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나의 작품을 말한다 (16) 작곡가 진용우

“나만의 소리울림을 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죠”

  • 기사입력 : 2010-05-07 00:00:00
  •   
  • 창원대 예술관 강의실에서 작곡가 진용우씨가 자신의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있다.

    창원대 예술관 강의실에서 진용우씨가 창문 밖 풍경을 보며 악상을 떠올리고 있다.

    진용우(43)씨는 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젊은 현대음악 작곡가 중 한 명이다.

    진씨는 지난 2007년 11월 성남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사)한국음악협회 주최 제10회 한민족창작음악축전에서 지방 작곡가로선 처음으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해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민족창작음악축전은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발굴, 문화강국의 면모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매년 열리고 있는 작곡 콩쿠르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창작음악경연이라고 할 수 있다.

    대상 작품인 관현악곡 ‘관점’은 진씨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음악적 美가 있는) 소리(음향)들을 구성하고, 구성된 소리들을 연결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즉, 음향을 구성하고 전개하는 방법에 있어서 작가의 ‘관점’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작곡은 즐거운 것?

    그는 마산상고 1학년 재학 중에 피아노를 위한 소품을 쓰면서 작곡의 길에 들어섰다. 고교시절 작곡 입시레슨을 받아 창원대에 입학했지만 그전까지 꼭 작곡가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제대하고 복학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작곡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은사인 박인호 교수를 만나면서 작곡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박 교수님에게 제대로 작곡이란 것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저의 음악적 호기심을 채우기에 정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가장 큰 가르침은 교수님 스스로 보여 주셨는데요. 다름 아니라 작곡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작곡하는 게 재미 있다는 것을 보여 줬습니다. 보통은 작곡이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그러는데 그분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직 저는 그런 경지까지는 가지 못했습니다만….”

    창원대와 영남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 영남대와 창원대에 출강하다가 2001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또 다른 스승인 요르그 헤르헷 교수를 만났다.

    “당시 은퇴가 다 되어 가는 노교수님이었는데도 매일 몇 시간씩 꼬박꼬박 작업을 일상적으로 하셨습니다. 젊은 학생보다 더 열심이셨는데요. 싫은 일이면 그렇게 하겠습니까? 만일 싫은데 그렇게 한다는 것은 너무 불행한 거죠. 작곡이 즐거운 것이 되도록 하라는 게 가장 큰 가르침입니다.”

    4년 6개월 만에 귀국한 후 창원대와 영남대, 추계예술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마산 집에서 창원, 대구, 서울을 오가며 주 15시간 강의하는 바쁘고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작곡을 하기에 감내하고 있다.

    #“나만의 색깔, 어법, 개성을 작품에 담고파”

    그는 작곡을 할 때 자기 나름의 소리울림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문학가의 경우 단어 선택이 고유한 문체가 되듯이, 소리에 개인적인 특징이 잘 나타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작곡가가 자신만의 개성이나 특색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작곡가 중에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가진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로 드물다.

    그래서 진씨는 다른 젊은 작곡가들처럼 콩쿠르나 음악제에 출품하는 등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모든 분야의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한결같은 소망은 작가 고유의 색깔, 어법, 개성을 자기 작품에 담으려고 하고 나타내려고 합니다. 물론 저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추구하는 목표는 그렇죠. 그러니까 못난 진용우가 낫지 누구와 비슷한 잘난 진용우는 되기 싫다는 뜻입니다.”

    #다양한 편성 기악곡 수십 편 작곡

    지방에 있기 때문에 작품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많다.

    경남에서는 작곡가를 위한 음악행사가 1~2개에 불과해 작품을 발표하고 다른 작곡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적다. 행사 규모도 서울에 비해 초라한 실정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이지만 진씨는 나름대로 작품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편성의 기악곡 수십 편을 작곡했다. 대부분 완성된 작품이라기보다는 실험작에 가깝다. 아직 공부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2006년 제38회 서울창작음악제 관현악 부문 공모에 당선됐으며 서울팬뮤직페스티벌에 출품해 두 차례 연주작품으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대구국제현대음악제에 위촉돼 트럼폰 솔로곡 ‘트럼폰 솔로를 위한 연습곡’을 발표했다.

    또 제41회 서울창작음악제 위촉 작곡가로 선정돼 신작 클라리넷, 바이올린, 피아노를 위한 ‘작용(作用)’이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초연됐다. 서울창작음악제는 창작음악의 독창성과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대한민국 창작음악계의 대표적 행사다.

    ‘작용’은 음에 내재돼 있는 고유한 작용성에 이끌려 쓴 작품이다.

    “어떤 사실적인 내용이나 구체적 무엇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음 하나하나의 음들은 그 스스로의 작용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 작용성이란 어떤 음에서 어떤 음으로 가려고 하고 어떤 음들과 결합하려는 특징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 작용성에 감각적으로 이끌려 수평적 선율을 구성하고 수직적 음향 구성을 하고 거기에 리듬이 한층 더 그 작용성을 강조하고 특징적으로 나타내려고 했고 그러한 특징들로 이루어진 음향들이 나열되는 형식의 순수 음악입니다. 그 음악을 듣고 느끼는 점은 향수자마다 다르게 이뤄집니다.”

    지금은 바이올린 솔로곡 ‘삶 가운데…’를 작곡하고 있다.

    “‘삶 가운데…’란 작품은 현재의 제 삶을 돌아보면서 느낀 것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독백 같은 것입니다. 형식적으로 세 부분으로 나눠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금 두 번째 부분을 쓰고 있는데 진척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음악적 모색을 위한 작품발표회 계획

    앞으로 지금까지 써 왔던 곡을 정리해 개인 작품발표회를 가질 계획이다.

    “귀국 후 5년이 지났는데요. 벌써 생각이 쇠퇴한다고 해야 하나요. 정체돼 간다고 해야 할까요. 저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는데요. 개인 작품발표회를 이정표로 삼고 새로운 음악적 모색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은 뭘까.

    “정확한 답은 못 드리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좋은 음악은 어떤 형태를 지니든 간에 부분적이더라도 사람들에게 공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음악은 좋은 음악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음악이 된다고 봅니다. 음악 자체가 안 되면 자연스럽게 폐기될 것입니다. 살아남지 못하겠죠.”

    글=양영석기자 yys@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양영석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