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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56) 황강 4- 거창군 위천면~ 거창읍

굽이굽이 계곡 따라 오색 가을 물들고…

  • 기사입력 : 2010-11-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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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계정. 1905년 거창 장씨 문중에서 후손들이 선조 장홍해의 공적을 기려 세운 정자이다.

    세월은 참 빠르다.

    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을을 보내고

    겨울로 가는 계절의 순환을 하고 있었다.

    여름날 정온 선생 고택과 반구헌을 답사하고

    금원산 자락으로 발길을 옮길 때만 해도

    논에서 푸른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황금색으로 변한 들판에는 벌써 가을 추수가 끝이 났고

    소 사료로 쓰일 볏단이 발효과정을 거치기 위해

    비닐에 켜켜이 쌓여 있었다.

    지난번 우리 땅 순례가 나가고 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가급적 한자를 병기해 주면 이해가 쉽다고 하였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최소한 한자를 병기할 예정이다.

    금원산으로 오르는 좁은 길을 따라가다 위천면 상천리

    작은 마을 입구에서 보일 듯 말 듯한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면

    논 가운데에 오래된 불상 1기가 있다.

    미폭(米瀑)

    ◇ 강남사지석조여래입상·미폭(米瀑)

    마을 골목길에 차를 세우고 잠시 걸어가면 금원산을 뒤에 두고 있는 강남사라고 하는 절터에서 발굴된 석조여래입상이 있다.

    그동안 온갖 비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지금은 주변 정리도 잘 되어 있고 보호각을 산뜻하게 만들어 제법 문화재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보호각을 만들면서 철창 같은 나무막대로 시야를 가려버려 관람을 하는 것도 쉽지 않고 카메라에 담는 것도 어려웠다. 이 불상은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을 형상화한 광배(光背)를 가지고 있다. 얼굴은 마모가 심하며, 목에는 3줄의 주름인 삼도가 뚜렷하게 표현되었다. 양 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으나 전체적으로 마모가 심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점이 아쉽다.

    마을 사람들에게 절의 내력을 물어보니 고려 때 강남사라는 절이 있었다고만 전한다고 했다. 1200년이 넘는 세월을 버티고 있었으니 마모가 될 만도 하다.

    금원산 휴양림 방향으로 길을 나서면 여름이면 인근 계곡에는 피서객들로 복잡하다. 금원산 휴양림 매표소 부근에 하얀 암반을 드러낸 미폭(米瀑)이 있다. 미폭은 현승산 지재미 골짜기 어귀 북쪽 산기슭에서 너럭바위 위를 비스듬히 흘러내리는 폭포다.

    폭포수가 흐르는 모양이 쌀이 흘러가는 듯하여 쌀 이는 폭포라고도 하고, 옛날 폭포 위쪽에 동암사라는 사찰이 있어서 쌀 씻는 뜨물이 항시 바위를 흐르고 흘러 쌀 이는 폭포 또는 동암 폭포라고 하였다.

    동암사가 있었다고 하는 절터에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있다.

    문바위

    ◇ 문바위·가섭암지마애삼존불상

    휴양림 매표소를 지나면 삼거리이다. 기백산~금원산~현성산 능선을 따라 흘러가는 방향에 따라 물줄기가 남강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황강의 줄기가 되기도 한다. 휴양림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금원산과 현성산 등산로이다.

    여름에도 발이 시리는 계곡 물을 건너면 가섭암 일주문에 해당하는 문바위가 버티고 서있다. 바위의 모양새도 아름답고 위엄스러워 가섭사를 지키는 호신암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위 밑에는 자연 동굴이 있는데 액을 면하고 복을 비는 토속신앙의 기도처로 이용되고 있다. 바위에는 ‘달암 이선생 순절동’이라 새겨져 있다. 고려가 망하자 두 나라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선비가 이곳에서 여생을 마쳤다고 전한다.

    현성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계곡을 건너지 않아도 가섭암지에 갈 수 있지만 답사 길에는 늘 계곡을 건너 문바위를 지나간다. 황강으로 흘러드는 맑은 물줄기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소나무가 울창한 계곡에 발을 담그면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진다. 옛그늘 답사회 정기 답사에서도 일부러 사람들에게 차가운 계곡물을 맨발로 건너며 자연이 주는 순수함을 느끼게 하였다.

    금원산 등산로을 비켜서면 가섭암지 마애삼존불로 가는 108개의 계단이 이어져 있다. 고독과 번뇌를 씻어내며 108계단을 오르면 한 사람이 겨우 비집고 통행할 수 있는 바위틈이 있다. 천연 동굴의 한쪽 면 암벽에 얕게 파고 부조한 마애삼존불이 있다.

