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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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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31) 통영 소매물도

쪽빛바다·기암괴석·초원·등대…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섬

  • 기사입력 : 2010-08-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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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대섬을 둘러싼 웅장한 기암괴석./이준희기자/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선착장.

    망망대해 절해고도(絶海孤島)의 황홀한 풍광을 뽐내는 섬 ‘매물도’. 통영항에서 뱃길로 26.5㎞ 떨어진 매물도는 대매물도와 소매물도, 등대섬 등 3개 섬이 어깨를 나란히 한 삼형제 섬이다.

    남해의 푸른 바다와 수려한 해안 절경으로 매년 40만 명에 이르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매물도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가고 싶은 섬’ 명승 제18호로 지정돼 지금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거친 파도와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이 장관인 매물도. 행정구역상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한 매물도는 천혜의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주요 명소이다.

    소매물도는 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의 삼형제 중 둘째 섬이다. 이곳 사람들은 대매물도 옆 작은 섬이란 뜻으로 ‘웃매미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거제 저구항에서 출항한 ‘매물도 구경’호는 해무가 짙게 깔린 섬과 섬 사이를 지나 30여 분 만에 소매물도 선착장에 일행을 내려놓았다.

    소매물도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쪽빛 바다, 섬을 둘러싼 기암괴석, 언덕 너머 야생화와 등대가 절경을 이룬, 말 그대로 환상의 섬이다. 그러나 옛 추억의 어촌 풍경은 대부분 사라지고 새로 들어선 펜션과 건축이 한창인 현대식 건물들이 대신하고 있다.

    이미 넉넉한 어촌의 인심은 사라진 지 오래인 듯하다. 섬의 부동산도 대부분 외지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이 일부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유권자가 외지인들인 셈이다. 주민들은 언젠가부터 하나둘 섬을 버리고 뭍으로 떠났다. 이제 와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당시 섬생활은 그랬다. 섬사람들은 물이 귀하고 먹을 것이 없어 늘 배고파했던 섬생활보다 왠지 넉넉해 보이는 뭍의 생활을 동경했다.

    선착장에는 섬의 여인들이 해산물을 팔고 있다. ‘할머니 해녀들의 해산물가게’인 해산물 코너에는 소매물도 앞바다에서 채취한 굴, 해삼, 멍게 등 각종 신선한 해산물들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선착장에서 할머니 해녀들이 해산물을 팔고 있다.

    선착장에서 등대섬으로 가는 가파른 돌계단.

    선착장에서 등대섬으로 가는 길은 마을 한가운데로 난 가파른 돌계단으로 이어진다.

    무더운 날씨에 숨을 헐떡거리며 오르기를 10여 분, 섬 잔등에 우거진 숲으로 뒤덮인 소매물도 분교가 있다. 굳게 닫힌 철문 안으로 페인트가 벗겨진 학교 건물이 있고, 정문에는 ‘학교 내 출입금지’라는 안내판이 적혀 있다. 또 교문 앞에는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장터. 1969년 4월 29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되었음. 1997년 3월1일 경상남도교육감’이라고 적힌 팻말이 서있다. 소매물도를 졸업한 131명의 졸업생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들은 거센 파도와 바람소리 등 어릴 적 추억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학교는 아담하다. 언덕배기 양지바른 곳에 있어 한눈에 선착장과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다. 교실 앞 녹슨 종이 매달린 자리에는 아이들이 종소리에 금세라도 뛰어나올 것만 같다. 검붉게 녹슨 놀이기구들과 뒤틀어지고 여기저기 허물어진 관사. 현재 학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50m가량만 가면 등대섬과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망태봉(157m)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 버리지만 등대섬은 망태봉에서 내려다보는 게 일품이다. 넓게 펼쳐진 바다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풍경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 정도다. 하얀 등대와 푸른 하늘, 그리고 등대섬의 푸른 초원이 한 편의 그림 같다.

