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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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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겨울나는 독거노인 가구 동행취재

"우리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 기사입력 : 2011-0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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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마다 기상관측 이래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하는 등 한파가 지속되면서 어려운 사람들의 겨울나기는 더욱 힘들다. 특히 의지할 곳 없는 독거노인들은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

    17일 오후 1시께 취재진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주민생활과 직원들의 독거노인 가구 방문에 동행했다.

    독거노인들이 밀집해 있는 회성동 한 주택가의 6㎡ 남짓한 방에 홀로 살고 있는 조모(90) 할머니는 노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차상위계층인 조 할머니는 전기장판 하나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늙은 것 하나 보고 찾아왔느냐”며 문앞까지 나와 취재진을 맞아주는 조 할머니는 “밥을 먹을 때도 못 먹을 때도 있다. 올겨울이 가장 힘들다”고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인근에 사는 기초수급자인 백모(73) 할머니는 허리와 다리 등 신경통이 심해 5년 전부터 식당일을 그만뒀다. 백 할머니도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닥에서 전기장판 하나에 의지해 추위와 싸우고 있다. 백 할머니는 “여름에는 찬물이라도 있어 더위를 이겨내는데 추위는 정말 고역이다”며 “기름값 때문에 보일러도 제대로 못 틀고 전기장판을 켜놓고 자지만 추워서 자다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이날 독거노인 가구를 방문해 쌀 40kg을 전달한 회원구청 직원들은 유난히 추운 날씨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마산회원구청 주민생활과 최윤봉 계장은 “경기침체로 기부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어려운 이웃에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30분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 마산적십자봉사관 마산적십자급식소 앞.

    연일 맹위를 떨치는 동장군의 기세에도 점심 한 끼를 때우기 위해 남루한 점퍼에 목도리를 걸친 60~70대 노인들이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지팡이를 짚은 채 삼삼오오 모여들고 있다. 고개를 숙인 30~40대 노숙자와 지체장애인들도 대기행렬에 섞여 있었다.

    급식소 앞에 모인 행렬은 처음에 20여명에서 잠시뒤 50여명으로 불어났다. 전날 밤 몰아친 한파로 급식소 수도시설이 동파돼 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급식봉사를 하는 월영봉사회 봉사자들은 이웃 주민들에게 물을 얻어 밥을 짓는 등 애를 먹었다.

    평소보다 약 30분 늦은 12시께 급식소 문이 열렸고, 갓 지어 구수한 밥내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쇠고기 국이 시린 가슴까지 데웠다. 어깨를 맞대고 앉아야 겨우 60여명이 식사할 수 있는 무료급식소에 이날 80여명이 다녀갔다.

    한 할머니(73·문화동)는 “맛있는 밥 한 끼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면서 봉사자들을 향해 “따뜻하게 잘 먹고 갑니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10년째 무료봉사를 하고 있는 정유복 급식소 실장은 “예전에는 넉넉하지 않아도 기부와 후원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아예 끊긴 상황”이라며 “쌀 포대에 여유가 없다보니 나눔도 빠듯해진다”고 했다.

    노인·어린이 복지시설에도 사랑의 온도가 식고 있다. 민간 노인요양시설로 노인 26명을 돌보고 있는 함안군 함안읍 ‘사마리아의 집’은 물품은 물론 후원금도 10~20% 가량 줄어 겨울이 길기만 하다.

    지난해 겨울에는 내의와 양말 등 생필품이 전달됐으나 올해에는 내의 한 벌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장윤희 원장은 “기업체와 정치인 등의 후원이 법인시설에 편중되면서 사정이 어려운 민간시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기업 등의 각별한 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김해시 봉황동 아동복지시설 ‘방주원’도 사랑의 발길이 줄긴 마찬가지다. 고교 1학년까지 56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수용하고 있는 이 곳은 수년 전부터 기관과 개인의 물품과 후원금이 현저하게 줄어 겨울이 더욱 춥다.

    양영애 사무국장은 “물품과 후원금 및 봉사활동이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집중되기보다 평소에도 꾸준히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추위를 이겨내려는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더욱 필요해 보이는 겨울이다.

    김진호·김정민·김용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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