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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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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소통의 시작 ‘산행’- 윤용환(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 행정과장)

  • 기사입력 : 2010-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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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과는 안부 인사를 잘 나누지 않지만, 산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자연스레 인사를 나눈다. 이태백의 ‘산중문답’까지는 아니더라도 낯선 사람들과 먹을거리를 서로 나누고 인사를 주고받는다.

    산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인다. 친구, 부부동반 등 산에 온 사람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정겨운 이웃이 된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가야산국립공원을 찾은 탐방객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말을 맞아 두 아들을 데리고 산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하지 못한 말들을 가족과 함께 나누며 산을 오르다 잠시 쉴 때는 준비해온 간식과 물을 마시고 확 트인 경치를 같이 보니 자녀들과 더 친해진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다고 연방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분의 자녀들은 처음에는 아버지와 같이 산에 오는 게 싫어 도망갈 궁리부터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산행을 하다 보니 아버지가 무척 가깝게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 담아둔 말들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통이 안 된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하지만 자연의 품속에서 산행을 하다 보면 낯선 사람들끼리 나누는 인사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진다. 도시를 벗어나 갑갑한 넥타이를 풀고 가까운 국립공원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산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흐르는 땀방울처럼 우리 안에 쌓여 있던 것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오지 않을까?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국립공원에서는 짝을 찾는 새소리, 시원한 바람소리가 한창이다. 이뿐만 아니라 산을 오가는 이들의 반가운 인사소리도 가득하다. 사람이 싫어 자연을 찾아온 사람들마저도 다시 사람을 그리워하게 되는 여름, 인근 국립공원을 찾아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나누는 건 어떨까?

    윤용환(가야산국립공원사무소 행정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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