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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희망의 사다리가 되기 바란다- 박선옥(한국국제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0-07-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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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 대졸 부모와 고졸 부모, 자녀 토익점수 74점 차이.’

    지난주 모 일간지의 제목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이 분석에 따르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늘어날 때마다 자녀의 토익점수는 21점 높아졌으며 이 같은 영어 격차는 자녀 세대의 첫 월급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교육의 사다리 정책은 무색해져서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은 옛말이 되었으며, 이어서 취업·창업의 사다리도 망가졌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창원의 한 수재는 어려운 환경에서 주변의 기대 속에 소위 SKY대학 명문학과에 입학했다. 전국 각처에서 온 수재들, 특히 전국 명문 외고 출신들이 득실대는 학과 내에서 글로벌 교육정책의 일환인 영강(영어로 진행하는 전공강의)을 들으며 늘 자신의 영어가 부족함을 느꼈다. 토익 기본성적에 추첨으로 결정되는 카투사 모집에 운 좋게 합격하여 해외에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고도 군대 2년 동안 영어를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이 정도는 주위 친구들에게는 기본기이고 취업은 그에게 아직 요원하다. 가족의 대표선수인 자신을 위해 희생하다시피 하고 있는 식구들에게 그는 늘 미안하지만 정작 본인은 영어가 한국어보다 편해 보이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직 제주도 가는 비행기도 한 번 타보지 못했다. 그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짠하지만 그런 학생들이 주변에는 너무 많다.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이웃인 보통 가정의 이야기다.

    마침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과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지원하여 학생들을 국내에서 1개월, 해외에서 3개월 이상 연수시켜 해외에 취업시키는 ‘대학·지자체 연계 글로벌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발표되었다. 계획에 의하면 국내외 연수비, 체재비, 항공료까지 지원된다니 이만하면 부모의 주머니 사정 따지지 않고 한 번 도전해봄직 하지 않은가? 학생들은 희망을 갖게 되었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벅찼다. 그들에게는 다른 세상으로 도약할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해외의 연수처와 연수일정을 잡고 학생들의 경비를 줄이고자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알찬 연수를 만들어 보겠다고 분주했다.

    그러나 4월에 실시한다던 계획은 지자체와의 협의가 늦어져 미루어졌고, 지금은 추경예산 의결을 위해 도의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6월 지방선거로 지자체의 장과 의회의원들이 새로 구성되었으니 사업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까 우려 속에 있다. 애써 구해 놓은 해외 취업처는 12월과 1월이 성수기라 그 시기를 놓치면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 하니, 국내외 연수기간을 계산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연수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시작도 안한 도의회의 결정을 목 빼고 기다리고 있을 따름이다. 모처럼 기대했던 희망의 사다리가 구름다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직장인들이라면 한번쯤 간식내기 사다리타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다리타기의 묘미는 시작에서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간쯤 가서도 그 사다리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 수 없고, 단 하나의 층계만 더 있어도 운명은 바뀐다. 그러므로 마지막 층계에 도달할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혹 짓궂은 동료가 있어 사다리 가운데 층계 하나를 더 그려 넣으면 전체의 운명이 바뀐다. 작은 사다리 하나도 인생의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고등학교 시절 영어선생님의 추천으로 미국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하였고, 결국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어 미국에 가게 되었고, 그때 케네디 대통령을 만났으며, 그로 인해 외교관이 되고자 하는 꿈을 구체화 시킬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 여러 과정 중 하나만 부족하더라도 오늘의 반기문 사무총장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정보, 관심, 충고, 장학금 이 모두가 우리의 젊은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의 사다리가 될 수 있다.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젊은이들을 위한 작은 희망의 사다리가 되기를 바란다. 젊은이들이여, 반기문 사무총장이 그랬던 것처럼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그것이 그대들의 몫이다.

    박선옥(한국국제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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