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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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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25) 통영 사량도 ① 상도

구불구불 가늘고 긴 바다 물길이 눈길 붙들고
하늘 닿을 듯 우뚝 솟은 옥녀봉 비경이 발길 이끄네

  • 기사입력 : 2010-07-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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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량도 상도의 옥녀봉에서 바라본 진촌마을과 하도./김승권기자/

    사량도의 옥녀봉.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옥녀봉은 가마봉, 연지봉과 더불어 사량도를 대표하는 봉우리이다.

    빼어난 산세의 지리산과 옥녀봉 등 등반 코스로 전국에 알려진 사량도(蛇梁島)는 유명한 이름만큼이나 지명에 대한 다양한 유래가 전해진다.

    마주 보고 있는 상도와 하도를 가로지르는 물길이 가늘고 긴 뱀처럼 구불구불하다고 해 사량이라고 일컬어졌다고 하며 이곳에는 예부터 뱀이 많기도 했단다.

    조선 후기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하일면의 문수암에서 사량도를 바라보니 섬 두 개가 짝짓기 직전의 뱀처럼 생겼다고 이름 붙였다는 설도 있고, 비극적인 옥녀 설화에서 유래해 사랑(愛)이라는 말이 변해 사량(蛇梁)이 되었다고도 한다.

    사량도는 상도(1081만8774㎡·1099명)와 하도(1471만3115㎡·738명)가 사이 좋게 마주 보고 있다. 동남쪽으로는 고성군 자란만, 서북쪽으로는 삼천포항이 가깝다.

    사량도로 가기 위해 도산면 가오치 터미널에서 정기여객선 ‘사량호’에 몸을 실었다. 뱃길로 30~40분, 마침내 사량 상도에 내렸다. 배는 상도에 섰다가 하도로 향한다. 하도에서 승객을 실은 배는 다시 상도에 들렀다가 가오치로 나간다.

    상도는 금평리, 돈지리 등 2개의 리(里)와 진촌, 대항, 답포, 내지, 돈지, 사금, 옥동 등 6개의 마을로 구성된다. 선착장이 있는 진촌마을에는 사량면사무소와 보건소, 농협, 수협 등이 있는 데다 상도와 하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주민이 살고 있다.

    차 없이 상도를 돌아보고자 한다면 마을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따로 배차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배가 도착하면 터미널에서 버스가 출발한다. 상도 관광 안내 버스 격인 마을 버스는 상도 6개 마을을 돈다.

    사량 상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무엇보다 산행이 제격이다. 상도에는 맑은 날이면 지리산이 보인다 해서 지리망산이라고도 불리며 한국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지리산(해발 398m)을 비롯해 옥녀 설화를 품고 있는 옥녀봉과 더불어 세 개의 봉우리를 만들어내는 가마봉, 월암봉 등이 있으며 지리산 못지않은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불모산(해발 400m)도 위용을 뽐내고 있다.

    사량도 등반을 즐기는 4가지 등산 코스가 있다. 돈지나 내지 마을에서 지리산-월암봉-가마봉-연지봉-옥녀봉-진촌마을에 이르는 8km 거리 코스는 4~5시간가량 소요된다. 옥동마을에서 성자암에 올라 월암봉-가망봉-옥녀봉-진촌으로 내리는 5km 코스는 2시간30분, 대항마을에서 출발해 가마봉-옥녀봉-진촌으로 도착하는 4km 코스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량도 상도에 수령 250년 된 팽나무 옆에 최영장군 사당(경남문화재 자료 제32호)이 있다.

    옥녀봉을 향하는 길목, ‘최영장군사당’(경남문화재자료 제32호)이라는 푯말이 발길을 붙잡는다. 사량 상도에서 들러볼 만한 문화유적으로는 최영장군사당과 성자암이 있다. 고려 말 이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왜구의 침입을 무찔렀던 최영 장군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지었다. 아쉽게도 사당 문은 잠겨 있어서 겉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당 옆에는 넓지막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팽나무 한 그루가 늠름하게 서 있다. 잘 꾸며진 나무 주변에 평상과 의자들이 놓여 있는 것을 보니 아름드리 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수령이 250년 된 이 나무는 지난 2007년 11월 보호수로 지정됐다.

    옥동마을 끝자락의 성자암은 신라시대에 지어진 암자로 등산객들이 잠시 들러 목을 축일 수 있는 곳이다.

    사당을 지나 사량면사무소 쪽으로 향하다 보면 사량중학교 앞에 ‘엔젤3’이라고 쓰여진 배 한 척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 부산-통영-사량-삼천포-여수를 이으며 사량도 주민들의 발이 되어 주었던 쾌속선이라고 한 주민이 알려준다.

    사량도의 지리산~불모산~옥녀봉으로 이어진 산줄기는 험난해 곳곳에 밧줄,철사다리 등이 있다.

    드디어 옥녀봉에 오를 시간, 우선 등반 후의 소감부터 귀띔하자면 ‘또 가고 싶다’는 것이다.

    깎아지른 듯한 경사와 암벽 때문에 다소 힘들었지만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맛보는 짜릿한 스릴과 사방에 펼쳐져 있는 그림 같은 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 ‘이게 옥녀봉 등반의 매력이구나!’ 싶다.

