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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수난시대/김용훈기자

  • 기사입력 : 2011-0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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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가 집단으로 폐사했다. 27일 오전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경남지부 회원들은 함안군 광려천에서 청둥오리들을 찾아 수거하기에 바빴다.

    죽은 청둥오리가 처음 발견된 건 밀렵행위가 의심된다는 제보를 받은 보호협회 회원들이 광려천을 찾은 26일 오후 3시께다.

    당시 청둥오리들은 광려천을 따라 수㎞ 줄지어 죽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회원들은 사체를 다 수거하지 못해 다음날까지 수거해야 했다. 수거된 것만 100여 마리. 인근으로 발견되지 않은 청둥오리 사체까지 합하면 얼마나 더 있을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등 소, 돼지, 새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판국에 100여 마리의 죽음은 관계당국을 긴장시켰다. 다행히 조류인플루엔자로 판명나지 않았다. 일단 가축 전염병이 주범은 아니라는 얘기다. 범인은 누구일까?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청둥오리들의 죽음을 ‘사람’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죽은 청둥오리마다 위에서 볍씨가 발견됐다.

    수렵활동이 엄격해지자 밀렵꾼들이 손쉽게 잡기 위해 농약을 탄 볍씨를 뿌렸다는 것이다. 독극물로 목이 탔던 청둥오리들이 개울로 몰려들어 물을 먹다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유치원에 입학할 때부터 ‘자연은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것을 누누이 들어왔다. 사람의 이기심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 것일까.

    보양식 등 식당가에 내다팔기 위해, 돈벌이를 위해 말 못하는 짐승을 무작위로 죽여도 되는 것일까. 가뜩이나 짐승들의 수난시대다. 구제역으로 수많은 소와 돼지들이 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매몰되고 있다.

    전국의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을 때 밀렵꾼들마저 활개를 치고 있는 마당이다.

    말 못하는 짐승들이여, 미안하다. 휴머니즘마저 의심되는 세상이다. 사람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자연을 위한 세상이 언제쯤 도래될까.

    김용훈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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