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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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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논술수업] (17) 서른 살의 나에게 보내는 타임캡슐

  • 기사입력 : 2010-12-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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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이 되면 마음이 급해서 서두르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학급 문집을 만드는 일이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한 해 동안 했던 글쓰기를 챙겨서 학생들에게 자기 글을 컴퓨터에 입력하도록 해 파일을 모으고 학기 초에 역할배정을 했던 편집위원들에게 편집 계획을 마무리하도록 닦달 아닌 닦달을 한다. 올해 글쓰기 주제를 챙겨보면서 마무리 주제로 '서른 살의 나에게'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선정했다. '서른 살의 나에게'는 학급 문집 만들 때마다 선정하는 주제이다.

     얼마 전 인터넷 신문에서 '10년 후의 나의 모습'을 적어서 묻어둔 타임캡슐을 찾으러 제자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내용의 기사를 보았다. 고3이었던 제자들은 스물아홉이 되어 직장인이 되고 결혼을 하기도 했다. 당시 마흔이던 선생은 쉰이 되었다. 타임캡슐의 소망이 오롯이 이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우리 학급에서도 '학급 운영에 관한 의견 쓰기'에서 타임캡슐에 관한 의견이 나왔던 참이라 이 기사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주제를 선정한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누구나 꿈꾼다. 우리 반 친구들도 자신의 앞길이 낭떠러지이고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러분의 나이 때에는 내가 도대체 어떤 길로 가야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고 불안할 때도 있기는 하겠지만 열심히 한다면 뭔가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진로 문제는 무 베듯이 단칼에 결정할 수 없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과제이다. 어른이 된 선생님도 마찬가지다.

     

     희망은 길과 같다. 길은 처음부터 만들어져 있던 것이 아니라 무수히 다님으로써 만들어지듯이 희망도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인터넷 기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우리는 돌아가며 10년 전에 쓴 글을 낭독했다. 우리는 적잖게 놀라며 박수를 쳤다. 10년 전에 다짐했던 내용들이 10년 후에 대체로 실현되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10년 전에 소망했던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석진이는 군인의 길, 재홍이는 회사원, 영균이는 최첨단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고 썼다. 나는 좋은 선생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썼다. 우리의 그때 소망이 오롯하게 이루어진 것이었다.'

     

     학급 운영에서 몇몇 친구들이 제안했던 타임캡슐은 현실적인 여건으로 힘들지만 이 주제의 글을 학급 문집에 싣는다면, 그리고 학급 문집을 버리지 않고 책꽂이 한켠에 꽂아둔다면 생각날 때마다 꺼내어 보면서 자신의 삶을 다독일 수 있는 타임캡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글 내용으로 서른 살의 나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고 다짐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다음 글들은 우리 학생들이 위의 주제로 쓴 글의 일부분이다. 이 글을 쓰면서 한 생각인데, 타임캡슐을 다시 한 번 학생들과 의논해 보아야겠다. 중학교를 마무리하는 등산을 하면서 신어산이나 경운산, 무척산에 가서 우리 반 타임캡슐을 비밀 장소에 묻어둘 수 있지 않을까?

     

    ☞ 학생 글 1

    "네 직업에 보람 느끼고 열정 가졌으면…"

     

     <지금쯤 30살이 된 내가 이 글을 읽고 읽겠지? 만약 네가(30살이 된 나의 모습)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면 너무 심심해하지 말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보단 네가 벌써 한 기회를 날려버렸기 때문에 늦어. 그렇기 때문에 너는 다른 사람들보다 2배로 더 열심히 해야 해. 이럴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반대로 네가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것을 이루어서 지금 네가 그 직업을 다니고 있다면, 처음에 너는 그 직업을 이뤄냈다는 것에 대해서 기쁘고 뭔가 벅차오르는 마음과 동시에 '내가 하고 싶었던 직업이니만큼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야지'라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 틀림없어. 그 처음 생각했던 마음가짐으로 네가 다니고 있는 직업에 더 열심히 성실히 열정을 가지면서 그 일에 열의를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 네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고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고 있을거야? 내가 정말 이루고 싶어하는 꿈이고 직업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내가 내 직업을 이루기까지 열심히 했다는 증거고, 보람차게 생활을 해온 거니까.>

     

    ☞학생 글 2

    "또 다른 꿈 향해 나아가는 멋진 사람 되길"

     

     <안녕, 넌 지금 서른 살이겠지. 벌써 그렇게나 되었구나, 고등학교 3년을 보람있게 살았겠지? 그리고 네가 원하던 대학교에 합격하고 말이야. 그리고 너의 꿈도 꼭 이루었을 거야. 난 널 믿으니까 말이야. 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았어.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일을 해내었다고 믿어, 내가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해야 했던 일들을 나열해 볼게! 얼마나 실천했는지, 안했는지 보렴.

     첫째, 후회없는 고등학교 생활 보내기! 남은 인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는 고등학교 3년을 알차게 보내면 너에게 더 단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둘째, 나의 꿈에 맞는 대학교와 학과 가기, 너의 꿈을 시작하는 첫걸음에서 조금 늦게 돌아가더라도, 나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

      셋째, 혼자 여행을 가보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남은 너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에 잠기는 것도 좋을 듯해. 일촉즉발 상황이 벌어질 때면, 혼자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가며 얻는 경험 하나하나가 너에겐 큰 도움이 될 거야.

      넷째, 세계여행 다니기! 세계 곳곳을 다니면 네가 이 세계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비전을 되새기는 좋은 시간이 될 거야. 또한 여러 곳의 새로운 세상의 모습과 그곳을 적응해 나가는 능력도 너에겐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해.

      다섯째, 지금부터(2010년 12월)시작해 책 1000권 읽기에 돌입할 작정이야. 네가 이글을 다시 읽을 때가 되면 꼭 1000권을 달성해 흐뭇하게 미소짓고 있었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네가 원하는 꿈을 꼭 이루길 바랄게. 누구보다도 후회 없고 최고의 삶을 살아가면서 네 꿈을 이루고,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멋진 사람이 되길…. 난 앞으로의 나를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벅차올라. 이 가슴을 무너뜨리지 않게 정말 최선을 다할게. 그럼 10년 후에 봐.>

     

    학생 글 3

    "분명 너는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을 거야"

     

     <내가 미래를 가끔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자세하게는 아직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간단하게 내가 생각하는 서른의 내 모습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이다.

      솔직히 지금 내가 꿈꾸는 미래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그 일에 충실히 하고 만족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차차 미래의 꿈도 명확하게 잡힐 것이고, 진로의 길도 세워질 텐데…. 그때쯤에는 지금처럼 미루거나 떼우는 것 없이 잘 실천할 것이라 믿는다. 아마 지금까지 내가 지키지 않은 나와의 약속, 계획들이 계기가 되고 발판이 되어서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배종용(김해여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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