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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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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54) 황강 2- 거창군 고제면 금봉암~북상면 농산리

삼봉산 기슭 금봉암엔 황강 물줄기 샘솟고…

  • 기사입력 : 2010-07-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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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봉암에서 내려온 물이 모인 손항저수지.

    대자연이 주는 여름의 아름다운 녹색은 눈이 시리다 못해 아리다.

    굽이굽이 능선과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산들도 행복한 아름다움으로 반겨주었다.

    송계사 극락보전 마루에 앉아 잠시 망중한을 보내고 무예스님의 배웅을 받으며 일어서니 긴 여름날의 해도 짧기만 했다.

    중창 공사가 한창인 절집을 나와서 황강으로 흘러가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지방도로 1001번을 따라 칡목골을 넘어 삼봉산 아래 또 다른 황강의 발원지 금봉암으로 향했다.

    금봉암 대웅전.

    금봉암 약사여래불,

    ◇ 금봉암·빨간사과농원

    금봉암은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 산 253 삼봉산(해발 1254m) 자락에 있다. 금봉암 금담스님의 설명에 의하면 암자가 있는 곳이 해발 1070m라고 했다.

    삼봉산은 정상부가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마치 연꽃 봉우리처럼 보인다. 삼봉산 산행을 대부분 금봉암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등산객들의 주차 편리를 위해 암자 아래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대웅전 앞 절집 마당을 통해서 산으로 가는 길도 친절하게 안내해 놓았다.

    지리산 어느 절집은 원래 있던 산길도 절집을 통해서 간다고 다른 곳으로 돌려놓았는데 금봉암은 인심이 후한 편이다. 절집 입구에 빛바랜 채 서있는 안내판의 금봉암 유래를 요약하면 1200여년 전 이곳에 절집이 있었는데 큰 수해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알지 못했으나 불사 중에 옛 절터와 유물들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그때 해인사의 독실한 불자가 현 위치에 터를 정하고 100일 기도를 마치고 아래 마을로 내려가려는데 아침 햇살이 산봉을 비치는 순간 이름 모를 금빛새 한 마리가 날아와 기도처에 앉았다가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세 번 반복하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했다.

    이후 1800년 4월 어느 날 조그마한 토굴 암자를 지어 창건을 하였고, 절집 이름은 금빛새가 상봉을 세 번 왕복했다 하여 절 이름을 ‘금봉암’이라 하고 산 이름은 ‘삼봉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했다.

    금봉암 대웅전에 기대서서 주름진 산자락들이 무한으로 펼쳐지는 녹색의 아름다움도 장관이다. 송계사에서 금봉암으로 가는 길은 고제면 사무소를 지나 지방도로 1089번을 따라가다 황강천이 흐르는 봉산리에서 용초마을을 찾아야 한다. 용초마을 입구에는 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막돌 탑과 솟대들이 반겨준다.

    지난 2007년 가을 장대비가 내리던 날 금봉암을 찾아가다 사과 수확을 하는 것을 보고 과수원으로 무작정 들어갔다. 사과가 익어갈 때 색깔이 빨갛다고 과수원 이름을 ‘빨간사과농원’이라 했다는 김우용(58)씨가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겨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6000여 평의 과수원에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순박한 자연을 닮은 사람이다. 처음 만났는데도 사과를 먹으라고 주며 과수원에 있는 황토방에서 하루쯤 쉬어가라며 이불만 들고 오라고 하였다. 그러나 세상살이에 바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김우용씨는 만난 지 3년이나 되었는데 사과꽃을 솎아 주다 단숨에 알아보고 죽마고우를 만난 것처럼 반겨주었다. 여행은 자연을 만나고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행복한 즐거움이 있다.

    여행도 인생을 사는 것처럼 때로는 어려움이 따른다. 자연을 닮은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에 우리 땅 을 찾아가는 기행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넓은 과수원에는 노란 민들레꽃이 지고 솜사탕 같은 동그란 솜털 봉오리가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펼쳐져 있었다. 자연만이 줄 수 있는 행복한 아름다움이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가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가 8월 중순부터 9월 초이며, 사과를 수확하는 것은 8월 말에서 9월 중순까지라고 했다.

