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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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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이야기] 한여름 밤의 꿈

  • 기사입력 : 2010-08-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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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자 장주몽위호접(昔者 莊周夢爲蝴蝶) ‘어느 날 밤 장자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다’ 허허연 호접야(然 蝴蝶也) ‘하늘하늘 팔랑팔랑 기뻐 날아다니는 나비였다’ 자유적지여부지주야(自喩適志與不知周也) ‘너무 유쾌하고 즐거워 내가 장자인지조차 잠시 잊어버렸다’ 아연교즉거거연주야(俄然覺則然周也) ‘갑자기 깨어나자 별 볼일 없는 장자더라’ 부지주지몽 위호접, 호접지몽위주여 (不知周之夢 爲蝴蝶, 蝴蝶之夢爲周與)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닌 것인지 나비가 꿈속에서 장자가 되어 나타난 것인지, 도대체 알지 못했다.’

    장자 재물론(齊物論) 편 마지막에 꿈을 통한 장자의 철학을 이야기한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다는 호접몽(胡蝶夢) 이야기다.

    얼마 전 어느 여성의 꿈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꿈속에 나타나서 로또복권 번호 4자리를 알려주더라고 했다. 하도 선명하고 기이해서 꿈을 깨고도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어머니가 일러준 번호와 나머지 두 자리를 더 조합하여 10만원어치의 로또복권을 구입했는데, 1등 당첨은 되지 않았지만 그 4개의 숫자는 정확히 맞더라고 했다. 복권을 좀 더 샀으면 30억 원이 당첨되었을 것인데, 적게 사서 1등을 놓쳤다고 생각하니 속이 상해서 1주일을 앓아 누웠다가 그게 내것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털고 일어났다고 했다. 쓸쓸한 이야기다.

    대운(大運)은 10년 단위로 크게 변화하는데 좋은 운을 한 번 만나면 길게는 60년까지도 간다.

    요즘은 수명이 길어졌지만 예전 같으면 한평생을 좋은 운으로 살다간다. 반대로 나쁜 운을 만나면 태어나면서부터 좋지 않은 환경으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고생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60년까지 쭉 가는 것은 드물고 좋은 운 나쁜 운이 섞여 있어서 인생의 희비가 교차된다. 만약 벼락같이 1등의 복권에 당첨되었다면 그때의 운은 아마 최고의 정점에 올랐을 때일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1등에 당첨되고 나서 비참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반대로 직장에서 쫓겨나고, 사업에 실패해 자살하고 싶을 때의 운은 최저점에 있을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천천히 올라가는 경우도 있고, 빨리 올라가는 경우도 있는데 운의 차이에서 온다.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되었건 아무래도 좋다. 장자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인생은 어차피 한바탕 꿈이라는 것이다. 긴 시간인 것 같아도 지나고 나면 잠시 꿈을 꾼 듯 빨리 지나간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이다.

    안타까워할 것도 슬퍼할 것도 아니지만 우리 같은 범부들은 그래도 1등에 한 번 당첨되어 봤으면 당장 죽어도 좋을 것만 같다.

    몽음주자 단이곡읍(夢飮酒者 旦而哭泣)이라 하여 ‘꿈속에서 술을 마신 사람은 아침에 깨어선 그게 꿈이라서 안타까워 슬피 운다’ 했다.

    몽곡읍자 단이전렵(夢哭泣者 旦而田獵)이라 하여 ‘꿈속에서 슬피 울던 자는 아침에 깨어선 그게 꿈이라서 아무렇지 않게 생업인 사냥에 나간다’, 차유대각이후지차기대몽야(且有大覺而後知此其大夢也)라 하여 ‘이처럼 크게 깨달은 뒤라야 이 세상에서 산다고 하며 거들먹거리며 사는 삶이 온통 한바탕의 꿈임을 안다’고 했다.

    길지 않은 인생, 너무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다.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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