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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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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相思- 송창우

  • 기사입력 : 2011-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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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 날엔

    노루목 너머 총각바위

    거제도 장목 바라봅니다

    그러면 장목 처녀들 바람이 나서

    하나, 둘 보따리를 싸고

    상심한 장목 마을 사람들

    총각바위 수장하고 돌아간 날 밤

    물 밑에서 처녀바위 하나

    불쑥 솟았답니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처녀바위 동백꽃이 피면

    푸른 숭어 떼가 몰려와 다리를 놓고

    가덕도에는

    가덕 총각과 거제 처녀가 만나

    고기 잡고 조개 파는 부부들이 많습니다

    -송창우 ‘바위, 相思’ 전문(시집‘꽃 피는 게’, 신생 2010)

    ☞ 무생물인 바위도 원초적 생명의 본능이 있어 꿈틀대고, 물고기들도 탄생의 이치를 알아 사람과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 먼 옛적 주몽이 엄수를 건너던 이야기와 하늘나라 견우와 직녀가 만나던 이야기가 어부들의 삶에 녹아들어 있는 듯합니다.

    아름답고도 슬프고 신묘하면서도 평범한 사랑의 숨결이 입에서 입, 몸에서 몸으로 전해져왔을 가덕도의 전설들. 사람들은 전설을 좋아하지만 정작 전설이 우리네 일상의 삶과 자연 속에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사는 듯합니다. 사랑이야기만큼 경이로운 전설과 신화가 어디 있을까요. 이성에 대한 상사가 사라진 세상은 얼마나 차갑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진 땅은 얼마나 삭막할까요.

    시집갈 나이가 된 처녀바위를 물고기들이 용케도 알아보고 다리를 놓아주는 섬. 그 인연 따라 생명이 싹트고 오순도순 삶의 터전을 일구어가는 땅. 어머니이면서 아버지인 가덕도의 바다여! 불가사의한 거가대교의 현현 속에서도 파도처럼 살아 숨 쉴 아름다운 전설, 아무리 빠른 문명이 덮고 지나가도 곳곳에 일렁일 신비로운 가덕도의 사랑이여! -최석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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