    얼굴 표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며 특이한 대좌 형식 등에서 토속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불상이다. 마애불을 보면 못난이 삼형제들이 장난기를 머금고 서있는 듯하다. 본존불은 소발의 머리 위에 육계가 큼직하다. 넓적한 얼굴은 작은 눈과 입, 세모꼴의 통통한 코, 납작하고 긴 귀 등에서 지방형식이 매우 강하다. 왼쪽 협시보살 옆에는 세로 88㎝, 가로 70㎝ 크기로 불상이 만들어진 유래를 해서체로 1행 26자, 총 21행에 540여 자를 새겨 놓았다. 마애불은 고려 예종 6년(1111년)에 조성되었고 불상이 있는 곳에 가섭암과 지장암 등의 암자가 있었다. 보물 제530호로 지정되어 있다.

    황강으로 흘러가는 금원산 계곡

    거열산성

    ◇ 건계정, 거열산성

    가섭암지를 나와서 금원산에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위천면을 지나면 위천천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장풍 숲이 있다. 장풍 숲은 수백 그루의 소나무들이 덕유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 속에 마을 숲을 이루며 옛 선비들의 시작(詩作)을 위한 원림이었고, 한여름에는 들일에 지친 농부들이 땀을 식히기도 했던 곳이다.

    옛 원학동 선비들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었다. 거창은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늘어서다 보니 산들이 주름처럼 겹쳐지는 곳에 생겨나는 계곡도 많고 깊다. 계곡을 따라 발길을 재촉하니 산이 좋고 그런 산 사이로 굽이굽이 물이 흐르고 있으니 앉을 자리 설 자리를 보아가며 누대와 정자가 많다.

    위천천을 따라 마리면을 지나 거창읍내로 들어서니 건계정이 반겨준다. 잠시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정자에 걸터앉으니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오색으로 물들어가는 단풍잎들이 가을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건계정은 1905년에 거창 장씨 문중에서 후손들이 선조 장종행의 공적을 기려 세운 정자로 주변 자연 풍광과 잘 조화되어 있다. 위천천 자연 암반을 그대로 활용해 단아한 모습을 갖춘 정자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의 팔작지붕이다.

    황강으로 흐르는 위천천 따라 내려서면 관광용 물레방아가 한가롭게 돌아가고 있고 다리를 건너면 거열산성 안내판이 반겨준다. 거열산성은 거창읍 상림리에 있는, 돌로 쌓은 산성으로 일명 건흥산성이라 부른다.

    덕유산 줄기에 있는 건흥산(해발 572m)의 정상 끝자락에 있는데, 성 아래에서 성곽이 보이지 않게 산의 지세와 능선의 높낮이를 이용해 요새와 같이 쌓았다. 거열산성이 있는 건흥산은 옛날 거창부사가 삼봉산에 이어 기우제를 지냈던 곳이다. 지금도 산 동쪽 기슭에 기우단과 기우샘이 남아 예나 지금이나 토속신앙의 산실로 자리하고 있으며 거창읍민들의 아침 산책길 약수로 이용되고 있다.

    건흥산 북쪽으로 아홉산 취우령이 있으며 남쪽으로 소분지의 건흥평전이 있다. 성을 쌓은 정확한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각 시대마다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전하고 있다. 성 안에는 망루를 세운 7곳의 흔적과 건물터, 우물터 등이 있으며, 동쪽에는 우물이 있다. 현재 성벽의 둘레는 약 1.5㎞이고 높이 8m, 폭은 아랫부분이 7m, 윗부분은 4m 되는 견고한 석성이다. 동쪽 성문터 밖에는 병사의 훈련이나 말을 키웠을 것으로 보이는 평탄한 대지가 있으며, 벽돌과 삼국시대의 붉은 기와조각이 출토되었다.

    1983년 11월 17일 군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약수터, 운동기구를 갖추어 놓았고 간단한 등산로를 만들어 군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 여행 TIP- 맛집

    ▲이가집 촌두부: ☎ 055-942-3088. 거창군 마리면 말흘리 183-1. 촌두부: 6000원. 청국장:6000원. 100% 우리 콩만을 사용하여 구수한 청국장 맛이 있고, 가마솥에 콩을 넣어 장작불을 지펴서 8시간을 삶아 온돌방에 만 5일간 띄워 청국장의 진한 맛을 낸다.

    ▲청정횟집: ☎ 055-942-4756 거창군 마리면 하고리 102-3. 장어구이: 1인분 1만8000원. 돌솥밥과 된장찌개가 덤으로 나온다. 장시간 숙성시킨 소스가 일품이다.

    (마산제일고등학교 학생부장·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dolmenk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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