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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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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대한민국은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박선옥(한국국제대 국제교류처장)

미래 책임질 후손에게 반드시 역사의식 심어줘야

  • 기사입력 : 2011-02-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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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졸업을 앞둔 조카가 얼마 전 취업인터뷰를 했다. 많은 어려운 질문들에 막힘없이 대답한 그를 정작 당황하게 한 질문은 “대한민국이 당신에게 무슨 의미를 갖습니까?”였다고 한다. 올해 스물일곱인 그는 단 한 번도 이 질문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그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까? 요즘 아이들은 국가에 대한 사명감이 없다고 늘 불평하던 우리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는 조카가 오히려 의아스러웠다.

    며칠 전 한 TV 방송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았다.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은 누구입니까, 우리나라가 일제강점에서 해방된 해는 언제입니까? 6·25전쟁은 언제 일어났습니까?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독립운동가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자신 없어 하며 ‘1950년?’ 하는 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2004년부터 수능시험에서 한국사가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어 한국사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10명 가운데 한 명꼴이며, 2014학년부터 수능 사회탐구영역 6과목 가운데 1과목만 선택해서 보게 되면 이 수는 더 줄어들 것이라 한다. 시험성적에 매달리다 보니 암기할 것이 많아 상대적으로 공부하기 까다로운 국사를 기피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몇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진로가 좌지우지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교양으로 국사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1997년에는 사법시험에서 국사 과목이 빠졌으며, 2007년에는 행정·외무고시 필수 과목에서 국사 과목이 없어졌다. 이처럼 국가를 경영해야 할 미래의 지도자들이 역사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가 간의 거래에 있어 그 판단기준을 현재의 부에만 두지 않고 국가의 장래를 위한 바른 결정을 할 수 있을지, 먼 장래를 위해 미리 대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웃 일본과 중국에서 국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의 장쩌민은 1991년에 이미 중국 고대문화사와 근대사, 현대사 교육을 하기 위한 ‘초·중·고 역사과목 사상정치교육 개요’를 발표하고 “청소년들이 역사 공부를 통해 중화민족의 우수한 전통을 알고 애국주의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간부들도 역사와 지리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국사를 교육하며, 최근 공표된 ‘중·고등학교 역사과목표준’에 따라 2~3개월마다 학생 양성 계획과 역사 과목 연구가 담긴 ‘역사 브리핑’을 배포한다고 한다.

    일본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일본사를 주로 공부하고 세계사는 고교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대학입시에서 일본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40%, 세계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26%에 이른다고 한다. 그것도 부족하다고 여겨 도쿄도를 중심으로 각 지자체에서 앞장서 일부 선택 과목이었던 국사 과목을 필수 과목으로 전환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창 뉴스화되던 2007년, 우리 고구려, 발해 역사가 모두 잠식될 것 같은 위기감에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쫓김이 있었다. 북한에 가로막혀 제대로 연구자료를 구하지 못하고, 인기 있는 연구과제가 아니어서 젊은 연구가들이 나서기 힘들 것 같아 퇴직하면 꼭 고대 역사의 한 귀퉁이라도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일본이 2005년 다케시마의 날을 조례제정할 때 나도 독도지킴이가 되어야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늘 여전히 책상머리에 앉아 미래를 맡아 줄 젊은이들을 걱정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다가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총상을 입고 돌아온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잠시 의식을 회복해서 중환자실 벽에 붙어 있는 ‘석해균 선장님, 이곳은 대한민국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왜 웃으세요?’라는 물음에 그의 대답은 “좋아서…”였다. 나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박선옥(한국국제대 국제교류처장·호텔관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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