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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냐, 사람이냐/이병문기자

  • 기사입력 : 2010-06-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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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상가가 낮으면 데모하면 그만이고, 우리가 버티면 시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지난 14일 오후 창원 동읍사무소 앞 그늘막에서 동네 주민 예닐곱 명이 하는 말이다.

    차림새로 봐 60대의 농사를 짓는 분들로 창원시가 이날 주최한 주남저수지 종합관리계획에 대한 용역 보고에 참석했다가 먼저 자리를 뜬 사람으로 보였다.

    2시간 동안 토론회와 주민 목소리를 들었던 터라 귀를 쫑긋 세우고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들은 가방을 든 낯선 행인에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막걸리나 한 사발 하자”면서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이날 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주민의 목소리는 그마나 감정이 절제됐지만 한두 명은 철새에 대한 원망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주남저수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데. 우리가 다 흙짐 퍼날라 만든거야. 다시 메웠으면 좋겠어.”

    “평당 18만~20만원의 보상을 주는데 농사짓던 농민이 어디 가서 그 돈으로 땅을 사노. 새 때문에 우리가 쫓겨나는 거지.”

    주남저수지 인근 농민의 분노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철새를 위하다 보니 각종 규제가 불가피해졌고 규제로 땅값은 오르지 않았다. 이에 반해 인근 농경지인 북면이나 대산면은 땅값이 크게 올라 심술까지 터졌다.

    농민의 주장처럼 주남저수지를 흙으로 메우고 철새가 이곳을 찾지 않는다면 삶이 나아지고 행복해질까.

    아니면 지금 어렵고 힘들더라도 개발을 억제하면서 관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 등 규제대상 농지를 늘려 많은 새들이 찾고 관광객의 발길이 4계절 끊이지는 않는 철새의 낙원으로 만드는 것이 나을까.

    십수년 묵은 과제인 ‘철새도 많이 찾고 주민도 잘 사는 방법은 없을까’ ‘농지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 방안은 뭘까’하는 고민이 차를 몰고 회사로 되돌아 오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병문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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