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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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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세상을 움직이는 처세 ‘겸손’- 박익렬(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허영심 버리면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추는 겸손 갖게돼

  • 기사입력 : 2011-01-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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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망찬 신묘년 새해를 맞이했다. 그러나 온통 전국은 구제역 파동과 국지적 폭설 등으로 난리다. 하지만 연일 들려오는 따뜻한 얘기들은 가득하다. 사랑의 연탄 배달, 독거노인을 위한 점심 배달, 다문화 가정을 위한 각종 행사, 장애인을 위한 배려 등으로 귀를 열고 있으면 많은 흐뭇한 일들로 참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작년 연말에 남자 후배로부터 뜻깊은 말 한마디를 배웠다. “사랑합니다!”라는 말이다.

    물론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후배 덕분에 주변 사람들에게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자주 회자(膾炙)되고 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말들 중의 한마디지만 마음이 설레고 반성되는 것은 혼자만의 일 같지는 않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과연 사랑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면서 살아갈까?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시작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쉽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

    특히, 경상도 사람들은 이런 표현에 정말 익숙하지 않다. 흔히 ‘그걸 말로 해야 아냐’고 하면서 사람을 무안하게 만든다. 오늘부터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보려고 한다.

    사랑한다는 말 외에 겸손(謙遜)이라는 말도 세상을 잘 살아가는 처세술이 될 것이다. 겸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를 말한다. 쉬운 것 같지만 실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세상 사람들은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겸손에 대한 동화 같은 ‘강물 이야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고요히 흐르는 강줄기를 바라보던 할아버지에게 강물이 들려준 이야기다(낮출수록 커지는 삶의 지혜 겸손, 김희수, 엘도라도, 2007).

    “어느 날 내가 강물에게 물었지, 어떻게 이리도 먼 길을 왔느냐고,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느냐고.”

    “그랬더니 강물이 내게 이런 말을 하더구나.”

    “옛적에는 나도 작은 웅덩이를 가득 채운 적이 있었어요. 만약 제가 작은 것을 채우는 것에만 급급했다면 그 웅덩이로 만족했을 거예요. 실제로 제 친구들은 대부분 지금도 작은 웅덩이에 만족하며 살고 있죠. 미처 웅덩이도 못 채운 친구들은 저를 보면서 한껏 치켜세우기도 했죠. 그래서 저도 한때는 제가 최고인 줄 알고 우쭐했어요.”

    “그래서 나는 ‘그런데 어떻게 그 작은 웅덩이를 벗어나서 먼 곳까지 여행하게 되었지?’하고 물었더니 강물이 대답하기를….”

    “저는 바다를 보았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미처 보지 못했지만요. 깊고 넓은 바다에 대한 꿈을 꾸자 더 이상 웅덩이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죠.”

    “그래도 편안한 웅덩이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작다고는 하지만 웅덩이도 둑이 있으니 그걸 넘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말이야 하고 물었더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더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추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렇다면 겸손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허영심(虛榮心)이다. 분수에 넘치는 겉치레인 것이다. 자신과 자기 안의 허영심을 버리지 않으면 결코 자신을 낮출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겸손함은 스스로에게 긍지를 갖는 자긍심(自矜心)인 것이다.

    지난 12월 31일 ‘국립 진주산업대학교’가 ‘100년 전통, 100년 미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로 교명(校名)을 변경했다.

    지난 100년간 농업 분야에 뿌리를 두고 동식물 분야를 특화시켜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했던 산업대학이 인류 보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 중심 과학기술 교육’을 펼친다는 당찬 포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하나 되어 ‘작지만 강한 가치창조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 겸손함은 물론 자긍심을 갖고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익렬(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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