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금요칼럼] 호주여행서 다시 생각한 한국관광자원- 박선옥(한국국제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300년 안되는 역사로 관광상품 만들어
반만년 역사 우리나라 관광자원 개발을

  • 기사입력 : 2010-08-20 00:00:00
  •   
  • 이번 여름 호주여행을 다녀왔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인근 ‘더 록스’라는 구역의 한 모퉁이에 계단 몇 개가 철제 봉으로 보존되어 있다. 옆에는 1800년대 사진을 게시해 지금의 모습과 비교할 수 있게 해 두었다. 사진 속의 두 아이가 앉은 계단에 앉아 그 모습대로 사진을 찍어보는 재미 또한 적지 않다. 우리의 긴 역사에 비하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작은 계단 몇 개가 관광자원으로 보존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이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본 느낌보다 더 오래 가슴에 남았다.

    한 외국인 가이드가 계단 아래에서 위로 보이는 건물 ‘수잔나 플레이스’의 주인과 관련된 생활사를 금방 보고 온 옆집 이야기하듯 생생하게 설명한다. 소품들을 준비해서 관광객들에게 배역을 맡기니, 배역을 맡은 관광객들은 하나가 되어 웃고 즐긴다. 역사적 가치라기보다는 단순한 흥미에 지나지 않는 건물주의 생활사가 가이드의 실감나는 설명에 관광자원이 되고 있었다.

    장소를 옮겨 브리스번으로 가니 시내 한가운데 관광안내소가 위치하고, 그 안에 카우보이모자를 쓴 중년 신사분이 무료 가이드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건물 사이사이에 있는 오래된 건물의 역사를 소개했다. 얼핏 지나칠 수 있는 오래된 건물이 새 건물들 사이에 조화롭게 끼여 있었다. 오랜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 외벽은 수리하지 않고, 실내만 리모델링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한 시간 남짓 안내를 끝낸 가이드는 시내무료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면서 시내 전경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 번 보라는 말과 함께 떠났다. 관광안내소와 가이드, 무료버스의 접근성이 놀라웠다.

    브리스번의 시내 거리는 남북으로 뻗어 있는 도로에는 여성이름이, 동서로 나 있는 도로에는 남성이름이 붙어 있다. 한 택시기사는 자신들이 여왕의 아들, 딸이라는 의미라면서 자랑스러워했고, 묻지도 않은 옛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생각해 보니 시드니의 수상택시기사도 영국인들이 호주에 처음 정착할 때의 역사를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가이드뿐 아니라 거리의 기사들도 하나 되어 호주의 알리미가 되어 있었다.

    올해 여행수지가 100억달러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시대에 여행수지를 들먹이며 해외여행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젊은이들이 해외로 나가 보고 배우기를 바란다. 반면, 더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의 관광지를 찾을 수 있도록 관광지를 개발하고 상품화할 필요가 있다.

    원주민 역사를 제외하면 300년 안 되는 역사로 관광상품을 만들어 내는 호주에 비하여, 반만년 동안 한자리를 차지하고 살아 왔던 우리나라는 자원이 산재해 있다. 마을 앞산 절터만 해도 천년 역사를 지닌 신라시대 유물이다. 천년된 역사적 사실보다 더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는 천년의 이야기가 깃든 곳이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기쁜 일이다. 이를 가치화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숨은 노력들에 박수를 보낸다. 한옥호텔도 세우고, 한국문화테마파크도 조성하고, 한옥체험촌도 건립하고 문화유산해설사도 늘린다고 한다. 행여 욕심이 과하여 자원을 훼손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많은 외국인들이 가공되지 않은 전통의 아름다움에 더 매료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굳이 이름난 문화유산이 아니라 생활공간 내의 자원들이 그림과 사진과 이야기가 곁들여지면 더 훌륭한 관광상품이 된다. 상품이 될 만한 장소에 대한 옛 사진 공모전을 개최하고, 그 장소와 관련된 민간전설이나 구전 이야기 대회 등을 개최한다면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자료를 소중한 자원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수집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지역전문 관광가이드를 육성하고, 전 지역민들에게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급가이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리의 안내자들이다. 관광안내소의 숫자와 위치적 접근성도 더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박선옥(한국국제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허철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