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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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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27) 대매물도

짙게 깔린 운무 아래는 육지일까, 바다일까?
예술가 손길 닿은 듯한 이곳은 공원일까, 마을일까?

  • 기사입력 : 2010-07-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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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대매물도 장군봉 정상에서 바라본 다도해의 풍경. 운무에 싸인 모습이 신비로워 보인다. /이준희기자/

    대항마을 가는 길을 알려주는 이색 이정표.

    망망대해 절해고도(絶海孤島)의 황홀한 풍광을 뽐내는 섬 ‘매물도’. 통영항에서 뱃길로 26.5㎞ 떨어진 매물도는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 등 3개 섬이 어깨를 나란히 한 삼형제 섬이다.

    남해의 푸른 바다와 수려한 해안 절경으로 매년 40만명에 이르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매물도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가고 싶은 섬’ 명승 제18호로 지정돼 지금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거친 파도와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장관인 매물도. 행정구역상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 매물도는 천혜의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주요 명소이다.

    먼저 3개 형제 섬 가운데 맏형 격인 대매물도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매물도는 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정기여객선 ‘섬사랑’(1시간 30분가량 소요)호를 이용해도 좋지만 거제 저구항에서 출항하는 부정기선 ‘매물도 구경’호를 타면 30분 만에 섬에 이르는 가깝고도 먼 섬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짙게 깔린 해무현상에 찾은 이의 애간장을 태운다.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가야 하나…!’ 이런저런 생각에 고민에 빠진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뱃고동을 수차례 울린 후에야 겨우 섬에 도착한 객선은 이내 관광객들과 마을 주민을 내려놓고 다시 지척의 소매물도로 향한다.

    군마(軍馬)의 형상을 한 대매물도(141만3910㎡ 141명 68가구). 전장에서 전공(戰功)을 세우고 돌아온 개선장군이 마치 안장을 풀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원래는 ‘마미도(馬尾島)’라 불렸다고 한다.

    당금마을(이장 박성배·40)과 대항마을(이장 이규열·69)로 나뉘어진 대매물도는 당금마을 북쪽에 솟은 산이 말의 머리에 해당되며, 대항마을 뒷산 허리가 말의 등이 된다. 또 소매물도 쪽으로 뻗어나간 섬의 서남끝인 설핑이치가 말의 꼬리, 그리고 마을 앞에서 북서쪽으로 100m 정도 뻗어있는 다리여 등이 말의 채찍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뒷산을 장군봉(將軍峯), 장군봉 아래 우뚝 솟은 바위를 ‘장군바위’라 부른다.

    1930년까지만 해도 대매물도는 당금과 대항마을을 합쳐 30여 가구가 한 마을을 이루면서 오순도순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해방 이후 행정구역의 개편으로 대항과 당금이 각각 단위 마을로 나뉘어지며 분동되었다.

    마을 전체가 주황색 지붕으로 뒤덮인 당금마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당금마을 안내판.

    대매물도 당금마을에 내려서자 마을 전체가 주황색 지붕으로 뒤덮인 이색적인 풍경이 찾은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을 입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가고 싶은 섬’ 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안에 등산로도 새로이 정비되고 상하수도는 물론 특산물 판매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공사 현장에서 만난 당금마을 박성배 이장은 “예전 한 집에서 집수리를 하면서 지붕색을 주황색으로 칠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마을 전체가 주황색으로 바뀌게 됐다”며 “시의 권유도 있었지만 푸른 바다와 섬의 주황색 지붕이 잘 어울려 특색 있는 마을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지금 마을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가고 싶은 섬’ 공사로 마을이 어수선하지만 조만간 공사가 마무리되면 많은 관광객이 찾아 편히 쉴 수 있는, 각종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섬이 될 것이다”고 자랑한다.

    국비와 지방비 등 100여 억원이 투입되는 ‘가고 싶은 섬’ 사업은 관광·공공시설을 건설하는 하드웨어와 매물도 고유의 특성을 살리는 소프트웨어, 지역공동체 강화와 주민 소득을 창출하는 휴먼웨어 등 3개 분야로 나눠 현재 추진 중이다.

    해풍에 미역을 말리고 있는 동네 아주머니들.

    마을 앞 건조장에는 서너 명의 아주머니들이 매물도 특산물인 미역을 말리느라 여념이 없다. 해풍에 잘 마른 미역은 건드리자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부스러진다.

    미역이 제 색깔을 내며 아주 잘 말랐다. 청정해역 매물도에서 생산되는 특산물 미역은 인기가 좋아 통영시내 건어물상은 물론 농협 공판장을 통해 전국에 팔린다.

