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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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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여성시대의 도래- 안외숙(수필가)

  • 기사입력 : 2010-10-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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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프레슬리·리지 재단이사장 에릭슨 박사는 ‘이제 세계여성들은 엄마로서 만족하지 못하고 커리어우먼, 즉 일자리를 찾고,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며, 같은 유행을 따르고 싶어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현상이 보편화되어 가는 추세다.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연령대인 40대 여성들이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 입학하여, 각종 국가자격증시험에 응시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결혼적령기의 남성들도 직업여성을 선호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연장에 따라 노후대비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들의 교육수준 항상에 따라 능력발휘의 기회를 갖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근래 사법·행정 등 고시도 여성의 합격률이 30%대에 이르고 있으며, 각 대학의 수석 졸업자는 거의 여성들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직업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남자도 감당하기 힘든 직업 중의 한 분야인 선박용접공의 베테랑이 여성용접공이라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남녀의 직업영역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남성의 직업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미적 감각이 남성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분야에 여성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의 지위향상과 취업여성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여성정책이나, 우리 사회 저변의 인식은 예전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가사와 육아는 거의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다. 근래 젊은 부부들의 인식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남성우위의 유교적 관습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정부의 육아정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출산장려시책을 보면 기준이 없고 중구난방식이다. 복지 선진국인 서구의 여성복지정책과는 아직 한참 거리가 멀다.

    직장여성들을 위한 보육지원책을 보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의 경우 종업원 300인 이상인 곳에서만 탁아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근로자들이 주로 취업하는 영세기업이나 자영업소는 보육지원대상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회취약계층이나 차상위계층으로 맞벌이를 해야하는 여성은 적은 급료의 거의 절반을 탁아보육비로 지출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증가율은 1.15%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의 급진전으로 생산활동인구가 줄어들어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26년이면 노인인구의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이에 대한 근본대책은 여성인력의 생산인력화 촉진과 함께, 출산율을 선진국 수준인 1.70%대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가임여성의 증가책은 여성이 근무하는 직장에 무료탁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든지, 민간탁아시설에 위탁시켜 육아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길밖에 없다. 물론 일시에 많은 복지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므로 연차별로 시차를 두고 취약계층부터 단계별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편모·편부가정에 대한 지원대책은 당장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가정의 행복은 여성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남성의 여성에 대한 편견과 인식 또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앞서 에릭슨 박사가 설파했듯이 여성시대의 도래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아직도 남성우월주의의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한 아둔한 남성 등은 머잖은 장래에 설 땅을 잃고, 고독한 산보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우리 여성들이 가정에서 감당하고 있는 역할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가 진정 선진화된 복지사회로 가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안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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