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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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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복지 논쟁, 문제는 돈이다- 이선호(논설고문)

복지세 신설로 안심하고 자식 낳아 기르고 노후 보장해야

  • 기사입력 : 2011-01-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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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지’ 앞에 붙은 수식어가 말짓기 경연장을 보는 듯하다. 생산적 복지, 참여 복지, 능동적 복지에다 역동적 복지, 그물망 복지까지 나왔다. 지난 지방선거 때 도내에선 모세혈관형 복지도 등장했다. 국민들은 뭐가 어떻게 다른지 포장 속의 복지가 헷갈린다. 군사정권 시절 ‘한국적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참뜻에 덧칠을 했듯이 수상쩍다. 복지는 복지 자체로 족하다.

    성장과 분배와 관련해 복지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국가경제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국민에게 돌아가는 전체적 분배의 몫이 확대되므로 성장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선성장 후분배’의 논리가 그 하나다. 국가의 지나친 개입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방해하기 때문에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 보수 진영에서 주로 선호하고 있다.

    또 하나는 소득의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성장을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복지제도를 통해 빈곤과 불평등이 완화되어 국민의 삶의 질이 좋아지면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고 근로 동기와 업무 효율성이 향상돼 결국 경제성장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것이다. 진보 측에서 옹호하고 있다.

    다시 말해 컵 속에 물이 가득 차 넘쳐 흐를 때까지 기다릴 것인지 물이 차기 전에 함께 조금씩 나누어 마실 것인지의 차이다. 곳간에 곡식을 채우는 것이 먼저냐 배고픈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먼저냐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복지’ 앞에 붙은 수식어가 다르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김대중 정부 이후 복지정책은 성장과 분배를 함께 추구하는 공생적 관계랄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뜨겁다. 지난 연말 ‘생애 주기별 맞춤형 복지’로 불을 지피는가 싶더니 한쪽에선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에다 반값 대학등록금까지 ‘3무1반’, 이른바 무상 시리즈를 내놓았다. 또 한쪽에선 이를 두고 표(票)장사나 다름없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니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우는 외상정책이니 하며 맞받아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갈라져 있다.

    어쨌든 우리 사회가 복지 담론을 벌이는 것은 나쁠 게 없다. 연초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한 보고서는 출생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22년 동안 자녀 한 명에게 드는 양육비가 자그마치 2억6204만원(2009년 기준)에 이른다고 했다. 자녀 2명을 양육하려면 약 5억2408만 원이 들고 자녀 3명을 양육하는 데는 7억8613만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르신들은 또 어떤가. 의학 기술 덕(?)에 누워서 10년 세월이다. 영세 자영업자는 말할 것도 없고, 직장인들도 구조조정의 칼날이 언제 닥칠지 이 눈치 저 눈치를 봐야 하고 국민연금만으론 미래가 불안하다. 곪아 터질 지경에 이른 사회 양극화는 탄식이 절로 나올 판이다. 서민들은 ‘복지’에 메말라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복지가 중심 화두가 될 게 뻔하다. 웬만한 정치인은 복지를 입에 달고 다닐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다. 장밋빛 정책을 내놓은들 쓸 돈이 없으면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대신하는 꼼수를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오른쪽 주머니 돈을 왼쪽 주머니로 옮기는 돌려막기식도 안 될 일이다.

    감히 복지세 신설을 제안한다. 국민 모두가 복지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부담자’가 되는 것이다. 내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마는 안심하고 자식 낳아 기를 수 있고 나이 들어 최소한의 생활이 확실히 담보된다면 세를 통한 ‘강제저축’에 기꺼이 동참하리라고 본다. 직·간접세를 병행하면 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논쟁만 하기에는 사정이 급하다. 단순한 복지 확충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국가와 개인이 함께 든든한 ‘복지 곳간’을 만드는 ‘대책’이 필요하다. 잠룡들에게 권한다. 차기 대선에서 복지세 신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심판을 받아 보시라.

    이선호(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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