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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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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46) 마산 저도

수정 같은 바다, 콰이강 다리 ‘보는 재미’
낭만 가득한 해안 둘레길 따라 ‘걷는 재미’

  • 기사입력 : 2010-12-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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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 비치로드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해안 풍경./이준희기자/

    경남에는 ‘저도’라는 지명을 가진 섬이 네 곳 있다.

    박정희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거제 저도’와 죽방 멸치로 유명한 ‘사천 저도’, 그리고 황금돼지의 전설이 깃든 ‘마산 저도(돝섬)’와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구산면 저도’가 있다.

    섬이 아닌 섬 ‘저도’.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마산합포구 구산면 저도를 찾아 나섰다.

    섬의 지형이 마치 돼지가 누워있는 것 같아 돝(猪)자를 써서 이름 지어진 ‘저도’(47가구 101명. 214만70㎡).

    마산의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저도로 가는 길은 해안도로가 일품인 백령재를 지나 반동에서 연륙교로 이어진다.

    해안선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만끽할 무렵 비릿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치며 바다 위로 주홍빛 아치형 다리가 위용을 드러낸다.

    구산면 구복리와 저도(猪島)를 연결하는 바로 ‘저도연륙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 ‘콰이강의 다리’(The Birdge On The River Kwai·1957)를 닮았다고 해 일명 ‘콰이강의 다리’로 불리는 저도연륙교는 길이 170m, 넓이 3m의 철제 다리로 1987년 놓여졌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인디안 썸머’가 이곳에서 촬영됐는데 남편 살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이신영(이미연)의 국선 변호사를 맡은 서준하(박신양)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남해 바다인 이곳에서 이틀을 보낸다는 내용이다. 또한 가수 거미의 뮤직비디오 ‘아직도’의 배경이기도 하다. 

    철교 위로 발을 내닫자 세찬 바람에 몸이 순간 휘청인다. 그러나 철교 위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남해안의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유유히 흐르는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그 사이로 점점이 떠 있는 쇠섬, 암목섬, 자라섬 등 낭만적인 풍경이 연인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발 아래 바닷물은 수정처럼 맑고 깨끗해 물고기가 노는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다.

    저도연륙교 난간에 사랑의 자물쇠들이 굳게 채워져 있다.

    크고 작은 산에 둘러싸인 다리는 아늑하고 포근하다. 사랑의 연을 맺어준다는 주홍빛 철교 난간 위에는 온갖 종류의 자물쇠들이 걸려 있다.

    다리는 사연을 품고 있다. 연인이 다리를 건너는 동안 손을 놓지 않으면 사랑이 영원히 이루어지고, 만약 중간에 손을 놓으면 헤어지게 된단다. 또 다리 위에서 빨간 장미 100송이를 건네며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하면 사랑이 맺어진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재민이랑 할배·할매 되서도 지금처럼 재미난 친구처럼 지내길…’, ‘완전완전 오래오래 정말정말 사랑하길…’, ‘형주★봉선 사랑이 이루어진 날, 평생 아끼며 사랑하겠습니다’ 등 굳게 잠긴 자물쇠에는 갖가지 사랑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저도연륙교는 안전상의 문제로 2004년 신저도연륙교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인도교로 남아 있다.

    <2004년 개통된 괭이갈매기 형상의 신저도연륙교(사진 아래)와 ‘콰이강의 다리’로 유명한 기존 저도연륙교>

    괭이갈매기를 형상화한 신저도연륙교는 길이 182m, 폭 13m의 왕복 2차선 도로로 광케이블 조명시설을 설치해 시간별·계절별 모습을 달리 한다.

    연륙교가 놓여지기 전 섬사람들의 생활은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고달팠다. 뭍으로 나오기 위해서 섬사람들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나룻배를 이용해야만 했다.

    저도에서 섬 맞은편의 뱃사공을 향해 “어이, 태우러 오소…” 하고 고함을 치면 나룻배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친 물살을 건너 사람들을 태우러 왔다. 섬 아이들도 나룻배를 타고 학교를 오갔다.

    연륙교가 놓이면서 지금은 섬사람들의 생활도 많이 달라졌다. 섬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섬사람들은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자연산 횟집을 운영하며 손님들을 맞았고, 홍합 양식과 바다에서 나는 각종 수산물을 도심으로 내보내는 등 섬에 활력이 넘쳤다. 연륙교는 섬사람들에게 삶의 통로가 됐다.

    연륙교 건너 윗마을과 아랫마을은 시골 어촌의 고즈넉한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포만 깊숙이 자리 잡은 마을은 웬만한 바람에도 꿈쩍 않을 것 같다.

    저도 주민이 잘 여문 홍합을 까고 있다.

    다리 건너 섬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홍합을 까는 여인, 홍합연승을 위한 작업이 한창인 어부 등 삼삼오오 모여 앉은 섬사람들이 정담을 나누며 삶의 터전을 일구며 살아가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비치로드는 걷는 것만으로도 흥겹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은 산새들의 재잘거림과 군데군데 피어난 억새풀이 길동무가 되어 준다. 저도연륙교를 바라보며 낙엽 쌓인 숲길을 20여 분 걷다 보면 제1전망대에 이르는데 탁 트인 바다가 일품이다. 점점이 떠 있는 배들과 섬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 속까지 후련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여기서 조금만 가면 기암괴석과 바다, 숲이 조화를 이룬 환상의 코스인 제2전망대가 나온다.

    사각정자로 가는 길은 오르막이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쯤이면 만날 수 있는 사각정자는 산 중턱에 자리 잡아 한눈에 남해안의 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코스 분기점에서 계속 직진하면 제1·2·3 바다체험장에 이르고, 여기서 아래로 조금만 내려와 코스 합류점에서 마을로 내려오는 샛길과 용두산 정상으로 향하는 갈래길을 만난다. 산책로는 대부분 경사가 완만해 걷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능선을 돌아 마을로 내려오는 길, 마을 어귀의 한 집 굴뚝에서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해가 산 너머로 뉘엇뉘엇 넘어가자 섬주민들은 저녁 준비를 서두른다.

    ☞찾아가는 길

    통영·고성방향→구 현동검문소→1035번 지방도→구산·수정방향→1002번 지방도→백령재→반동→저도연륙교

    ☞ 저도 비치로드

    섬 가운데는 용두산(해발 202m)이 우뚝 솟아 있는데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저도 비치로드’가 지난 6월 말 개방되면서 마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랫마을 주차장 입구에서 시작해 섬을 한바퀴 돌아보는 5.5km 구간의 저도 비치로드는 3시간여에 걸쳐 갯내음 가득한 시원한 해풍을 맡으며 천혜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가족·연인들의 산책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해변 암벽 등에는 남해안의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1·2전망대와 사각정자, 목재데크 등이 설치돼 있으며 바다체험장 3곳이 있다. .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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