    수풀에 둘러싸인 산속을 거닐 때에는 이곳이 섬인지 육지인지 도통 분간하기가 어렵다. 끝없는 나무 계단과 급경사, 암벽을 번갈아 만나며 숨이 턱까지 찼다가도 향긋한 숲 내음에 취해 마치 삼림욕하는 기분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주변을 돌아보며 여유롭게 오르니 옥녀봉까지는 1시간 남짓. 마음을 먹고 부지런히 오르면 30분~1시간이면 충분할 듯하다. 산 초입에서는 생각지 못한 험한 길 때문에 호흡이 거칠어지고 연신 물을 마시지만 천혜의 풍광을 즐기며 여유롭게 오르다 보면 어느덧 가파른 암벽타기마저도 즐겁다.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옥녀봉의 절경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매년 4월께 옥녀봉 등반축제를 열고 있다.

    옥녀봉을 지척에 두고 샛길로 빠졌더니 사람 형상 같은 옥녀봉의 옆모습을 볼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사량도 전경도 멋지지만, 이 또한 색다른 옥녀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옥녀봉 정상, 눈앞에 펼쳐진 먼 바다를 응시하고 숨을 들이키니 얼핏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사량 상도만의 시원한 풍광을 만끽하고 하산하는 도중, 저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를 따라 눈이 향한 곳은 사량초등학교. 마을로 내려서자마자 운동장으로 발길이 향한다. 그곳에는 10명 남짓한 유치원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오락시간을 갖고 있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학교의 풍경은 다른 섬에서 볼 수 없었던 사량도만의 풍경이다.

    사량도 사량초등학교의 유치원생들이 운동장에서 씽씽카를 타고 있다.

    사량도 내지마을에서 만난 쌍둥이 형제.

    사량 상도에는 사량초교 본교를 비롯해 내지와 돈지 마을에 각각 분교가 있고, 사량중학교도 있다. 각각 39명, 28명이 공부하고 있다. 사량도 아이들은 고등학교 진학과 함께 어쩔 수 없이 통영이나 진주 등 뭍으로 유학을 떠나야 한단다.

    산에서 내려온 일행은 진촌 외 나머지 5개 마을을 돌아보기로 하고 먼저 섬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이 있는 대항마을부터 찾았다. 소박한 해수욕장은 본격적인 피서철을 앞두고 모래사장 정리 작업이 한창이다.

    민박집 임태점(74) 할머니는 마을 자랑을 해달라는 말에 “대항해수욕장은 온 가족이 놀기 좋지만 무엇보다 남편들이 한눈팔 만한 여자들이 없어 부인들이 더 좋아하더라”며 우스갯소리 같은 해수욕장 자랑을 늘어놓는다. 마침 마을에 노래자랑이 있는데 가서 맛난 음식도 먹고 구경도 하고 가라며 다정하게 웃는다.

    사량도 답포 마을 입구의 술미섬.

    이어 들른 답포 마을에는 굴 종패를 키우는 데 필요한 가리비 껍질을 엮어 무더기를 지어 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마을 입구에는 무인도인 ‘술미섬’이 있는데 방파제가 섬 바로 앞까지 연결되어 있어 섬 같지 않은 섬이다. 옆 마을인 논개와 역개가 모두 답포에 속한단다.

    내지마을로 이동하는 길, 바다 위에는 낚시객들이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내지마을은 불모산을 바로 등지고 있는 마을이다. 주말에는 3000여 명에 가까운 등산객이 찾는단다.

    어구를 손질하던 한 주민은 “휴일에는 주민들 없어도 등산객, 관광객 손님들로 마을이 북적북적해요. 요새 1일 등반코스가 인기라는데 우리 불모산이 하루 산행하기에 참 좋거든” 하고 마을 자랑을 한다.

    뿐만 아니라 담벼락마다 그려진 시화가 마을을 예쁘게 휘감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량도 해안일주도로.

    상도 6개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는 사량 상도가 자랑하는 해안일주도로로 총 17㎞다. 내지에서 돈지마을로 향하는 길은 확장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라 차로는 갈 수 없다. 진촌에서 돈지 방향 역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군데군데 공사 중이라 속도를 내기 힘들지만, 이런 아름다운 절경을 두고 씽씽 달린다는 것은 오히려 손해일 것 같다.

    돈지, 사금, 옥동마을을 도는 구간에는 기암괴석이 모습을 드러낸 산의 형세가 멋들어진다. 또 양식장이 없어 한없이 넓고 푸른 남해안 바다를 구경할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맹렬히 내리쬐던 태양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진 오후 6시, 사량호가 선착장에 닿는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에 만나고 헤어졌던 옥녀봉이 떠나는 이들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다.

    ☞가는 길= 사량도에 가려면 통영 항남동의 여객선 터미널에서 1일 2회 운행하는 정기여객선 2000사량호(소요시간 1시간 반)를 이용하거나 도산면 가오치에서 차량운송선 사량호(소요시간 40분)를 이용하면 된다. 사량호는 오전 7시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출항한다.

    ☞잠잘 곳= 규모가 작은 다른 섬에 비해 사량 상도에서 먹거리,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배가 닿는 진촌마을에는 청소년 수련시설인 사량유스호스텔과 여관이 있고 각 마을마다 여러 개의 민박집이 있다.

    글=김희진기자 likesky7@knnews.co.kr

    사진=김승권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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