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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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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36) 거제 내도

몽돌밭·푸른 바다·울창한 동백숲…
자연이 준 선물 그대로 간직한 ‘명품섬’

  • 기사입력 : 2010-09-1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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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 내도의 울창한 동백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외도.

    마을 앞 바닷가 몽돌해변과 새롭게 단장된 펜션,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이준희기자/

    거제 구조라항에서 해금강으로 가는 뱃길에 위치한 섬 ‘내도’(9가구 10명·25만6505㎡·거제 8경).

    뱃길로 10여 분이면 닿는 섬 내도는 마치 거북이가 바다에 떠있는 형상을 하고 있어 ‘거북섬’으로 알려져 있다.

    반송재를 지나 지세포에서 와현 고개를 넘어서면 잔잔한 바다 위에 나란히 떠있는 두 개의 섬이 보이는데 안쪽에 있는 섬이 내도, 바깥에 있는 섬이 외도이다.

    두 섬은 서로 이웃하고 있지만 풍경은 사뭇 달라 내도가 여자의 섬이라면, 외도는 남자의 섬이다.

    옛날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남자 섬 외도가 구조라 마을 앞에 있는 여자 섬 내도를 향해 떠오는 것을 보고 놀란 동네 여인이 ‘섬이 떠 온다’고 고함을 치자 놀란 섬이 그 자리에 멈춰서 오늘날 외도와 내도가 됐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가을 하늘을 수놓는 고추잠자리를 길잡이 삼아 찾은 내도는 자연이 숨겨둔 비밀의 섬이다.

    “젊은 양반, 멀리서 온다고 수고가 많았네 그려. 어서 타소. 자 이제 출발해야지!”

    오전 9시 출항하는 뱃시간에 맞춰 겨우 도착한 뱃머리는 섬을 찾는 이가 없어 썰렁하기만 하다. 손님은 겨우 2명.

    하루 세 차례 내도와 구조라항을 오가는 내도호(선장 유차봉·63)에 오르니 배는 이내 섬을 향해 내달린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콧잔등을 간지럽히는 뱃전에 서니 호젓한 초가을의 바다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내도와 구조라항 오가는 ‘내도호’‘.

    내도호 유차봉 선장과 염소 ‘깜순이’

    섬 자랑을 늘어놓는 유 선장의 입담에 푹 빠져 섬의 유래를 듣고 있노라니 배는 어느새 섬에 닿는다.

    바닷가를 따라 새롭게 단장된 펜션과 언덕을 따라 군데군데 들어선 집들은 동화 속 나라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유 선장은 “내도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상록수림으로 뒤덮인 섬에서 삶의 여유를 찾으려는 등산객들과 기암괴석으로 뒤덮인 가파른 절벽의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다”며 “먹거리는 없지만 섬을 한번 돌아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푹빠질 정도로 섬은 볼거리가 풍부하다”고 말한다.

    섬은 작지만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 같다. 몽돌이 뒤덮인 바닷가와 마을 사이에는 예전 내도분교(98년 폐교)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펜션이 들어서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지만 1982년 당시 학교 운동장에서 선사시대의 유적인 조개무지와 무문토기 조각, 홍도 조각, 승석문토기 등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거북의 꼬리 부분에 위치한 마을은 10여 명의 주민들이 물고기나 염소 등을 키우며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마을주민들은 “한때 20여 가구가 내도에 살았지만 어자원 고갈과 자녀교육 문제 등을 이유로 모두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섬을 지키고 있다”고 전한다.

    내도분교가 있던 자리. 맞은편은 거제 8경 중 하나인 ‘공곶이’.

    마을 앞 바닷가는 둥글둥글한 몽돌밭과 맑고 깨끗한 바닷물이 있어 여름철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마을 맞은편에는 봄이면 수선화가 무리지어 피는 ‘공곶이’가 마주하고 있다. 내도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위치한 공곶이는 거제 8경 중 하나로 ‘내도’가 비밀의 숲이라면, ‘공곶이’는 비밀의 정원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일운면 예구마을 뒤편에 자리 잡은 공곶이는 강명식(79)·지상악(75) 부부가 척박한 해변가 땅을 40년 넘는 세월 동안 피와 땀으로 일군 농원이다. 농원에는 동백, 종려, 후박, 조팝, 수선화, 갯버들 등 50여 종의 꽃과 나무들이 천상호원을 이루고 있다.

