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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80) 대학생이 쓴 논술 글 짚어주기

연예인은 공인일까?

  • 기사입력 : 2011-02-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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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짱: 기자시험 논술을 준비하는 대학생입니다. ‘연예인은 공인인가’라는 주제로 습작 글을 썼습니다. 어색한 부분을 짚어 주면 고맙겠습니다.

    글샘: 이런 주제가 주어지면 “공인이다”라는 논지로 쓰는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공인이 아니다”라는 반대 논지를 선택했군요.

    글짱: 공인의 범주를 연예인까지 확대하는 건,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논란이 됐던 가수 타블로의 학력 문제 같은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요?

    글샘: 그런데 이 주장 글은 공감을 얻기엔 논거가 허술해요. 사회 통념상 공인 개념과 다소 동떨어져 있어요. 이 글에서는 사전에서 정의한 ‘공인’을 예로 들었죠. 이는 협의의 개념이라고 봐야 합니다. 광의의 개념에서 공인의 정의도 생각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공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논리를 반박하며 ‘설득력 있는 근거’를 내세우는 글이 더 좋았으리라 봅니다.

    글짱: 개념 정의와 논리 전개가 다소 허술한 게 문제점이라는 말씀이군요. 그렇다면 비록 소수의 생각일지라도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쓰는 건 괜찮은 건가요?

    글샘: 당연하죠. 논술이라는 건 상대의 공감을 이끌어 내려는 글이잖아요. 다만 이 글에서는 너무 단정적인 표현을 쓰는 바람에 연예계 현실과 관련해 ‘생각의 차이’를 수용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게 흠이 됐어요.

    글짱: 단정적인 표현이라고요? 제가 쓸 땐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들었는데…. 어떤 대목을 보완해야 하는 건가요?

    글샘: 사전적 정의보다는 학계나 언론계(또는 법조계)에서 다루는 ‘공인의 정의’를 예로 드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대학의 신문방송학과에서는 아마 “공인(Public Figures)이란, 저명성으로 인해 사회적인 일에 역할을 맡거나 공공의 의문을 해결해 낼 것으로 생각하는 이를 말한다”라고 배웠을 겁니다.

    글짱: 그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한 내용을 인용하자니 제 주장이 퇴색되는 것 같아서 빼버렸답니다.

    글샘: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내용도 다루면서, 그 허점을 반박하는 글이 논술에 적절할 수도 있어요. 그런 글감을 잡을 때,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할 땐, 사회적 책임과 영향력, 공공에 대한 기여와 역할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연예인들 스스로가 공인으로 여기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식으로 일정 부분 한계 범주를 설정해 논리를 전개했더라면 좋았을 겁니다. 물론 ‘생각 차이의 수용’을 전제하는 내용도 있어야죠. ‘완전한 공인’과 ‘제한된 공인’, ‘본의 아니게 된 공인’ 등 유형을 구분한 뒤, <마돈나같이 유명한 스타 연예인은 영향력이 매우 커 ‘완전한 공인’의 범주에 들어간다 designtimesp=24875> 정도로 언급하면 될 겁니다.

    글짱: 무슨 의미인지 알겠네요. 제 글에서 <사전적 정의로 따져 보면 연예인이 공인의 범주에 드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designtimesp=24877>는 대목이 단정적인 표현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거군요.

    글샘: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예를 들어 비교한 대목은 논리가 부적절해서 글이 가벼워진 단점이 있어요. 또한 공인 여부에 대한 논란 글에선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은 같은 선상에서 정의돼야 할 겁니다. ‘저명성’이란 개념에서 보면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모두 같은 범주로 봐야 하거든요. 그런데 다른 영역으로 간주해 비교함으로써 논증의 오류를 범하고 있네요. 마지막 대목에서는 영화배우 페리스 힐튼의 예를 들었죠. <미 언론과 네티즌은 그녀의 행동에 대해 일제히 흉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그녀에게 묻지 않았다. 그녀의 도덕성은 비판되었으나 어디까지나 그 영역은 개인적 영역에서 머문 것이다 designtimesp=24879>라고 썼네요. 하지만 미국 언론이 흉을 보았다는 것 자체가 <페리스 힐튼은 공인이다 designtimesp=24880>라는 걸 전제했다고 봐야겠죠. 언론이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할 수 있는 건 페리스 힐튼이 공인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참고로, 공인과 관련한 보도로 명예훼손 논란이 된 경우, 판례에서는 공인 개념 자체보다는 공인의 영역에서 일반 대중이 알아야 할 사안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는 점도 알아 두세요.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이해해서 논술을 쓴다면, 좀 더 깊이 있는 글이 될 겁니다. 짚어 주기는 이 정도에서 그칠게요. (편집부장)

    [예문: 대학생이 쓴 논술 글의 일부]   공인(公人).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적혀 있는 내용이다. 사전적 정의로 따져 보면 연예인이 공인의 범주에 드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람’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공공의 선일 뿐 공적인 일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중요한 아버지가 약주하시고 직장 동료와 싸워 경찰서를 가셨다. 상대 측과 가족들에게 사과하면 충분하다.(중략)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탤런트 최진실이 자살했을 때 그 몇 개월간 자살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영향력만으로 본다면 가수 이승기가 대중들의 소비행동을 유발하는 힘은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그러나 영향력만 따지고 보면 국민들을 울고 웃게 하는 스포츠스타도 연예인 못지않게 크다.(중략)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연아 선수와 오서 코치의 결별 선언이 이슈가 되었을 때 ‘코치’와 ‘선수’ 그리고 ‘어머니’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그녀의 공인으로서 잘못을 논하지는 않았다. 연예인이 가진 영향력은 결국 대중 스스로 만들어낸 착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연예인이 윤리적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 대중들은 그 허물을 물을 수는 있다. 미국의 영화배우 페리스 힐튼이 마약 복용으로 20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할 때 미 언론과 네티즌은 그녀의 행동에 대해 일제히 ‘흉’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그녀에게 묻지 않았다. 그녀의 도덕성은 비판되었으나 어디까지나 그 영역은 개인적 영역에서 머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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