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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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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길을 걷다 (4) 통영 '토영 이야~길' 제1코스-예술의 향기길 (상)

골목길 따라 스며든 예술의 향기
발길 닿는 곳마다 숨은 이야기

  • 기사입력 : 2011-01-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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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토영 이야~길’ 제1코스 예술의 향기길 중 동피랑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색다른 느낌을 주는 골목길이 많이 있다./성민건기자/

    길은 많다. 그래서 길은 통하게 마련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듯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그 길은 늘 인간들의 선택의 문제였다.

    요즘 길에 이야기를 많이 붙이고 있다. 이야기가 없다면 만들어내기도 한다. 길에 스토리를 부여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그 고장을 알리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통영에는 참 재미있는 이야기 코스가 두 개나 있다.

    '토영 이야~길'이라는 것인데, 제1코스의 이름이 '예술의 향기길'이고, 제2코스의 이름이 '미륵도길'이다.

    '토영'이라는 것은, 통영사람들이 통영을 토영이라고 말해 온 데 따른 것이고, '이야~'는 3가지 뜻을 함축하고 있다.

    우선 '이야'라는 것은 언니·누나의 통영 사투리인데, 언니와 누나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골목길 걷기라는 의미를 품고 있고, 또다른 '이야'의 의미는 '이야기'를 하면서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 '이야'의 뜻은 경상도식 감탄사 '이~야'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토영 이야~길'은 통영이 세계적 예향이라는 것과 최고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시인과 작곡가, 화가, 소설가 등 문화예술인들의 흔적(제1코스)을 둘러보고, 빼어난 자연경관을 두루두루 섭렵할 수 있도록 하는 여정(제2코스)인 것이다. 보다 더 간단히 말하면 '통영 문화예술·역사·자연경관 탐방로'라고 설명할 수 있다.

    토영 이야~길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됐으며, 통영문화재단(이사장 정세현)이 운영기관이고, 통영예술사랑회(회장 서유승)가 주관단체로 '이야~길'을 알리고 있다. 'cafe.daum.net/Iyargil'이라는 카페도 만들어놨다.

    제1코스‘예술의 향기길’은 걸어서 대략 4~6시간 소요되고, 제2코스 ‘미륵도길’은 평균 6시간이 걸린다. 탐방로의 특성상 세세히 둘러보려면 시간이 다소 늘어나고, 대충 몇 곳을 스쳐지나가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남망산 조각공원.

    토영 이야~길 제1코스 두 번째 방문지인 남망산 조각공원.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천혜의 아름다운 항구인 통영항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제1코스 ‘예술의 향기길’은 통영항(강구안)에 위치한 문화마당에서 시작한다. 통영항에 정박해 있는 거북선을 타보고 이순신 장군과 수군들의 활약을 감상한 뒤 항구를 따라 남망산을 올라간다. 거기에는 조각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세계 10개국 유명 조각가 15명의 작품을 감상한 뒤 앞으로 보이는 통영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바삐 움직이는 배들, 그 뒤를 따르는 파도와 갈매기들의 합창을 잔잔히 즐길 수 있다.

    남망산을 내려와 중앙시장 뒤편 통새미길에 위치한 시인 김춘수의 생가를 찾아간다. 생가 앞에는 이곳이 김춘수의 생가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놓여 있다. 통영시에서 생가를 매입해 생가를 복원하고 기념관을 세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동피랑 마을에 그려져 있는 윤이상 벽화.

    동피랑 마을에 그려져 있는 천사날개 벽화.

    생가를 나오면 ‘통새미’라는 우물을 만난다. 통새미는 바닷가에 있는 우물인데, 옛날 해안가 주민들에게 요긴한 식수를 제공한 우물이다. 통새미를 지나 언덕길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동피랑’을 만난다. 동피랑은 ‘동쪽에 있는 높은 벼랑’이라는 뜻의 토박이말로, 통영성에 있는 세 개의 포루 중 ‘동포루’가 있던 곳이다. 동피랑에는 굽이굽이 연결된 골목길을 따라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동포루가 설치됐던 곳인 만큼 통영항과 통영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여서 경치가 매우 좋다.

    동피랑을 나와 4분 정도 걸어가면 서양화를 통영에 처음 도입한 화가 김용주의 생가가 나온다. 김용주 생가는 주전골(엽전을 만들던 곳)에 있으며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김용주는 만석꾼 집에서 태어나 인심이 좋았으며, 6·25 때 피란 온 이중섭의 개인전을 도와주기도 했다.

    김용주 생가 앞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우리나라 외교사의 전설인 김용식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단편소설가 김용익 형제의 생가가 나온다. 이곳을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면 중앙시장 뒤편 도로변에 청마 유치환의 생가를 만난다. 청마라는 화려한 이름에 비해 생가터에는 표지석만 쓸쓸히 남아 있어 무거운 마음이 든다.

    마을 수호신으로 세운 문화동 돌장승 벅수.

    도로를 따라 세병관 쪽으로 걸어가면 문화동 ‘벅수’를 만난다. 돌장승 ‘벅수’는 민속문화재 자료 제7호인데, 조형미가 뛰어난 도깨비 얼굴의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이곳 마을 수호신으로 세운 장승이다.

