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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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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행복해지기- 이광수(수필가)

  • 기사입력 : 2010-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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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 사람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행복해지는 길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각양각색일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일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살림에 여유가 생기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외로운 청춘남녀나 홀로 된 사람은 좋은 짝을 만나는 것이 행복해지기일 것이며, 자식이 없는 사람은 자식을 갖는 것이 큰 행복일 것이다.

    이처럼 행복해지기를 거론하려면 인간의 욕심처럼 끝이 없을 것이다. 돈을 많이 가지면 권력을 쥐고 싶고, 그다음엔 명예까지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행복은 인간의 욕망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물질적 풍요는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행복은 어차피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다소 관념적이고 거창해 보이는 행복해지기를 일상적인 소박한 삶 속에서 찾아보기로 하자.

    먼저, 1시간 동안의 행복해지기로 낮잠 자기를 꼽는다. 밤늦게까지 일하다가 새벽녘에 잠들다 보면 수면부족을 느낀다. 일의 피로가 덜 풀렸다는 증거다. 그리고 불면증으로 뒤척이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피곤함을 느낀다. 이때 1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 나면 피로가 싹 가시고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러나 낮잠도 길게 자면 신체리듬이 깨져 나른함을 느끼고 오히려 저녁 숙면에 방해가 된다. 그리고 너무 바빠서 항상 수면부족을 느낄 땐, 점심식사 후 10분 정도 졸고 나면 피로가 가신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증거다.

    두 번째로 하루 동안의 행복해지기로는 낚시질이 좋다. 강태공 노릇은 옛날부터 인격수양의 방편으로 널리 행해진 행복해지기다. 낚싯대를 물가에 드리우고 세상 시름 다 잊고 삼매경에 푹 빠져드는 행복감은 비길 데가 없다. 그러나 낚시질도 고기를 낚는 데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이 또한 중노동에 속한다. 하루 종일 찌를 응시하며 고기의 입질을 주시하다 보면 피곤하기 짝이 없다. 느긋하게 즐기는 낚시를 해야 한다. 또한 아내와 가족과의 주말 나들이를 너무 소흘히 했다가는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므로 어느 정도 절제가 필요한 행복해지기다.

    세 번째로 1년 동안의 행복해지기로는 새집을 갖는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 서민들의 제일 첫 번째 꿈이 내집 장만일 것이다. 나 역시 시골에서 대궐 같은 집에 살다가 도회지로 이사와 15년 동안 셋방살이를 전전하면서 절박하게 느낀 점이다. 처음 내집을 장만했을때 느낀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 년 살고 나니 싫증이 났다. 아마 도시사람들은 그래서 자주 이사를 하는 것 같다. 새집으로 이사와 1년 동안 집안을 꾸미고 가꾸며 느끼는 쏠쏠한 재미는 주부들의 행복해지기가 아닌가 싶다.

    네 번째로 2년 동안의 행복해지기는 결혼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감정의 존속기간이 30개월 이내라는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수긍이 가는 말이다. 특히 요즘은 연애기간이 길어져 결혼의 행복감을 느끼는 기간도 더 짧아지는 것 같다. 통계상으로 보면 결혼 후 2년 이내에 이혼하는 커플의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끝으로 평생 동안 행복해지기로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봉사란 문자 그대로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불우한 이웃이나 병마에 시달리는 시한부 환자를 위해 물질적 정신적으로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베푸는 아가페적 사랑이다.

    비록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여 베풀지는 못해도 순수한 봉사정신으로 행동으로 남을 돕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젊어서나 나이 들어서나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평생 동안 행복한 생을 누릴수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나보다 못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삶이야말로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평생 행복해지기의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광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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