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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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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코 베가는 이통사/김용훈기자

  • 기사입력 : 2010-07-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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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년 전 휴대폰 요금 고지서를 보고 생각보다 요금이 많이 나와 해당 이동통신사에 항의했던 기억이 있다. 거의 쓰지도 않은 데이터 요금 수만 원이 과금됐던 것이다.

    추측컨대 휴대폰의 인터넷 접속버튼을 실수로 여러 번 눌렀던 것 같다. 왜 휴대폰에 인터넷 접속버튼은 크고 간편하게 설계돼 있을까.

    눈 뜬 소비자의 코도 베어가는 이동통신사가 최근 마산의 장애인관련단체들을 단단히 뿔나게 했다.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 따르면 얼마 전 두 지적장애인이 마산회원구의 모 휴대폰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가입했는데 충분한 설명과 안내 없이, 대리점 측에서 임의로 자동이체까지 했다.

    지적장애인 A씨가 휴대폰 조작 미숙으로 사용한 데이터 요금 25만여 원이 지적장애인 B씨의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기초생활자인 B씨에게 25만여 원은 정말 큰돈일 수밖에 없다.

    요금을 부과한 KT통신사는 A씨와 B씨의 의사결정이 충분히 고려된 것으로 가입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 이는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충실히 따른 것이라고 한다. 차별하지 말래서 차별하지 않은 처사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이다.

    돈벌기에 혈안이 되지 않고서야 이동통신사들에게 차이와 차별을 구분할 수 있는 개념이 눈에 들어올리는 없는가보다.

    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및 장애인관련단체들은 지난 14일 KT통신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업체에 대해 고소까지 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마산의 A씨와 B씨처럼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가 비일비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고 있고 향후 문제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는 데 있다. 마산의 사례처럼 관련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지적장애인의 상품 가입 후 문제가 생길 경우 가족이 항의하더라도 사업자가 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합의를 보는 등 사안을 덮는 경우가 많다. 지적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자기결정 권리가 있고 이를 반영한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제발 이통사들은 이 법의 취지가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자. ‘차이’와 ‘차별’은 다르다.

    김용훈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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