    벅수를 살짝 둘러보고 조금만 걸으면 통영시향토역사관이 보인다. 통영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들이 전시돼 있어 통영의 지역사적 특성이 잘 정리된 전시관이다. 선사시대, 청동기, 임진왜란, 삼도수군통제영, 통제영 12공방, 일제강점기, 통영의 민속, 무형문화재 등 각종 향토 자료 1500여 점이 시대별로 나뉘어 상설 전시돼 있다. 월요일 휴관.

    역사관에서 전반적인 내용을 감지하고 나와 ‘세병관’을 찾는다. 현재 통영초등학교와 세무서를 편입해 ‘통제영’을 복원 중에 있어 다채로운 복원 과정도 눈대중으로 살펴볼 수 있다.

    세병관은 경상·전라·충청 삼도수군통제영의 중심건물이다. 국보 제305호로, 1604년 제6대 이경준 통제사가 통제영을 옛 두룡포(통영시가지)로 옮겨오고 이듬해인 1605년 7월14일 세웠다. 여수의 진남관과 경복궁의 경회루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조건물이며, 처음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유일한 건물이다. 월요일 휴관.

    유서 깊은 세병관을 둘러보고 나와 간창골 골목을 걸어간다. 간창골은 옛날 관청이 있었던 길이라는 유래가 있으며, 돌담길이 가느다랗게 뻗어 있는 운치 있는 골목길을 만날 수 있다. 간창골 끝자락에는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 육필원고 중 ‘간창골’이라는 원고의 복재본이 전시돼 있다.

    현재 통영문화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옛 ‘통영청년단회관’은 일제시대 시민모금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건물의 역사성과 독특한 건축 특성으로 2002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36호로 지정돼 있는 곳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생가터 명패.

    이곳을 나와 길게 뻗어진 서문고개를 오른다. 차들이 쌩쌩 달리기 때문에 인도를 걸어야 한다. 서문고개 중간 충렬1길 골목 안에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생가가 있다. 생가는 지금 주인이 바뀌었는데, 집 붉은벽돌에 선생의 생가임을 알리는 명패가 붙어 있다.

    다음 코스는 윤보선 대통령의 부인 공덕귀 여사의 생가로 간다. 가는 곳에 ‘서포루’ 복원공사 현장을 볼 수 있는데, 시가지 저 건너편 동피랑에 있는 동포루(복원 예정)를 멀리서 볼 수 있다. 공덕귀 여사 생가는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면 충렬4길에 있는데, 지금의 담뱃가게 옆이며, 골목길에 평상이 놓여 있는 곳이다.

    다음은 이순신장군의 위훈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나라에서 세운 사당인 ‘충렬사’이다. 충렬사 앞 교차로 신호등 옆에는 큰 은행나무가 있는데, 그 은행나무 옆에는 ‘함안조씨 정려문’이 1883년(고종 20년)에 세워져 함안조씨의 효성과 정성을 기리고 있다.

    충렬사에 들어서면 충렬사의 역사와 함께 해온 동백나무를 먼저 만난다. 충렬사를 1606년 제7대 이운룡 통제사 때 세웠고, 동백나무의 수령이 400년이니 충렬사와 동백나무는 400년 풍상을 함께해 온 셈이다.

    1663년 현종임금이 현판을 사액(賜額)했으며, 구한말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이충무공을 모신 사당으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존속한 곳이다. 지금도 음력 2월과 8월에 드리는 춘추향사를 비롯, 탄신제를 봉행하고 있다.

    경내에는 충무공의 위패를 모신 정침을 비롯해 내삼문, 중문, 외삼문, 정문, 홍살문 등 다섯 개의 문이 있다. 특이한 것은 기념관에는 당시 이충무공이 전사한 후 명나라에서 충무공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보낸 귀도, 참도, 영패, 곡나팔, 깃발 등 8가지 선물을 구경할 수 있다는 점. 이 명나라 선물은 아산 현충사가 지어질 당시 현충사로 옮기려던 것을 통영시민들이 횃불을 들고 몇날 며칠을 지켜낸 진품이다.

    명나라에서 충무공의 죽음을 애도하며 보낸 8가지 선물 중 귀도.

    충렬사 교차로 앞에 있는 정당샘(명정샘).

    마음을 차분하고 정갈하게 가다듬은 뒤 충렬사 맞은편에 있는 정당샘(명정샘)을 찾는다.

    1670년 제51대 김경 통제사 때 팠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하나를 파고 보니 물이 탁하고 말라서 두 개를 팠더니 물이 맑고 수량이 많아졌다고 한다. 두 개의 우물 중 위의 우물을 일정(日井)이라고 해 이충무공의 향사에 사용하고, 아래 우물인 월정(月井)은 마을의 공동우물로 사용했다. 충렬사에서 사용한다고 해 정당새미라고도 했다.

    명정골 장석집, 나전장 송주안 생가터, 벼락당을 둘러보고 나면 대충 이 지점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오전 10시께 제1코스 첫 방문지인 문화마당에서부터 세세하게 둘러보다 보니 시간이 벌써 1시를 다가간다. 늘상의 점심시간을 많이 넘긴 듯하지만 문화예술의 향기와 역사의 양식으로 몸과 마음을 채웠으니 점심시간을 잊을 법도 하다. 정당샘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한 토속음식점에 들어가 다음 방문지를 활기차게 가기 위해서 배를 채웠다.

    글=조윤제기자 cho@knnews.co.kr

    사진=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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