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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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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강(曲江)- 김시탁

  • 기사입력 : 2011-03-10 1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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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물은 모래 속에 발목을 묻고

    미리 줄기를 늦추어 흐르고

    암벽은 맨몸으로 부딪쳐 올 강물을 상처 없이 받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준 채 시린 관절을 접지 않는다



    수심이 깊은 곳엔 그리움도 깊어

    머물고 싶은 마음과 보내기 싫은 마음 사이로

    길이 생긴다



    강물이 굽어 흐르는 것은

    떠나온 곳이 그리워

    흘러가면서도 자꾸 고개를 돌리기 때문이다



    너에게 닿기 위해 나를 구부리는 일은

    눈물겹다

    -김시탁 ‘곡강’ 전문(시집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 2006)

    ☞ ‘곡강’이라면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의 두보의 그것이 유명하다. 두보의 시가 무상과 슬픔을 자아낸다면, 김시탁의 시는 인간의 근원적 그리움을 성찰하고 있다. 직선의 강이 없듯 굴곡 없는 생도 없다. 스스로를 ‘구부리는 일’이 ‘너에게 닿기 위함’이라는 시인의 인식은 참 ‘눈물겹다’.

    이 시의 배경이 밀양 초동의 곡강이라면, 시인의 시작(詩作) 과정을 짐작할 수 있겠다. 거기 이부용, 오삼록 시인이 계시기 때문이다. 낙동강이 내려오시다가 한바탕 굽이쳐 김해평야를 접수하는 곳, 물이 깊어 예부터 큰 잉어가 많이 나는 곳 곡강. 그 옆의 수산다리 아래, 고부(姑婦)가 대를 이어 국밥을 끓이는 강둑 천막 식당에서, 쌀알이 동동 뜨는 동동주 사발을 든 시인들이라. 어찌 풍류만이랴.

    이월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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