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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25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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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의 전환- 박선옥(한국국제대호텔관광학부 교수)

사회적 약자 아닌 농가에 젊음의 활기 불어넣는 감사의 대상

  • 기사입력 : 2010-09-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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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가위를 맞아 이동한 인구가 49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숫자이다. 모처럼 찾은 고향 어귀에서 혹 낯선 모습을 발견하지는 않았는가? 고향에 남은 연로하신 부모님 가장 가까이에서 아침 저녁으로 인사 나누던 이는 이웃의 외국인 형수님이 아니었는가? 고향마을에서 들은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는 행여 이웃사촌인 외국인 형수님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아니었는가?

    2010년 6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 수는 120만명이 넘는다. 이 중 외국인 근로자가 55만여명, 외국인 유학생이 8만여명, 결혼이민자가 13만여명에 이른다. 또 다른 조사에는 2009년 전체 31만 건의 결혼 가운데 10% 이상에 달하는 3만3000건이 외국인과의 결혼으로, 열 가정 중 한 가정은 다문화 가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농촌의 경우에는, 농촌 남자의 40%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루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 가운데 초·중·고교 재학생도 3만여명으로 그 수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국제결혼에 의한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의 역사는 서기 48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가야국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후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그의 오빠인 장유화상과 더불어 배를 타고 풍랑을 헤쳐 가야국에 도달해 김수로왕을 만나 열 명의 아들을 두었다. 왕은 왕비의 외로움을 위로하기 위해 두 아들에게 왕비의 성인 허씨를 갖게 하였으며, 이들이 김해 허씨의 시조라 한다. 오늘날 다문화 가정의 부인과 그들의 자녀에 대한 편견에 비하면 참으로 배려 깊은 일이다.

    내 옆지기는 곡부 공씨 78세손이다. 곡부는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둥성에 있다. 말하자면 우리 집 네 식구 중 나를 제외한 세 명은 공자의 먼 후손인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슬람계 덕수 장씨, 베트남계 화산 이씨, 몽골계 연안 인씨, 일본계 우록 김씨도 있다. 최근 귀화한 국제변호사 영도 하씨 로버트 할리씨도 있고,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된 독일 이씨 이참씨도 있다. 우리나라 275개 성씨 중 136개가 귀화 성이라 한다. 이들의 후손의 후손들을 다 합치면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다문화 가정 출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수로왕의 허황후는 2000년 전에 한반도에, 곡부 공씨는 700여 년 전에 정착했으며, 지금의 다문화 가정은 정착한 지 아직 100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단지 그 차이일 뿐이다.

    지난달에는 훈훈한 뉴스를 보았다. 함안 금천마을에서 결혼이민자 출신 박복순씨가 3년째 이장직을 맡고 있다는 소식이다. 처음에는 모두들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으나 몇 년이 지나고 나니 마을의 할머니들이 모두 자신의 집에 와서 놀고 계시더라는 것이다. 그만큼 마을 주민들의 공동 며느리가 된 것이다. 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지키고 있는 농촌 마을에 그는 어려운 일을 도맡아하는 마을의 진정한 지도자인 것이다.

    그저께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한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는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가 강원도에 계신 시어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엄마, 저 이제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노래도 부를 수 있어요. 잘 살게요. 저희들 걱정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이제 다문화 가정은 우리가 보살펴야 하는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110만 우리 농가에 젊음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며 우리의 고향을 지켜내는 감사의 대상이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는 몽골 출신 귀화 여성 ‘이라’씨가 ‘다문화 정치인’ 1호로 경기도의원이 되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후 취업과 아들의 교육문제로 불편을 겪다가 한국에 귀화해 성남 이씨 성을 창설해 개명했다는 이라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 이주민의 정착과 인권 보호를 위해 발로 뛰겠다고 한다. 그의 포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제2, 제3의 이장님과 정치인이 다문화 가정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박선옥(한국국제대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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