 쏟아낸 공약대로라면 몇 년치 지자체 예산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것이다. 마치 유권자들의 주머니 돈(세금)을 쌈짓돈인 양하고 돈 찍는 공장에 다니는 듯하다. 당선에 힘을 다하고 있는 후보들로서는 사생결단일 터이니, 막판에 약이 오르면 어떤 달콤한 공약으로 유혹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선거니까 그럴 수 있다고 넘긴다면 오산이다. 그릇된 관용은 방관이나 다름없다. 이런 관용이 쌓여 선거판을 어지럽혔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곰팡이 핀 말 같지만 이번엔 ‘선비정신’을 갖춘 후보를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서구에 기사도가 있고 일본에 무사도가 있듯이 우리에겐 이 사회를 알게 모르게 지탱해 가는 선비도가 있다. 선비도는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알고 진퇴가 분명한 것을 뜻한다. 선거 땐 굽신거리다가 당선되면 뒷짐 지고 걷는 그런 행태가 아니다.

    선비다운 선비들이 지역 살림을 맡아 대소사를 챙기고 공약을 지키기 위해 신의를 지킨다면 지역 발전은 따 놓은 당상일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한정된 인물들 중에서 이런 분들을 가려내려면 꽤나 애를 먹을 것이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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