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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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비경 환상의 섬 (50·끝) 마산 양도

대문 없는 집, 우물, 빨래터… 정겨운 풍경

  • 기사입력 : 2010-12-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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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 능선 따라 제일 높은 산등성이서 바라본 양도 방파제와 마을 풍경. 맞은편 섬은 송도이다.

    마산의 특산물인 ‘미더덕’ 생산지로 유명한 진동면 고현마을 앞 부둣가가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다.

    미더덕 수확 작업을 서두르는 어민들, 수확한 미더덕을 출하하는 어민들, 트럭에 미더덕을 싣고 가는 상인 등 이른 아침부터 부둣가는 삶의 활력이 넘쳐난다.

    부둣가 한쪽의 자그마한 컨테이너 부스 안에는 추위를 피해 모여 앉은 서너 명의 할머니들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할머니들은 모두 첫 배를 타고 나온 섬사람들이다. 진동 장날(4·9일)을 맞아 오랜만에 시장에 들러 장을 보고, 병원에도 들른 후 다시 섬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진동 고현항에서 뱃길로 20분이면 닿는 섬 양도(26만8734㎡).

    섬의 생김새가 양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양도는 섬 전체가 야트막한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사람들은 하루 세 차례밖에 운항되지 않는 배편이 불편할 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롭다.

    “배가 자주 없어 불편하지.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조른다고 배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아예 느긋하게 일 보고 여기서 오랜만에 만난 옆 동네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기다리는 게 낫지….” 평생을 섬에서 산 할머니들은 섬 생활이 익숙해져 큰 불편함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고현항을 출발한 배는 먼저 솔잎향이 은은한 섬마을 ‘송도’에 사람들을 내려준 후 다시 맞은편 섬 양도로 향한다. 섬 전체가 소나무숲으로 뒤덮여 일명 솔섬으로 불리는 ‘송도’는 20여 명이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섬 마을 풍경과 뭍에 나갔던 주민들이 섬으로 돌아와 도선에서 내리는 모습.>

    배가 닿은 섬의 첫인상은 따습다. 햇살이 따습고 섬사람들의 인심이 따습다. 추운 겨울인데도 차가운 바람을 느낄 수 없다.

    호수같이 잔잔한 창포만은 산으로 둘러싸여 병풍을 둘러쳐 놓은 듯 아름답고 바닷물은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많이 추울 줄 알았는데 걷기에 적당한 찬바람이다. 예상 밖의 날씨에 섬여행이 즐겁다.

    섬 곳곳에서 노출된 암반을 볼 수 있는 양도는 큰 암반으로 이루어진 섬인 듯하다.

    큰 마을과 작은 마을로 나눠진 섬은 고작 25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의 섬이 그렇듯 양도 역시 나이 많은 노인들만이 섬을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큰 마을과 달리 작은 마을은 집들이 멀찍이 떨어져 있다.

    능선을 따라 마을에서 제일 높은 산등성이에 올라서니 맞은편 섬인 송도와 고현항, 바다 위의 하얀 부표와 뗏목 등 바다의 정겨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안선을 따라 10여 분 걸으면 작은 마을에 이르는데 큰 마을에서 작은 마을로 이어진 해안로가 절경이다. 암반과 암반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을 모아둔 우물과 빨래터, 그리고 바다 위의 작은 섬들. 더욱이 물이 귀한 섬에서 암반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은 지금도 섬 주민들이 사용할 정도로 물맛이 좋고 깨끗한 편이다.

    <암반 사이로 흘러내린 물을 모아 식수로 사용하는 곳.>

    대문이 없는 집은 다른 섬에서 볼 수 없는 양도만의 정겨운 풍경이다.

    흉흉한 세상에 대문이 없는 마을이라니…. 어찌된 영문인지 윤병식(71) 도선장에게 물으니 그 대답이 걸작이다.

    “대문 있으면 뭐 할라꼬! 다 아는 집인데, 도둑도 없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풍경이다.

    바다 위 하얀 부표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춤을 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부표 아래에는 홍합, 미더덕, 굴이 찬바람을 맞으며 여물어 가고 있다. 이제 얼마 후면 식탁에 올라 우리들의 입맛을 돋워 줄 것이다. 섬은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안겨 준다.

    언제나 사람을 반가이 맞는 섬, 다시 찾고 싶은 섬. 아름다운 섬의 비경을 배경 삼아 그동안 만나온 섬 사람들의 삶의 애환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 찾아가는 길= 마산역-경남대-동전터널-진동-고현미더덕마을-양도(도선장 ☏ 윤병식 011-499-4057).

    글·사진=이준희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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