    공곶이 혹은 공고지라 불리는 지명은 두 가지 유래가 전해지는데 거룻배 공(鞏)자에 곶(串)을 써서 곶처럼 지형이 툭 튀어나와 있다고 해서 ‘공곶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곶’ 자 대신 꽁무니 ‘고’(尻)자를 써 꽁무니처럼 툭 튀어나온 지형이란 의미로 ‘공고지’로 쓰기도 한다.

    유 선장의 안내로 해안길을 따라 2~3분 정도 돌아가니 섬을 돌아볼 수 있는 산행길의 초입이 나온다. 내도는 선착장과 마을 일대만 포장이 돼 있을 뿐 나머지 섬 둘레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오래된 동백나무가 가득한 동백숲.

    해안절벽을 따라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섬은 해안일주로가 없다. 대신 해안절벽 위로 동백숲길을 따라 절경을 즐기며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순환형 해안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트래킹의 묘미와 섬의 풍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멋이 있다.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들어선 산행로는 입구부터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줄을 서서 반긴다. 숲은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울창한 동백나무 군락과 덩굴이 우거진 밀림 같은 숲을 이루고 있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은 된 듯한 아름드리 동백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은 자태를 볼 때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숲이 워낙 깊어 바다는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보일 뿐,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에 바다 곁을 걷고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다. 짙푸른 동백잎이 빽빽하게 들어선 숲을 지날 때면 으스스한 느낌마저 감돌게 한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코끝을 스치면서 가을 향을 풍기고 달아난다. 숲은 들어갈수록 파도 소리, 발자국 소리만이 들린다. 간혹 숲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바짝 긴장하고 있으면 시꺼먼 염소가 앞을 획~ 지나간다. 순간 간담이 서늘해져 온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스스로 되뇌어 본다.

    순간 탁 트인 바다 전경이 눈에 펼쳐진다. 거북의 머리에 해당하는 작은 봉우리에 서니 저 멀리 해금강과 남부면 일대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위에 걸터앉아 섬이 선사하는 남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세상의 근심걱정이 사라진 듯 잠시 평온함이 찾아온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에는 염소 무리들이 여유롭게 앉아 오후의 햇살을 즐기고 있다. 저 멀리 서이말 등대가 하얀 구름과 어우러져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제공한다.

    섬은 여기서 20여 분 바다를 보며 숲을 따라 걸으면 다시 마을에 이른다. 여유롭게 돌아도 1시간이면 넉넉히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마을 가까이에 이르자 주민들이 괭이와 호미를 손에 들고 언덕을 오르고 있다. 경사가 심해 섬은 넓은 평지는 찾아볼 수 없으나 집앞 인근의 언덕을 개간한 텃밭이 있어 웬만한 채소는 자급자족하고 있다.

    지난 7월 행정안전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명품 섬 BEST 10’에 선정돼 향후 4년간 25억원이 지원되는 내도는 섬의 특징을 잘 살린 ‘친환경 명품섬’으로 개발될 계획이다.

    푸른 바다와 맑고 깨끗한 바닷물, 울창한 동백림 등 자연이 내린 선물을 간직한 섬 ‘내도’.

    바다를 끼고 울창한 동백숲을 걷는 숲길, 3월이면 붉은 동백꽃으로 뒤덮일 내도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 바닷길 열리는 ‘윤돌도’

    거제시 일운면의 ‘윤돌도’는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작은 섬이다. 동백나무와 후박나무가 뒤덮여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섬 ‘윤돌도’.

    마치 뿔고동을 엎어놓은 것 같은 형태로 봄부터 가을까지는 아침안개가 잦아, 섬의 머리만 내놓는 섬의 풍경 또한 절경이다.

    간조 때면 윤돌도는 물이 갈라지고 밑바닥이 드러나는 신비스런 바닷길이 열리면서 거제도와 연결된다.

    섬에서 섬으로 걸어 건널 수 있는 바닷길은 윤씨 삼형제의 효성 어린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섬은 전설 속의 ‘윤씨 형제가 놓은 징검다리’에서 ‘윤돌도’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한다.

    ☞ 거제 내도 찾아가는 길

    구조라에서 하루 세 번(오전 9시, 오후 1시·5시(10월~2월), 하절기 오후 6시(3월~9월) 내도로 가는 배편이 운항된다. 그러나 승선객이 없을 때에는 정해진 운항시각일지라도 운항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연락을 해보는 것이 좋다. 도선요금은 왕복 8000원. (내도호 선장 유차봉 ☏010-6888-1624)

    ☞ 잠잘 곳

    내도에는 옛 내도분교를 새롭게 단장한 다양한 펜션이 들어서 있어 잠자리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내도펜션 신필옥 ☏ 011-9318-8833)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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