    경남 김해에서 와서 인근에서 과수원을 하고 있다는 송창성(53)씨도 경쾌한 음악을 틀어놓고 사과꽃을 손질하고 있었다. 사과나무도 음악을 들으면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익살을 부렸다. 과수원 사이로 이어지는 가파른 길을 따라가면 삼봉산 금봉암이다.

    주차장 부근에 있는 약사여래입상을 지나면 벼랑 끝에 해우소가 있고 종각이 반겨준다. 민가의 대문을 닮은 일주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요사채, 나한전, 대웅전이 ㄷ형태로 배치되어 있다. 대웅전 옆에 있는 용왕전 수미단 아래에 황강의 삼봉산 발원지가 있다. 용왕전을 짓고 용왕상을 봉안하였는데 절집 식구들이 사용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하였다. 금봉암은 부족함에서 얻어지는 행복감이 느껴졌다.

    금봉암 용왕전 내 황강 발원지.

    금봉암 용왕전

    ◇ 농산리 입석음각석인상·석불입상

    금봉암에서 내려오는 길에 고제면 소재지 민가 담장 부근에 선사시대 것으로 보이는 입석이 있어 찾아보았다.

    입석은 선사시대에는 고인돌 주변에서 묘의 경계를 표시하기도 하였고, 역사시대에 와서는 마을 입구에 세워 귀신을 막거나 경계를 나타내고, 토착신앙과 합쳐져 장수를 비는 칠성바위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농경사회의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는 의식이나 다산을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농산리 입석은 커다란 바위를 길쭉하게 다듬은 후 신선의 모습을 움푹 들어가게 새겨놓았다. 아랫면에는 알구멍(性穴)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알구멍은 청동기시대 후기부터 초기 철기시대에 나타나고 있는데, 농경사회에서 선사시대 사람들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던 의식으로 보기도 하고, 태양을 상징하는 제사의례와 관계있는 주술적인 의미로 보기도 한다.

    고제면에서 국도 37번을 따라 북상면으로 접어들면 길고 높은 덕유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황강 줄기 맑은 위천을 만들고 있었다. 북상면 농산리 들판을 따라 가면 산자락에 보물 제1436호 농산리 석불입상이 있다. 고제면에서 만난 입석과 북상면에서 만난 석불의 지명이 우연히 일치하였다.

    문화재에 대한 정확한 사료가 없을 때는 문화재 앞에 그 지역의 지명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전에 왔을 때는 좁은 비포장 길을 걸어갔는데 안내판도 서있고 도로도 포장을 하였고 주차장까지 만들어 놓았다. 도로에서 100m쯤 가면 광배와 받침대를 모두 갖춘 비교적 완전한 형태의 석불이 숲속에서 반겨준다.

    입상은 바위를 원추형으로 쪼아서 불상과 광배가 하나의 돌에 조각되었다. 머리 부분의 상투 모양은 높고 뚜렷하게 표현하였다. 알맞은 이목구비를 갖춘 둥근 얼굴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다.

    당당한 가슴과 함께 부드러운 경사를 이룬 유연한 어깨, 잘록한 허리와 날씬한 다리, 얇은 옷자락 속에 드러난 사실적인 몸매는 불상의 뛰어난 입체감을 더해 준다. 여기에 양쪽 어깨에 걸친 옷자락은 가슴위로 몇 갈래의 U자형 주름을 그리면서 내려오다가 허리부분에서 Y자형으로 갈라지고, 두 다리에 살짝 밀착되어 작은 U자를 그렸다가, 종아리부분에서 큰 V자로 마무리되었다. 이 같은 옷자락의 표현은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에서 나타나고 있다.

    몸 전체를 감싼 광배에는 불꽃무늬를 새겼고, 연꽃잎이 아래로 향한 받침대는 심하게 마멸되었으나, 모두 통일신라시대의 조각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불상 주변에서 절집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햇살이 불상 얼굴 위로 내리니 해맑은 미소가 더욱 온화한 모습이었다.

    ★ 여행 TIP 맛집

    ▲신토불이 촌두부: ☏(055)943-4307. 거창군 고제면 농산리 307. 청국장 전문식당으로 주인이 긍지를 갖고 있었다. 순두부(5000원), 청국장샤브샤브(30,000원).

    ▲거창식육식당: ☏(055)942-7061. 거창군 고제면 농산리. 정식(5000원), 무쇠 솥뚜껑에 삼겹살을 구워내는 집으로 1인분 7000원이다. 내장탕과 콩국수도 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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