    작업장 한편에서 만난 천식만(70)씨는 “미역을 말리는 데는 햇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야 제대로 된 미역 본연의 색깔을 낼 수 있다”며 “햇볕만 쨍쨍 내리쬐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미역은 누렇게 변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매물도 미역은 해녀들이 직접 바다에서 채취해 말린 것으로 자연 그대로의 맛을 간직하고 있으며, 다른 미역과 달리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섬마을 부둣가에서 구불구불 이어진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처마를 맞대며 층층으로 엎드려 있다. 당금마을 골목길은 굽이치는 곡선 모양이다. 어느 길로 가도 마을은 통하고 누구네 집이건 하루 한 번은 지나친다. 서로가 서로를 살피며 살아 온 마을살이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산마루턱에 자리 잡은 한산초등학교 매물도 분교는 1963년 개교해 2005년까지 43년간 당금마을과 대항마을의 아이들을 길러냈다. 그때의 아이들은 지금 두 마을의 가장 큰 어른들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이 직접 지어 세운 학교는 아쉽게도 아이들이 줄면서 2005년 폐교됐다. 교문 안으로 들어서자 아담한 학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현재 폐교된 학교는 마을에서 임대해 민박집을 운영할 계획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2005년 폐교돼 지금은 민박집 리모델링 공사 중인 한산초등학교 매물도 분교.

    전복·철사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만든 ‘해녀의 집’ 간판.

    마을 곳곳에는 가고 싶은 섬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조각품들이 널려 있다. 마을 부둣가의 ‘고기도둑 매갱이’(해달)는 닻과 돌, 나무를 이용해 천연덕스럽게 만들었고, 마을 중앙의 ‘해녀의 집’은 부자와 전복, 물안경을 철사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제주 해녀를 데려온 할머니집’은 매물도에 해녀가 없던 시절 제주에서 해녀를 데려온 노계춘 할머니가 이곳 매물도에 정착해 살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내걸려 있다.

    학교를 돌아 옆 마을인 대항마을로 가는 산등성이로 접어들자 언덕 아래로 당금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주황색 지붕과 기암괴석, 긴 방파제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언덕배기에 널따란 바위 ‘쉬어가는 곳’에 앉으니 시원한 바닷바람과 망망대해의 푸른 바다, 짙게 깔린 운무가 운치를 더한다.

    고갯길을 돌아 10여 분 만에 대항마을 초입에 서니 ‘마을을 한눈에 담는 집’이란 안내판이 길손을 안내한다. 말 그대로 이곳에 서면 대항마을이 한눈에 드러난다. 대항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마을 여인들이 햇빛과 해풍에 잘 마른 미역을 뭍에 내보내기 위한 마무리 손질이 한창이다. 대항마을은 당금마을에 비해 마을의 규모가 조금 작을 뿐 별반 다르지 않다. 당금마을에 비해 더 아늑하고 호젓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마을 뒷길을 따라 장군봉(217m)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도, 험하지도 않아 초보 산행꾼도 걷기에 제격이다. 더욱이 숲이 우거져 그늘을 따라 걷는 길은 시원하기까지 하다.

    매물도의 가장 높은 산인 장군봉 정상 부근에는 일제 강점기 일본군들이 포 진지로 구축한 여섯 개의 동굴과 해상관측소가 있었으나 한국전쟁 이후 우리 해군이 지난 70년대부터 해상방어용 레이더 기지로 사용해 오다 문민정부 시절인 95년 해군이 전면 철수하면서 폐쇄됐다. 지금도 산 정상에는 폐쇄된 동굴이 흉물스럽게 방치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장군봉 정상에 오르니 운무로 뒤덮인 바다와 섬이 마치 육지의 높은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는 착각에 빠져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나 혼자만 보기에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에 손이 간다. 발 아래로 가깝게는 등대섬, 선유도, 가익도, 멀리는 욕지도, 사량도, 거제, 남해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장군봉에 올라서면 쪽빛으로 물든 매물도 바다와 멀리서 보면 3개의 여로 보인다는 삼여도(가여도)도 떠 있고 반대쪽으로 6개의 여로 이루어진 등가도가 파수꾼처럼 버티고 서 있다.

    ☞가는 길= 통영여객터미널에서 오전 7시·11시, 오후 2시 하루 세 차례 운항한다. 비진도와 소매물도, 대매물도를 거쳐 통영으로 돌아온다. 소매물도에서 출항 시간은 오전 8시15분, 낮 12시20분, 오후 3시45분. 주말에 승객이 몰릴 경우 해당 시간에 증편된다. 소매물도까지 1시간20분가량 소요된다. (섬사랑호 ☏645-3717). 거제시 저구항에서도 오전 8시30분, 11시, 오후 1시30분, 오후 3시30분 등 하루 4차례 여객선이 운항된다. (매물도해운 ☏681-3535)

    ☞ 잠잘 곳= 대매물도는 소라민박(010-8529-8156), 대항콘도형민박(641-1514), 은아민박(643-7466), 무지개민박(648-7048), 바다민박(641-2840), 노을민박(646-3008), 동백민박(642-4963) 등 관광객을 위한 민박집이 많아 잠자리 문제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글·사진= 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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