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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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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형기무형(刑期無刑)- 형벌의 원래 목적은 형벌이 없어지는 것을 기대한다

  • 기사입력 : 2011-01-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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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가 초등학교 2학년에도 1학년 때 선생님이 계속 담임을 맡게 됐다. 그런데 이 담임 선생은 시도 때도 없이 화를 잘 내고, 자기가 한 말도 안 지키고, 좋아하는 학생과 싫어하는 학생을 확실하게 차별해 몇몇 학생들을 빼고는 다 싫어했다. 그런데 이 교사는 보름쯤 지난 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학생들이 너무나 좋아했다. 얼마 뒤 아주 젊은 선생이 우리 담임을 맡았다. 안현수라는 선생이었다.

    수업시간에 조금만 비뚤게 앉아도 불러내어 매를 때렸다. 숙제를 안 해 왔거나, 욕설을 하거나 하면 사정 없이 매를 때렸다. 손으로 때리지 않고 꼭 매로 손바닥을 때렸다.

    학생들은 “차라리 1학년 때 담임선생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 엄격하게 하니, 그 대신 수업 분위기는 좋았다. 또 안 선생은 학생들이 질문하면 정성을 다해 대답을 해 주었다. 한글을 모르는 학생들을 오후에 모아 특별지도를 했다.

    그러나 한 달 남짓 된 어느 날 아침, 조회를 마치더니, 담임선생이, “나 오늘부로 다른 학교로 가게 됐다. 내가 가더라도 건강하게 공부 잘해야 한다”라고 했다.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학생들이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학생들이 담임의 옷자락을 붙들고 아마 5리쯤은 따라갔을 것이다.

    같은 시기에 우리 학교에 신체가 좋은 교사 한 사람이 있었는데, 학생 들을 잘 때리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학생을 다짜고짜로 때렸다. 주먹질 발길질에다 심지어는 학생을 창문 밖으로 던지기까지 했다.

    그러자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돌았다. “실력이 없어서 수업을 할 수가 있어야지, 트집 잡아 시간 보내야지”, “깡패로 나가지, 선생질은 왜 하나”, “나쁜 병에 걸려서 얼마 못 산데.” 학생들이 사실을 확인하고 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마도 학생들이 억울한 일을 많이 당하다 보니, 나쁜 소문이라도 퍼뜨려 억울함을 보상받으려는 심리였던 것 같다.

    위의 두 교사의 경우 학생을 때리는 것은 같았지만, 그 질은 완전히 달랐다. 안 선생의 경우는 학생을 위한 애정 어린 매였다. 그러나 다른 교사의 경우 습관적인 자기 화풀이였다.

    오늘날 체벌금지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대부분의 시도 교육청에서 체벌을 절대 금지하고 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학생인권조례’를 선포했다. 학생들의 인권은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보장받을 만한 학생들의 인권만 보장해야지, 학생답지 않은 학생의 인권까지 보장해서는 안 된다. 학생의 인권 보장을 위해서 신경을 쓰는 이상으로 교사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 학생의 인권을 의도적으로 짓밟는 교사는 거의 없다. 대다수 교사는 교육자로서 자기 직분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교의 문제는,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늘 일으킨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에게 인권보장 운운하면, 학교의 교육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다.

    형벌을 가하는 것은, 형벌을 받는 사람이 미워서 보복을 가하거나 괴롭히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나쁜 짓하면 이런 꼴을 당한다는 교육적인 데 있다. 형벌을 만든 목적은 형벌 없는 세상을 기대하고 만든 것이다.

    학생에게 신체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은 그들을 선도해서 교육현장을 정상화해서 모든 학생들이 교육의 혜택을 고루 받도록 하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체벌금지는 문제학생들의 간을 키워서 못하는 짓이 없게 되면, 그 피해는 선량한 학생들과 교육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교육현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 刑 : 형벌 형. * 期 : 기약할 기. * 無 : 없을 무.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여론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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