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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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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75) 글쓰기를 할 때 글감은 어떻게 활용하나

‘글’이 될 소재도 ‘감’없으면 놓치는 게 ‘글감’

  • 기사입력 : 2010-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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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 6학년 학생이 ‘월드컵 공약’을 한 뒤 고민 끝에 약속을 지킨 사연을 소개한 기사(위: 경남신문 6월 25일자)와 연예인들의 ‘월드컵 공약’ 열풍을 보도한 기사(경남신문 6월 23일자).>

    글짱: 안녕하세요. 창원에 사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에요. 월드컵 기간 동안에 월드컵을 주제로 글을 한번 써 보고 싶었어요. 어떤 소재로 써야 할지 고민하다 월드컵 축제가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제가 부담을 갖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글샘: 아무튼 월드컵 얘기가 나왔으니 오늘은 ‘월드컵에 관한 글감’을 주제로 얘기 나눠 보자꾸나. 월드컵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었다고 했지. 처음에 어떤 걸 글감으로 잡아 글을 쓰려고 했니?

    글짱: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니 연예인들이 ‘월드컵 공약’을 하고 인증샷을 하는 게 눈길을 끌었어요. 가수 김흥국은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하면 코털을 민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켰잖아요. 또 최화정은 약속한 대로 수영복을 입은 채 라디오방송을 진행했고요. 그걸 주제로 글을 써 보려고 했는데 제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려웠어요.

    글샘: 내가 ‘무릎팍 도사’는 아니지만 네 고민이 뭔지 대충 알겠구나. 네가 얘기한 연예인들의 월드컵 공약은 경남신문에도 보도됐지.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소재로 자기 생각을 담아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야. 하지만 그런 글감을 떠올릴 수 있다는 건 글을 쓰려는 관심이 있다는 거니까 바람직하단다. 그런데 왜 글을 쓰려고 하면 잘 안될까? 그건 글을 쓰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야.

    글짱: 어, 그런 건 아닌데요. ‘글을 잘 쓰기 위해 연습을 해본다’는 목적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글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다만 그런 걸로는 조금 부족해. 글을 쓸 땐 좀 더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글의 얼개’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단다. 예를 들어 ‘약속이라는 주제로 주장글을 쓰겠다’든지, ‘이 글을 써서 내 블로그에 올려 놓겠다’든지 하는 목적을 얘기하는 거야.

    글짱: 맞아요. 저는 ‘그냥 한번 써 봐야지’ 하는 마음뿐이었거든요.

    글샘: 혹시 지난달 25일 경남신문에 실린 <“우리나라 16강 가면 학교에서 잠옷 입겠다”>라는 기사를 본 적 있니?

    글짱: 아뇨. 집에 신문을 받아보지만 매일매일 읽지는 않거든요. 어떤 기사였는데요?

    글샘: 연예인들처럼 ‘월드컵 공약’을 한 초등학생이 고민 끝에 그 약속을 지킨 사연을 소개한 기사야. 그 주인공은 진해 장복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었지. 그런데 그 기사가 경남신문에 실린 사연이 특별하단다. 학교 선생님이 신문사에 제보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글짱: 그런데 어떻게 그 사연을 신문기자가 알고 취재를 한 거예요?

    글샘: 어떤 일이 자기 동네에 소문나는 경우가 있을 거야. 그 소문이 몇 명의 입을 통하면 기자의 귀에까지 들어오기도 한단다. 기자는 그걸 취재라는 과정을 거쳐서 기사화하지. 이 사례는 한 초등학생의 튀는 일(?)로만 여겼다면 신문에 실리지 않았겠지. 그러나 기자가 학교 측에 확인 과정을 거치고, 그 학생과 부모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들은 후에 기사를 쓰기로 결정한 거란다. 그 기자에겐 이런 기사를 보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약속의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기사의 목적’이 있었던 거라고 할 수 있지. 기사를 읽어 보면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을 거야. 자, 한번 읽어 보거라. 어때? 장난삼아 한 약속일지라도 지켜야 한다고 얘기해 주는 부모의 가정교육, 그리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잠옷을 입기로 한 학생, 여기에다 약속의 중요성을 반 아이들이 실감하게끔 잠옷을 입고 있도록 한 선생님의 교육의식이 담겨 있잖아.

    글짱: 정말 그렇네요. 글샘께서 글을 쓸 때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네요.

    글샘: 여기서 글감을 활용할 때 또 한 가지 중요한 걸 말해 줘야겠구나. 이런 사례를 글감 삼아 ‘약속’이란 주제로 글을 쓴다면, 누가 썼을 때 읽는 이가 가장 고개를 끄덕일까? 당연히 당사자인 그 초등학생이겠지. 자기 자신의 얘기니까. 그다음엔 같은 반 아이들이겠고. 친구의 얘기니까 말이야. 이처럼 글감은 ‘자기가 경험한 것’일 때 훨씬 돋보인단다. 흔히 글쓰기에선 직접경험과 간접경험이라고 하지.

    글짱: 이제 제 고민이 해결된 것 같아요.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제가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할 때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 ‘글감’부터 찾을 거예요. 그리고 글의 목적에 맞는 주제를 담아 멋진 글을 써 볼 생각이에요.

    글샘: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을 얘기해 주지 않았는데도 네가 이해를 잘하니 고맙구나. 기자들처럼 글쓰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생각을 조금만 더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단다. 다시 한번 강조할게. ‘글’이 될 소재도 어떻게 풀어 나갈지 ‘감’이 없으면 핵심을 놓치거나 빗나가는 게 ‘글감’이란 점을 명심하거라. 여기서 ‘감’이라는 건 글에 메시지를 담는 글쓰기의 한 방법이야.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자세한 글쓰기 방법은 다음 기회에 해보자꾸나.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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