    가는 길에 망태봉 정상에서 만나는 ‘매물도 감시서’는 1978년 남해안 지역의 해상밀수 근절을 위하여 활선어선박의 주요 출입통로 감시 최적지인 이곳에 세웠지만 1987년 폐쇄해 현재 망루만 남아 있다.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섬이 등대섬이다. 남해 제일의 비경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섣불리 덤볐다가 큰코 다친다’는 말이 어울리는 섬이 바로 소매물도이기도 하다.

    강렬한 햇살에 인상은 일그러지고 무더위를 피할 나무그늘이 없어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다. 그냥 산 하나 넘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 이게 장난이 아니다. 산을 넘고,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기를 한 후에야 비로소 등대에 닿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준비를 철저히 할 걸…’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몽돌해변 ‘열목개’.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만 바닷길이 열린다.

    고개를 넘어 산등성이를 따라 한참을 가다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서면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잇는 자라목 같은 잘록한 길이 나타난다.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만 바닷길이 열리는 몽돌해변 ‘열목개’다. 열목개는 수시로 물보라가 인다. 바닷물이 빠지면 열렸다가 바닷물이 부풀어 오르면 사라진다. 등대섬까지는 대략 70m 거리다. 낮 12시부터 열리기 시작한 열목개가 오후 1시가 되자 제법 넓은 몽돌밭 길을 만들었다. 동글동글한 몽돌 밭을 조심스레 밟으며 등대섬에 오르면 등대까지 족히 10분이면 충분하다. 뜨거운 햇볕을 가릴 곳이라고는 전혀 없는 작은 등대섬, 우거진 수풀 사이로 난 나무계단을 한 발 한 발 내디디면 섬에서 유일하게 그늘이 있는 등대 아래에 이른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등대섬 등대는 하얀색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로 높이는 16m에 이른다. 등댓불을 밝히는 등명기는 대형 프리즘 렌즈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웅장해 48km까지 불빛을 비추어 남해안을 지나는 선박의 이정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파란 하늘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등대섬의 풍경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등대섬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소매물도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등대섬을 둘러싼 기암괴석.

    등대섬 정상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등대섬의 동남쪽 해안은 용바위, 거북바위, 촛대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우뚝우뚝 호위하듯 둘러서 있다. 등대섬에서 소매물도 오른쪽으로 보면 영락없이 공룡을 빼닮은 공룡바위가 눈에 띈다. 누가 공룡바위라는 이름을 지었을까, 참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등대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글씽이 굴’이다. 중국 진시황의 불로초를 구하러 온 서불이라는 사람이 해금강을 거쳐 이곳까지 왔다가 불로초는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다 동굴 천장에 서불과차(徐市過此· 이곳에 다녀간다)라는 글을 남긴 곳이라고 전해진다.

    소매물도에서 망태봉을 거쳐 등대섬까지 가는 데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쉬엄쉬엄 걸으며 경치를 둘러본다 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이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는 발걸음이 왠지 무겁다. 난감할 정도로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은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아름다운 섬에 대한 추억보다는 불볕더위에 지친 내 모습만 떠오른다. 소매물도는 아무래도 무더운 여름보다는 바닷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 가을에 찾는 것이 제격일 것 같다.

    ■ 남매바위 전설

    소매물도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담긴 남매바위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옛날 고기잡이를 하다 풍랑을 만나 표류하던 부부가 매물도에 살게 되면서 쌍둥이를 낳게 되었는데 계집아이를 소매물도에 버렸다고 한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되고 여인이 된 남매는 서로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우연히 만나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번개가 치고 벼락이 떨어져 커다란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 가는 길

    소매물도 가는 배는 통영과 거제 저구항 두 곳이 있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는 하루 3회(오전 7시, 11시, 오후 2시) 출항하며 약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거제 저구항에서는 하루 4회(오전 8시30분, 11시, 오후 1시30분, 3시30분) 출항하며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잠잘 곳

    소매물도에는 쿠크다스펜션 (☏649-5775), 후박나무민박 (☏010-9390-8400), 소매물도 하얀산 (☏642-8515), 소매물도펜션 (☏644-5377) 등 다양한 펜션과 민박시설들이 갖추줘 있어 하룻밤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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