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2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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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37) 거제 황덕도·화도

작은 통통배 타고 홀로 떠나요
푸른하늘과 바다, 넉넉한 인심 만나러…

  • 기사입력 : 2010-09-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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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 고다리 마을과 황덕도를 오가는 통통배. 앞에 보이는 마을이 황덕도 지부리 마을이다./이준희기자/

    ◇ 황덕도

    칠천도(七川島) 동쪽에 자리 잡은 섬 ‘황덕도’(黃德島·21만7056㎡·40명 21가구)

    칠천도의 부속섬 격인 황덕도는 대곡리 당너머 마을 고다리 끝에서 불과 300여m 떨어진 자그마한 섬이지만 안몰, 새지, 지부리 등 3개 자연마을이 있는 소박한 어촌마을이다.

    예부터 전해져 오는 지명에 얽힌 유래로는 황덕도에 사람이 살기 전 숲이 울창해 노루가 많이 살았고, 섬 언덕에 노루들이 노니는 것을 지켜본 칠천도 한실 사람들이 ‘노루가 뛰어 노는 언덕’이란 뜻으로 ‘노루언덕’으로 부르다 말이 줄어 ‘노런덕’이 되었으며 이후 ‘노른덕’, ‘노른디기’로 불리었다고 한다. 또 섬에 나무가 없을 때 누런 황토 땅이었기에 ‘누런섬’이라고도 불렀고, 한때는 100살 이상의 노인들이 많아 ‘장수섬’ 또는 ‘노인덕도’(老人德島)라고 불렀다고 한다.

    대곡마을 깊숙이 자리 잡은 황덕도를 둘러보기 위해 고다리 끝 방파제의 도선 대기장에 서니 도선장(김재봉)의 연락처와 요금 등이 적힌 안내판이 길을 안내한다. 섬을 오가는 도선은 황덕도 안몰 마을 선착장에 항상 대기하고 있어 섬을 찾는 이가 언제든 연락만 하면 된다.

    김 도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섬에 들어가려 한다”고 하자 잠시 후 바다 건너 섬 한가운데서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통통배(일명 택택이) 한 척이 달려온다. 5분여 만에 도착한 도선은 배가 방파제에 닿기가 무섭게 이내 다시 섬으로 향한다.

    “섬에 뭐 볼 게 있다고 왔능교?” 김 선장은 이방인의 방문이 낯선지 어색한 표정으로 손님을 맞는다.

    도선이 닿은 안몰 마을은 섬 한가운데 잘록한 부분에 자리 잡고 있다. 14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마을은 활기찬 어촌의 풍경 대신 산사의 고요함 같은 적막감이 흐른다. 어디를 둘러봐도 주민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안몰 앞바다의 해상콘도는 주말이면 섬을 찾는 낚시꾼들로 붐빈다는데…. 해상콘도가 자리 잡은 위치나 낚시 포인트 등을 살펴볼 때 낚시꾼들이 그리 많이 찾을 것 같지는 않다. 홍합 등 양식장 부이들이 바다를 하얗게 뒤덮은 안몰 앞바다는 어민들이 어장을 손보느라 분주하다.

    안몰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언덕을 넘으면 새지 마을이다. ‘샛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새지 마을’을 지나 해안로 오른쪽으로 돌면 칠천도 대곡리 고다리 끝과 마주하고 있는 지부리 마을이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여 분, 섬은 뛰어난 볼거리나 먹거리는 없지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가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둘러볼 만한 섬이다.

    ◇ 화 도

    청정해역 남해안의 ‘멍게’(우렁쉥이) 생산지로 유명한 섬 ‘화도’(花島·108만7831㎡·130명 80가구). 큰 파도를 연상케 하는 3개의 구릉이 인상적인 이 섬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넉넉하고 후덕한 인심이 느껴지는 풍요로운 섬이다.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속한 ‘화도’는 적도(赤島), 각도(角島), 화도(火島), 화도(花島), 어도 등 지명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인근 바다에서 바라보면 산 정상에 우뚝 솟은 바위가 있어 ‘어도’라 불렀으며, 저녁 노을을 받으면 섬이 붉게 빛나 붉은 섬 ‘적도’라고도 불렀다.

    또한 일제시대에는 봄이면 섬에 진달래꽃이 만발해 ‘화도’(花島)라 불렀는데 이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수군들이 왜구를 무찌르면서 섬에 불을 질러 화도(火島)라 부른 것을 일본인들이 화도(花島)로 바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화도는 작은 섬이지만 모두 7개의 자연 마을이 있다. 임진왜란 때 왜선들이 많이 정박했던 왜선포를 비롯해 염전이 있던 염막포, 송포, 면포, 송좌포, 미포, 발포 마을 등이다. 주민들의 90%가량이 멍게 양식을 하고 있어 겨울이면 어민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섬의 특산물로 바지락도 꽤나 유명하다.

    화도 미포마을. 바다 건너 통영항이 아련히 보인다.

    화도 미포마을 앞 등대.

    하지만 화도는 섬사람들은 물론 뭍의 사람들에게도 ‘가깝고도 먼 섬’이다. 화도는 둔덕면 술역리 호곡 마을 앞 방파제에서 10분이면 닿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거제 본섬과 화도를 오가는 도선이 없어 주민들은 섬을 한 번 오가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하루 두 차례(오전 7시·오후 2시) 통영항에서 섬을 오가는 정기여객선 ‘섬누리호’가 운항되지만 여객선은 통영의 섬 곳곳을 돌아오기에 화도까지 대략 2시간이 걸린다.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불편한 배편으로 인해 2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자신들이 소유한 배편을 이용해 뭍을 오간다. 배가 없는 섬의 노인들은 마을 이장(박영찬·50)에게 생필품을 부탁하고 있다.

