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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도둑보다 나쁜 자작극/김호철기자

  • 기사입력 : 2010-1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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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도내에서 자작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2건 있다.

    하나는 11월께 창원 미술관장의 26억원대 미술품 도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10월께 고물상 업주의 11억원대 현금 도난 사건이다.

    두 사건의 범인은 경찰에 피해를 봤다고 직접 신고한 미술관장과 고물상 업주로 결국 드러났다. 문제는 모두 불구속 입건에 그친 처벌 수위였다.

    창원 모 미술관의 도난 사건은 미술관장이 12억원짜리 조각품 ‘Where is your papa’를 잃어버렸다고 제기하면서 일이 커졌다.

    창원중부경찰서는 6~7명으로 구성된 형사 1개팀을 이 사건에 전담시켰고, 이를 밝혀내는데 2주일을 소모했다. 결국, 관장의 자작극으로 밝혀지면서, 안 그래도 매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절도사건으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경찰들을 허탈하게 했다. 이 정도의 경력·시간이면 좀도둑 사건을 해결해도 수건은 해결할 수도 있었다.

    김해 고물상 업주 현금 도난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시 신고를 받은 김해서부경찰서는 고물상 업주의 자작극을 밝혀내기까지 20여명의 경력을 투입해 3일 동안 불철주야 매달려야 했다.

    두 사건은 경찰의 치안서비스를 좀먹는 범행이었지만, 처벌은 모두 불구속 입건에 그쳤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었다는 게 이유로 보인다. 이번 자작극들은 수십 여명의 경력과 비용, 시간 등 낭비를 초래한 심각한 범행이지만, 처벌수위는 경찰 1명 투입해 잡은 좀도둑보다 못한 격이다.

    한 경찰관은 “자작극은 처음 신고가 들어와 조사를 할 때부터 감지되지만 신고자가 피해자 신분이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수사에 애를 많이 먹는다”며 “자작극으로 밝혀내도 처벌이 미약해 고생한 것에 비해 아무런 성과도 없다”고 토로했다.

    자작극은 대국민 치안서비스 공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강도 높은 처벌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김호철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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