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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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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도의원들, 당을 버리시오- 이선호(논설고문)

“지역일꾼 되겠다” 초심과 달리 당 행사에 눈도장 찍어서야

  • 기사입력 : 2010-10-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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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의회의 지난 100여 일을 되돌아보면 혼란 속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듯하다. 알다시피 새 도의회는 지난 7월 5일 문을 열었지만 18일 뒤인 7월 22일에야 가까스로 원 구성을 마쳤다. 이 기간 비한나라당 도의원들이 본회의를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겉으로는 도민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한나라당, 비한나라당 할 것 없이 ‘자리 탐’을 한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희망적이다. 도의회는 과거와는 달리 한나라당, 민노당, 민주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여러 정당의 깃발을 든 59명의 의원들로 뒤섞여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고 혼란스럽게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초반 파행 기간 동안 김오영 한나라당의원협의회 대표와 김해연 민주개혁연대 공동대표는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보여줬다. 평소에도 호형호제하는 관계라던가. 그래서 도의회 앞날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이즈음 도의원들에게 몇 가지 바람이 있다. 도의원들은 선거 유세기간 지역의 ‘일꾼’을 자처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의회에 입성하고부터는 자신의 당과 다른 사안에 대해선 ‘싸움꾼’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정치꾼’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나라당이든 비한나라당이든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행태는 볼썽사납다. 도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다. 당의 입장을 떠나 경남도 발전과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신대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참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당의 깃대를 쥐고 있어야 힘을 쓸 수 있다는 건가. 가정컨대 4대강 사업만 하더라도 무기명 투표를 하면 소속 정당에 따라 두부 모 자르듯이 찬반으로 갈라지진 않을 것이다

    물론 정당정치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다. 자신의 이념과 철학을 정당을 통해서 구현한다. 그러나 도의원은 정당인이기 이전에 지역의 대소사를 챙기는 생활정치인이어야 한다. 의원 배지를 달았다고 지역의 일꾼이 되겠다는 초심과는 달리 당 소속 국회의원 행사에 눈도장이나 찍는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는가. 굴비 엮이듯 줄줄이 엮여 있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바라건대 앞으로 의정기간 당을 뛰어넘어라. 나아가 당을 떠나 보시라. 도민들은 구태를 벗어나 당 앞에 당당히 서는 ‘참 도의원’상(像)을 원한다. 행여 다음 공천에서 탈락할까 두려운가. 하지만 도민들의 눈높이를 의심하지 마시라. 여차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된다. 대중들은 다 알고 있다.

    또 도의회의 기본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다. 이는 도의원들이 해당 업무에 밝아야 한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불가에 ‘이판사판’이란 말이 있다. 세간에선 ‘이판사판 막다른 길이다’ 등과 같이 마지막 궁지를 뜻하는 말로 쓰이지만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의 합성어다. ‘이판’은 참선하고 경전을 강론하고 수행하면서 때론 포교활동을 하는 스님이다. ‘사판’은 생산에 종사하면서 절의 업무를 꾸려 나가는 사무행정을 맡은 스님을 이른다.

    도의원들의 역할을 보면 ‘이판사판’을 닮았다.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를 설득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이판사판 싸워야 한다. 업무의 영역이 나날이 확대되고 지식의 발달 또한 예측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꼼꼼히 챙기려면 공부하고 정진하는 자세도 게을리할 수 없다.

    바라건대 이판이 되시고 사판이 되시라. 도의원들이 당을 뛰어넘어 이판, 사판이 되었을 때 감히 장담할 수 있다. 당장 해외연수 때마다 언론 등의 도마에 올라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의정비 인상 문제도 시비가 줄어들 것이다. 더욱이 유급 보좌관제는 도민들이 먼저 챙겨 도입을 권할 수도 있다.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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