    섬을 찾은 날도 마을 이장의 배(인애호)에는 농협 등에서 섬 노인들에게 추석 선물로 나눠준 상품권을 쌀, 설탕, 세척제 등 갖가지 생활용품들로 바꾼 물건들이 한가득 실려 있다.

    박 이장은 “섬주민의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다”며 “뭍에 자주 나가지 않더라도 노인들이 간단히 몸을 씻을 수 있는 자그마한 목욕탕 등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을 이장은 섬에서 말 그대로 심부름꾼이다. 노인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간다. 간단한 TV수리에서부터 전기·수도세 등 각종 공과금 납부와 우편물 배달까지…. 마을의 온갖 궂은 일은 이장의 몫이다. 마을에 긴급한 일이 생기면 그의 배는 응급구조선이 된다.

    “마을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 아무리 서둘러도 하루 해가 짧다”는 박 이장. 오늘도 각종 고지서와 우편물을 양손 가득 들고 바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발걸음에 힘이 들어간다.

    호곡 마을에서 출발하면 맨 먼저 닿는 마을인 송포 마을은 지난 2월 폐교된 숭덕초등학교 화도분교가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학교는 아이들 대신 텅 빈 그네와 시소만이 외롭게 운동장을 지키고 있다.

    박 이장은 “폐교된 학교는 현재 마을 어촌계에서 임대·관리하고 있다”며 “향후 섬이 바지락 캐기 등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 섬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시설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화도 바지락은 씨알이 굵고 맛이 뛰어나 도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섬의 해안일주로는 70%가량 이어진 상태다.

    송포 마을에서 해안을 따라 오른쪽을 돌면 맨 먼저 만나는 마을이 송좌포이다. 1가구만이 살고 있어 외로워 보이는 마을은 큰 개 한 마리가 ‘컹~컹~’ 짖을 뿐 사람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다시 화도 길을 따라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면 미포마을이다. 예전 멸치잡이 권형망이 성업을 이뤘던 마을은 지금 모두 떠나고 소규모의 권망이 성행하고 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멸치 말리기 작업이 한창이다.

    이른 새벽(4시께) 바다에 나간 멸치잡이 배는 잡은 멸치를 인근 가마솥이 있는 뗏목으로 옮겨 바로 삶는다. 그래야 멸치 특유의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잡은 멸치는 해풍에 말려 통영의 권형망 수협에 내놓는다.

    화도는 행정구역상 거제시 둔덕면 술역리에 속했지만 주민들의 생활권은 대부분 통영에서 이뤄진다. 바다 건너 통영항이 손을 뻗으면 마치 닿을 듯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멸치

    꼴뚜기

    마을주민 박명중(50)씨는 “화도 멸치는 ‘팔딱팔딱’ 뛰는 멸치를 현장에서 바로 삶아 말리기 때문에 맛이 기가 막힌다”며 멸치 큰 놈 하나를 골라 선뜻 내민다.

    아직 덜 마른 멸치를 한 입 베어 물자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입 안 가득 멸치 향이 퍼진다. 짭쪼름하면서도 쫄깃한 그 맛이 일품이다.

    왜선포 마을은 고개 너머에 있다. 가파른 언덕을 지나 마을 어귀에서 바라본 마을은 왠지 모를 정겨움이 묻어난다.

    왜선포에서는 더 이상 해안로가 이어지지 않는다.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미포와 송포로 향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고개 아래 송포 마을이 나타난다. 해안로를 따라 송포와 면포 마을 지나면 섬 끝머리에 염막포 마을이 있다.

    화도 주민이 멍게 포자 이식을 위한 팜사(줄) 작업을 하고 있다.

    마을 앞 바닷가는 화도의 특산물인 멍게 포자 이식을 위한 팜사(줄)작업이 한창이다.

    포자 틀 위를 오가는 부부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금세 포자 한 틀이 완성된다. 12월 중순부터 멍게 산란이 시작되면 같은 달 하순부터 곧바로 채란에 들어가 내년 1월 중순까지 작업이 계속 지속되기에 어민들은 포자 틀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염막포 이종명(전 이장)씨는 “청정해역에서 자란 화도 멍게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맛과 향이 탁월하다”며 “붉은 선홍빛의 멍게가 꽃을 피울 때면 세상의 어느 꽃보다 탐스럽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 “송홧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 3월 중순께가 되면 멍게에서도 솔향이 묻어나 일년 중 가장 맛있는 시기”라고 귀띔한다.

    이방인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 준 부부의 따스한 마음을 간직한 채 돌아서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가볍게 느껴진다.

    ☞황덕도 가는 길= (신)거제대교에서 신현 방면으로 가다 연초삼거리에서 좌회전해 하청면 실전에서 칠천연륙교를 건넌 후 대곡리 당너머 마을 고다리 끝에서 도선을 이용하면 된다. (도선장 김재봉 010-2650-9357)

    ☞ 화도 가는 길= (구)거제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지방도(1018) 따라 달리다 둔덕면사무소에 이르기 전 호곡마을에서 화도 이장(박영찬)에게 연락하면 임시 배편을 이용할 수 있다.(☏010-7136-0675)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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